국가·지역 경제성장 원동력 `산업단지`... 안전디자인으로 산업재해 80% 줄인다

이민우 2024. 7. 29. 11: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200개 달하는 산단 혁신 주도… 20년간 4.6만명 숨져
산단공·디자인진흥원, 안전서비스디자인 효과 '톡톡'
'더블 다이아몬드' 5단계 프로세스 거쳐 안전환경 구축
산업재해 저감효과 83%… 16개 기업서 사고 1건 그쳐
더블 다이아몬드에 기반한 안전디자인 프로세스 5단계.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안전서비스디자인지원을 받은 광주첨단국가산업단지 내 사출금형 제조업체 '우성정공' 모습.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엘티정밀'에 안전서비스디자인이 적용된 모습.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한국산업단지공단 전경.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산업단지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 산업과 지역 경제의 중심지로 성장을 견인해 왔다. 현재 1200개에 달하는 산업단지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를 앞세운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어두운 민낯이 존재한다. 최근 20년간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가 4만6000명에 달한다.

사회적으로 안전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준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규제나 제도적 관리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미국 위기관리연구소가 5만건의 사고 사례를 분석한 결과, 86%는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고 한다. 위기 신호를 사전에 탐지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면 대부분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은 한국디자인진흥원과 2021년부터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사람의 행동과 심리요인을 분석해 근로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위험요소까지 피할 수 있도록하는 방법론이다. 이를 산업 현장에 도입해 사고를 효과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엘티정밀'은 안전서비스디자인이 적용된 대표 사례다. 창원국가산단에 위치한 엘티정밀은 외관만 보면 평범한 제조기업과 다르지 않지만 입구에 들어서면 분홍색 유도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물차와 보행자 통로를 명확히 구분해 충돌사고 위험을 줄였다. 주황색 적재물 상한선도 그어 원재료들이 무질서하게 쌓이는 것을 예방했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 양옆에 보호장비함과 청소도구함 구역도 눈에 잘 띄게 개선했다. 청결 상태 유지와 보호구 착용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작업구역은 기둥에 깔끔하게 표시해 보행자와 지게차 간 통로도 분리했다. 비상구에는 큰 화살표와 픽토그램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광주첨단국가산업단지 내 사출금형 제조업체 '우성정공'도 안전디자인 모범사례 중 하나다. 야외 비상 집결지에는 안내 사인이 설치되고 행동 요령이 깔끔하게 부착됐다. 공장을 가로지르는 레일대차 전용통로는 눈에 띄는 노란색을 사용해 보행자통로와 확연히 구분 지었다. 그동안은 보행자가 레일대차 통로를 함께 이용하며 충돌 사고 위험이 있었다.

호이스트(소형 화물을 들어 옮기는 장치) 사용이 많은 곳은 정지 라인을 설정해 근로자와의 충돌을 방지했다. 공용 공구 보관함도 마련해 분실만 아니라 찔림, 배임 등 사고도 예방했다.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으로 노후화된 산업단지 내 입주기업들의 안전관리 체계가 하나둘 개선되고 있다. 각 제조기업에 파견된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들의 노력 덕분이다.

이들은 작업환경 내 위험한 동선을 재설계하고, 작업행동을 고려해 예상가능한 위험을 최소화한다. 시각적인 넛지(압박이나 독려 없이 사람들이 긍정적인 행동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로 정돈된 환경에서 규칙에 맞춰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일하도록 유도하는 등 안전한 산업환경을 구축한다.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들은 '더블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이해·발견·정의·개발·전달' 순의 5단계 프로세스를 거쳐 산업환경을 디자인한다. 사업주, 안전관리자, 현장종사자들의 경험·조언을 토대로 작업한다는 점에서 근로자의 참여를 통한 실질적인 개선 노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대재해처벌법과도 맥락을 함께한다.

안전서비스디자인의 산업재해 저감 효과는 83%에 달했다. 지난 2년간 해당 사업에 참여한 기업 16곳은 사업 지원 전 1년간 산업재해가 6건 발생했다. 그러나 사업 참여 후 현재까지 발생한 사고는 경미한 손가락 끼임사고 단 1건에 그쳤다.

공단은 지난해 산업안전유형진단 '세이프티아이'도 개발했다. 세이프티아이는 안전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 1단계(이해) 과정에서 활용되는 플랫폼이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에 맞춘 진단 문항에 대한 응답을 통해 안전유형과 수준을 진단하고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처방을 내린다.안전서비스디자인 컨설팅 과정을 보급형으로 축약한 것이라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공단 관계자는 "세이프티아이 진단 결과는 MBTI처럼 4개의 알파벳으로 된 16개 유형으로 표출되며, 5단계 안전수준으로 분류해 쉬운 이해를 돕는다"며 "산업안전 유형진단이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조직 내 안전문화 확산을 촉진하는 데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이민우기자 mw38@dt.co.kr

디지털타임스-한국산업단지공단 공동기획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