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신하균의 ‘신차일 하기’, 진구와 정문성의 시선은?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
28일 방송된 tvN '감사합니다' 8회에서는 JU건설 사장 황세웅(정문성 분)이 자신이 임명한 감사팀장 신차일(신하균 분)에게 마음을 접는 장면이 등장했다.
형 황건웅(이도엽 분)이 모종의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진 후 사장에 오른 황세웅은 하락일로를 걷고 있는 JU건설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외부 인사 신차일을 감사팀장으로 임용한다.
신차일은 예상대로 명검이었다. 바닥부터 다지고 올라와 영향력 막강한 배다른 동생 황대웅(진구 분)의 오른팔 서길표(김홍파 분) 전무를 배임·횡령으로 날려버렸다. 황대웅의 뻣뻣한 고개가 주주들 앞에 숙여진 장면은 백미였다. 대주주 방기호(정동환 분) 등 주주들의 반응도 칭찬일색이었다.
병상의 형 황건웅의 사람도 날려줬다. 현장 구내식당 비리 문제가 터졌을 때 신차일은 외주구매본부 편인호(조한철 분) 본부장에 대해 하청업체 관리 소홀을 이유로 3개월 감봉처분을 건의했다. 황세웅으로선 그 좋은 명분을 두고 그 정도로 마무리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편인호는 삼포공장으로 전보 조치 됐다.
황건웅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 황세웅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J빔스 프로젝트’는 주주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황세웅의 비장의 카드였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황건웅이 돌아와도 주주들은 황세웅을 지지하리란 복안이 섰다.
하지만 시연회를 앞두고 프로젝트의 중추부서인 기술개발팀에서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불거진다. 황세웅은 신차일을 불러 시연회 전까지 감사를 연기할 것을 지시한다. 문제는 갑질사건으로 보였던 이 사안이 산업스파이 사건으로 비화된 것이다.
시연회 당일 신차일은 시연회를 중단시켰다. 그리고는 기술개발팀 이지훈(신재하 분) 실장을 산업스파이로 지목한다. 이지훈은 ‘J빔스 프로젝트’를 위해 황세웅이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감사팀의 내사를 의식한 이지훈은 시연회 중 기술을 브로커에게 넘길 작정을 했고 기술 유출 현장을 잡기 위해 신차일은 부득이 시연회를 중단시켜야 했다. 궁지에 몰린 이지훈은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고 황세웅에게 딜을 거는 뻔뻔한 행동으로 황세웅을 황당하게 만든다.
그렇게 황세웅이 심혈을 기울였던 ‘J빔스 프로젝트’는 공중분해 되고 대주주 방기호는 이지훈을 영입한 황세웅의 안목 없음을 질타한다.
물론 신차일이 잘못한 것은 없다. 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회사의 손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황세웅의 눈에는 거슬린다. 신차일은 대놓고 원망도 할 수 없는 원망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판에 채용 비리가 터졌다. 회심의 카드가 무산돼 허탈에 빠진 황세웅으로선 조용히 덮고 넘어가고 싶다. ‘사실 무근’으로 입장 발표하고 대충 매조짓자는데 신차일이 동의하지 않는다. 언론이 증거를 찾기 전에 감사를 통해 사안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장인 본인이 승인하기도 전에 인사만 꾸벅하고 돌아나간다.
황세웅은 비로소 신차일이란 잘드는 칼이 제어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무딘 칼은 제 할 일 못하고 말지만 날 선 칼은 칼 쥔 손조차 베어버릴 수 있다는 자각도 함께.
황세웅이 신차일에 대해 시나브로 마음을 닫아갈 때 시나브로 마음이 열리는 사람이 있다. 황대웅이다. “양상무는 사람이 참 투명해. 그래서 맘에 들어.” ‘딸랑이’ 양재승(백현진 분)에 대한 황대웅의 평이다. 타워크레인 전도사건으로 서길표)가 수세에 몰렸을 때도 황대웅은 “아저씨는 좀 해먹어도 돼. 아버지도 눈 감아 줬어.”라고 옹호했었다.
황대웅은 양재승이 아부꾼임도 알고 서길표가 해먹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용인된 것은 황대웅의 예상범위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차일은 첫 대면부터 어디로 튈 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안겨줬다.
“저거 눈까리가 왜 저래?” 불편했던 첫 인상은 적중했다. 선대부터의 가신 서길표가 날아갔고 스스로는 주주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나눔주택정비사업 조합비 횡령 사건이 터졌을땐 직접 나서 횡령범 유미경(홍수현 분)을 신차일로부터 숨겨도 줬었다. 그래도 끝내 찾아내 피해 조합원들에게 조합비를 돌려주었던 신차일이다.
더 분통 터지는 것이 그 사건으로 유이하게 가족으로 여기던 윤서진(조아람 분)의 의혹을 사버렸다는 점이다. 황대웅은 애써 윤서진에게 해명해야 했다.
“만약 그때 조합원들 돈을 못찾았으면 회사는 막대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을 거야. 내가 못찾게 하려고 그랬던 게 아냐. 내가 생각한 방법이 있었던 거지. 신차일은 회사 이익보다 지 명분이 더 중요한 인간야. 난 그 인간과 달라. 쓸데없는 명분보다는 우리 회사, 그리고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할 일을 한 거야. 나한테 회사는 전쟁터야. 가족을 지키려면 야만을 떨어야 돼. 나한테 가족이 누군지 알지? 너하고 누나!”
현장 구내식당 입찰 비리가 터졌을 땐 정말 제대로 한 방 먹인줄 알았다. 편인호와 양재승의 사표를 받아내는 배수진을 써가며 신차일에게 정식 사과를 요구했을 때 신차일은 순순히 사내 게시판에 ‘무리한 감사’ 운운 사과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급식테러범을 잡기 위한 신차일의 고육지책으로 밝혀졌다.
제 깜냥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인물 신차일은 황대웅에게 여전히 껄끄럽다. 사람 사는 세상에 융통성이랑은 담 싼 명분 지상주의자 ‘냉혈한’ 신차일의 방식은 도무지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새인가 신차일의 일처리에는 신뢰가 간다.
그래서 양재승으로부터 직장 괴롭힘 사건을 신차일이 덮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근데 신차일이가 덮었다고?” 그 의문에 역시 신차일은 신차일다운 답을 내어놓았다. 산업스파이 이지훈을 색출해냈다.
양재승과의 술자리에서 황대웅은 말한다. “뭐 그딴 새끼가 다 있지?” 양재승이 맞장구친답시고 “신차일요?” 했을 때 황대웅의 입에선 “이지훈!”이란 답이 나온다. 황대웅은 이지훈에 대해 진심으로 분노했다. “실망하지 마. 그딴 거 다시 만들면 되지. 어차피 그거 없어도 이 회사 잘 돌아갔어.” 프로젝트 무산으로 넋 잃은 이복형 황세웅에게 건넨 위로에도 비웃음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황대웅은 JU건설에 진심였고 JU건설을 위해 신차일이 신차일 하는 방식에도 시나브로 적응되고 있었다.
“너 사람 열받게 만드는 법 교육받냐?” “업무가 바빠서 그런 교육 받을 틈이 없습니다.” “이러다 사장 모가지 짤릴 날도 곧 올 것 같은데 그때는 니 모가지도 짤릴 거야. 기대해” “기대하겠습니다” 신차일과 나누는 티키타카는 더 이상 진지하지 않은 채 여흥처럼 가벼워진다.
그리고 가족 윤서진과 자신이 연루된 채용비리의혹이 불거졌다. 이제는 황대웅이 신차일을 진심으로 응원할 차례가 왔다.
황세웅과 신차일, 그리고 신차일과 황대웅 관계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감사합니다’를 즐기는 방법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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