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면전 발발시 세계 경제 4% 손실 발생···5530조원 규모”
韓, 세계 제조업 공급망서 중요한 역할해
삼성, 세계 D램 41%, 낸드 33% 생산
美·中·日·대만 등 고객사 전세계 포진해
전쟁 시 제조업 절반, 칩능력 대부분 상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시 글로벌 경제가 무려 5500조 원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이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고려하면 전쟁 충격은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들로 빠르게 확산하며 전 세계 금융 시장과 교역 질서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이코노믹스(BE)를 인용해 한국과 북한이 전면전을 치를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9%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4조 달러(약 5530조 원) 수준으로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피해 규모의 2배가 넘는다. 블룸버그는 “푸틴과 김정은의 지난달 만남은 냉전 시대의 동맹 관계를 되살리고 새로운 군사 협정을 맺는 것이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대만 위협으로 가뜩이나 불안정한 세계에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오늘날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점을 주목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당시 전 세계 GDP에서 한국과 북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합쳐도 0.4%가 채 되지 않았다. 현재는 한국의 비중만 1.5%가 넘는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주요 공급망에서 갖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한국의 GDP 비중)는 과소평가된 수치”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포병 사정권인 한국의 수도권과 인근 지역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인 26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반도체 시설 역시 밀집한다. 수도권 및 인근 지역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81%, 모든 제조품의 34%를 차지한다.
한반도 전면전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초래할 충격의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있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30대 기업에 드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의 41%, 낸드 메모리의 33%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애플과 퀄컴, 마이크로소프트(MS), 버라이즌 등은 물론 중국의 샤오미, 일본의 도이치텔레콤 등 삼성전자 고객사는 전 세계에 퍼져있다. 한국과 공급망이 연결된 각국의 제조업 GDP 비중은 2022년 기준 대만이 30%, 중국이 11%, 일본이 8%, 유럽연합(EU)이 6%, 미국 4%에 달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한반도 전면전 시나리오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군사·정치·경제적 목표물들에 대한 포격이 시작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몇 달 동안 휴전선 70km 이내의 반도체 제조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정밀 로켓과 약 250km를 비행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 등 1차 타격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들을 시험하고 있다.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 심지어 미국까지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핵탄두를 80~90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경우 한국 제조업의 절반, 반도체 능력의 대부분이 상실되며 중국·러시아·일본 등으로 가는 인근 해운 항로도 차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이 한국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반대편에 서게 될 경우 세계 무역은 거대한 장벽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 중단, 미국과의 교역 감소, 해운 차질 등에 따라 GDP의 5%에 달하는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서비스 업종의 비중이 큰 미국 역시 GDP의 2.3% 수준의 타격이 예상된다. 대(對)한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큰 동남아시아와 일본, 대만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예상 가능한 거의 모든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의 결론이 김 위원장의 몰락으로 귀결되는 만큼 전면전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북한과 한국의 전면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0’은 아니다”라면서도 “향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북한의 체제가 지속되는 것이며, 긴장 관계가 이어지겠지만 감당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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