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3D 모델·애니메이션 쉽게 만든다: 네이션에이 [긱스]
3D 모션 데이터 생성형 AI 스타트업 ‘네이션에이’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네이션에이의 유수연 대표는 원래부터 창업을 꿈꾸지는 않았다. 물리학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면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유 대표는 사회 경험을 일찍 쌓고 공부한 지식을 실제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대기업 입사를 결정했다. 이왕 취업한다면 국내 최고의 기업에 먼저 입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삼성을 첫 번째 지원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삼성에 입사하여 개발자로 일하면서 두 번의 특진을 거둔 유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갈망하던 중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삼성SDS 사내벤처 리더에서 창업자로
그녀는 곧바로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여하여 이미지 및 비디오 생성형 AI 사업 제안을 제출했다. 2019년 당시 한국에서는 아직 생성형 AI라는 용어가 생소했고, AI를 주로 데이터 분석 도구로 활용하는 시기였다. 공모전 결과, 1만 2천여 명의 참가자 중 3명만 선발되는 팀의 소장으로 유 대표가 선정되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삼성SDS 소사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유 대표는 직접 인재들을 팀에 영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면접을 직접 진행하며 삼성 내부 인재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스타트업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 6명의 팀을 구성한 후, 제한된 예산 속에서 아이디어 검증 단계를 거쳐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면서 유 대표는 비로소 스타트업이란 일이 정말 흥미진진하고 보람 있다고 느꼈다며 "직접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매우 의미 있었다."고 회고했다.
팀으로서 제품을 만들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내 벤처 활동을 2년 반 동안 헌신적으로 이어갔다. 유 대표는 집에도 거의 가지 않고 새벽 3~4시까지 업무에 매달렸다가 씻고 바로 출근하는 정도로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제품이 구체화되면서 시장성과 성장성은 유망했지만, 기업 관점에서는 사업 타당성이 낮다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드저니 혹은 소라와 같은 기술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시점이었고, 기술적 준비도 부족했으며, 기업 차원의 투자 대비 수익 창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 대표는 직접 회사를 설립하여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로 결심했다. 삼성의 사내 벤처 1호인 네이버처럼 큰 영향력을 가진 사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었다. 2022년 6월 퇴사하고 드디어 창업에 뛰어들었다.
시장, 고객, 그리고 기술
유 대표는 회사 이름을 '네이션에이'로 정했다. 'A'는 알파벳의 첫 글자이며, AI(Artificial Intelligence)와 Advanced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네이션에이가 "AI로 만드는 최초의 세상, 진화하는 나라를 만들어가는 선도적인 팀"이 되겠다는 포부를 상징한다. 네이션에이는 사업 분야를 생성형 AI 기술의 최전선으로 설정했다. 아직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3D 데이터 제작 분야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유 대표는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다음 단계는 바로 3D 데이터라고 판단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한 3D 데이터 제작 사업을 기획했다.
지금까지 AI 비즈니스는 대부분 빅데이터 기반의 초거대 AI와 기업용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면서 대중 시장 진출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네이션에이는 이러한 상황을 역이용하여 대중에게 빠르게 어필할 수 있는 개인 사용자 중심의 제품 개발 전략을 수립했다.
10대, 20대 3D 게임 및 3D 콘텐츠 제작자를 주요 타겟 고객으로 정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3D 콘텐츠에 익숙해진 이 세대는 모바일 3D 게임을 즐기고 3D 콘텐츠의 특성을 잘 이해하며, 심지어 이를 통해 돈을 벌기도 했다. 네이션에이는 이러한 트렌드를 파악하여 3D 콘텐츠 제작의 대중화를 목표로 했다. 네이션에이가 주력하는 3D 데이터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과 같은 콘텐츠뿐만 아니라, 미래 신성장 산업인 로봇, AR/VR 기술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3D 데이터 제작은 숙련된 전문가가 오랜 시간 투자해야 하는 노동 집약적인 작업이다. 특히 네이션에이는 3D 데이터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애니메이션 제작, 특히 캐릭터 모델링에 동작을 부여하는 단계에 집중했다.
영화나 게임 제작 시에는 마야, 유니티, 언리얼과 같은 전문가용 엔진을 활용하여 고품질의 정교한 작업이 요구된다. 하지만 네이션에이는 사용자들이 손쉽게 자체 콘텐츠나 게임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의 서비스를 기획했다. 다양한 사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대량의 3D 콘텐츠 제작 지원, 원하는 콘텐츠 선택 및 수정 기능을 제공했다.
이러한 자동 리깅 방법론은 이미 오래 전에 MIT의 컴퓨터과학 및 AI 연구실의 연구에서도 다뤄졌다. 그림 1에서 제시된 만화 캐릭터의 삼각형 메시는 내부에 뼈대를 삽입하고 초기 정적 모양에 걷기 동작을 적용하여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구현된다. 일반적으로 리깅과 애니메이션 과정은 뼈대를 삽입하고 피부를 부착하는 두 단계로 구성된다. 뼈대의 움직임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최적화 문제를 계산하여야 하는데, 최근 급부상 중인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학습하여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게 된 것이다.
2023년 출시된 첫 번째 제품 '뉴로이드'는 로블록스에서 3D 게임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별도 버전을 제공하며 로블록스 사용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로블록스는 40억 개의 계정과 10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대규모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이 직접 게임이나 캐릭터를 디자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는 게임 제작에 어려운 도구 사용이 필요하여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다. 뉴로이드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은 어려운 도구 학습 없이 텍스트만 입력하면 3D 모델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한 달 만에 완성되었던 게임을 하루 이틀 만에 만들 수 있도록 한 혁신적인 변화였으며, 일반 플레이어도 손쉽게 게임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3D 콘텐츠 디자인에는 모델링, 리깅, 애니메이션, 랜더링 등 4개의 전문 직군이 참여한다. 하지만 네이션에이의 AI 솔루션은 모델링, 리깅, 애니메이션 3개의 과정을 자동화하여 개인 수준에서도 쉽게 3D 디자인을 가능하게 했다. 팀 단위의 작업이 아닌 개인이 직접 게임이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네이션에이는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통해 뉴로이드를 대중에게 알렸다. 직접 로블록스 게임을 제작하여 서비스를 시연하고, 게임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제품을 안내했다. 또한,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뉴로이드를 소셜 미디어에서 "게임 제작에 유용한 서비스"로 소개하면서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거두었다. 실제로 틱톡 비디오 중 일부는 200만, 400만 뷰가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확장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네이션에이의 뉴로이드는 온라인 서비스 형태로 구독 방식의 수익 모델을 채택했다. 사용자들은 사용량에 따라 월 10달러부터 20달러, 50달러, 100달러 중 선택할 수 있다. 10대 사용자들도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데, 로블록스 크리에이터들의 하루 평균 사용 비용은 약 17달러에 달한다. 월 10달러 과금에 사용자들은 유료화에 큰 저항을 없었고, 본격적인 게임 제작을 위해 더 높은 요금으로 구독하는 경우도 많았다.
뉴로이드 서비스는 디지털 콘텐츠 에셋을 판매하는 에셋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곳에서 에셋을 구매하거나 뉴로이드에서 제작한 결과물을 마켓플레이스에 올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네이션에이는 로블록스 외에도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 제페토, 샌드박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지원을 확장하고 있다. 생성형 AI 온라인 서비스의 장점을 살려, 사용자가 생성한 결과물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 데이터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AI 모델이 강화되고 결과물의 품질이 향상되며, 3D 데이터 제작 시간도 단축된다. 사용자 증가에 따른 성능 향상과 기업 비용 절감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구현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또한, AI 기반 표준화된 리기드 모델(Rigged Model)을 통해 모든 3D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을 확보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손쉽게 초안을 작성하고 전문 툴로 결과물을 가져와 콘텐츠 제작을 가능하게 하여 확장성을 크게 높였다.
생성형 AI 분야는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현재 기술만으로는 제품 기획이 불가능하며, 미래 AI 기술을 제품에 반영해야 한다. 자본이나 기술력이 제한적인 스타트업은 고객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시장 진출을 위해 특정 분야를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또한, AI 스타트업은 기반 모델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분야도 동시에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이른바 'T자형' 사업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네이션에이는 3D 모델을 활용하면서 기반 모델을 구축하는 방식을 통해 'T자형' 제품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중간 기둥과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제작하는 방식인 것이다.
네이션에이는 창업 초기부터 해외 진출 방식을 고민했다.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할지, 아니면 해외 지사를 설립하여 현지 기업 고객을 공략할지 고민하던 중, 궁극적으로 B2C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며 국내 시장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서비스의 특성상 직접적인 고객 응대가 필요 없고,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들이 직접 디자인하기 때문에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실제로 첫 번째 제품 뉴로이드는 서비스 개시 1개월 만에 글로벌 사용자 100만 명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네이션에이의 생성 AI 기반 3D 콘텐츠 제작 기술을 활용하여 3D 광고 콘텐츠 제작 기회도 생기고 있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LG유플러스의 대표 캐릭터인 '무너'와 구글의 '안드로이드봇'이 함께 축제를 즐기는 3D 콘텐츠 다수를 빠르게 제작하여 신촌역 내의 디스플레이 전체에 게시하였다. 전에는 3D 콘텐츠 제작을 위해 외주업체에 의뢰해야 수천만원 내지 억대의 비용을 투자하고 기간 또한 수개월이 소요되었다. 네이션에이 팀이 3D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여 AI 기술로 빠르고 저 비용으로 3D 콘텐츠를 제작하였다. 그 결과 빠르게 축제 소식을 알리는 내용을 3D 콘텐츠로 제작, 신촌역 전체 디스플레이에 3D 광고 콘텐츠를 게시할 수 있었다.
현재 네이션에이의 고객 중 절반 이상이 미국 사용자다.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네이션에이는 신규 서비스도 준비 중으로 ‘헤이디(Hey.D)’라는 글로벌 플랫폼인데 이는 생성형 AI 기술과 3D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3D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공한다.
헤이디는 ‘3D 분야의 유튜브’를 비전으로 기획한 서비스로 누구나 쉽고 빠르게 사용자 주도적인 3D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치 유튜브가 누구나 2D 영상 콘텐츠 제작과 공유를 할 수 있게 했듯이, 네이션에이는 헤이디(Hey.D)를 통해 누구나 3D 콘텐츠 제작과 공유를 하도록 하는 비전을 보여준다. 또한 지금까지 사용자가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던 콘텐츠 전달 방식을 탈피해 생성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직접 참여하여 3D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고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더 높은 몰입감과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다.
네이션에이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음 시리즈 A 투자 유치도 미국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빠르게 성장 중인 네이션에이의 성공 스토리 후속 편을 기대해 본다.
[한경 공동기획 글로벌 AI스타트업 사례연구]
0. 오프닝
1. 마키나락스
2. Claythis
3. 네이션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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