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김성주·배성재 스타 아나 총출동…‘중계 올림픽’ 금메달은 어디?

남지은 기자 2024. 7. 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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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선수들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챗터뷰’가 인기를 끄는 등 올림픽 중계 방송도 달라지고 있다. 에스비에스 제공

“이윽고 내가~”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메달리스트 오상욱이 성시경의 ‘너의 모든 순간’을 부른다. 메달을 딴 기쁨의 세리모니는 아니다. 에스비에스(SBS)가 올림픽 개최 전 미리 촬영해둔 인터뷰 영상 ‘챗터뷰’에서다.

벌써 33회. 100여년이 흐른 올림픽 역사만큼 중계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성과주의에서 벗어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경기 결과 전달보다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문화방송은 누리집에서 ‘미방영 경기’를 볼 수 있게 했다. 문화방송 제공

에스비에스는 ‘챗터뷰’를 통해 선수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했다. 메달을 향한 집념보다는 평소 팬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로 채웠다. 직전 올림픽에서 눈물을 흘린 유도 김원진한테는 “딱 한 번 울 수 있다면?” 같은 질문을 던지고, 탁구 신유빈한테는 “성인이 되고 난 뒤 가장 먼저 한 일” 등을 묻는다. “메달 따고 울고 싶다”(김원진) “운전면허 땄다”(신유빈) 등의 대답에서 시청자들은 선수들의 평소 성격을 읽고 친근하게 느끼며 더욱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에스비에스는 경기 규칙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등 영상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경기를 두루 보고 싶어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취향도 반영했다. 문화방송(MBC)은 텔레비전(TV)에서 방송하지 않거나 경기 시간이 겹쳐 중계를 못하는 ‘미방 경기’를 자사 누리집에서 별도로 중계한다. 올림픽 때마다 “이 경기는 왜 안 보여주느냐” 성토가 쏟아졌는데 편성 제한 없는 온라인에서 그 아쉬움을 더는 것이다. 본방사수가 사라진 시대에 발맞춰 여러 영상을 모아 바로 다시 보게 하는 ‘라이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문화방송 쪽은 “시청자의 세분된 취향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성주, 김대호 전·현직 아나운서를 중심으로 한 문화방송 캐스터+해설위원들. 문화방송 제공

경기를 쉽게 이해시켜 재미를 키우는 데도 신경 썼다. 한국방송(KBS)은 이번 올림픽에서 인공지능(AI) 스포츠 중계 보조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수영에서 한국 선수의 레인을 자동 감지하고, 펜싱에서 코더 득점 그래픽, 양궁에서 실시간 데이터 등을 빠르게 전하겠다고 한다. 한국방송은 “1채널에서는 세계적인 관심 경기와 비인기 종목 경기를 중계하고, 2채널에서는 우리나라 선수 경기를 중심으로 중계하는 등 두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배성재 전 아나운서를 중심으로 한 에스비에스 캐스터+해설위원들. 에스비에스 제공

에스비에스 배성재, 문화방송 김대호, 한국방송 전현무까지 각사의 전·현직 유명 아나운서를 내세운 경기장 밖 중계 경쟁도 치열하다. 문화방송은 예능부터 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를 해설해온 김성주 전 아나운서의 노련미에 이번에 처음으로 스포츠 중계에 도전하는 김대호 아나운서의 신선함을 더해 중계 부문 금메달을 노린다. 한국방송 전현무와 에스비에스 배성재의 ‘역도 중계 대결’은 주요 경기 이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사다. 전현무는 스포츠 중계 자체가 처음이고, 배성재는 다양한 스포츠를 중계했지만 역도는 처음이다. 전현무는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역도 국가대표 박혜정 선수를 만나기도 했다. 박 선수는 역도가 비인기 종목이어서 중계도 잘 안 해준다고 토로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관심 종목으로 급부상했다.

전현무를 중심으로 한 한국방송 캐스터+해설위원들. 한국방송 제공

해설위원들도 친근한 인물을 내세워 보고 듣는 재미에도 신경 썼다. 한국방송은 전 골프전수 박세리와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인기를 얻은 김준호(펜싱), ‘피지컬100’ 시즌2(넷플릭스)에 출연한 이원희(유도) 등을 섭외했고, 문화방송은 이대훈(태권도), 조준호(유도), 김현우(레슬링), 에스비에스는 박태환(수영)과 이용대(배드민턴) 등을 내세웠다. 김현우와 박세리는 올림픽 중계 데뷔전이다. 패션모델 이현이와 송해나(한국방송),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과 유튜버 침착맨(에스비에스) 등 방송인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코미디언 김민경이 27일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단체 결선에서 한국방송 해설위원으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방송사들이 올림픽 광고 특수 등을 고려해 중계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화제성에 치중한 전략들이 전문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개막식에서 비전문 스포츠 해설자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해서 캐스터가 바로 잡는 일도 있었다. ‘1박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개그콘서트’(이상 한국방송)와 ‘그것이 알고 싶다’ ‘런닝맨’ ‘미운 우리 새끼’(이상 에스비에스), ‘복면가왕’ ‘심야괴담회’(이상 문화방송) 등 정규 프로그램은 올림픽이 열리는 3주간 결방한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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