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진구, '적폐'인데도 왜 그의 사람이 되고 싶어질까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배우 진구에게 야성미를 빼면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조폭과 군인 같은 배역을 많이 맡아온 진구는 선역이든 악역이든 언제나 끈끈한 땀냄새가 물씬한 느낌을 선사했다. 유독 그에게만 테스토스테론이 과다 분비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때론 그를 넘어 피냄새가 물씬한 짐승 같은 야생성이 돋보이는 배우. 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선 특유의 야성미에, 응원할 수도 그렇다고 미워할 수도 없는 다각적인 면모로 스며들게 만드는 빌런 황대웅으로 분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합니다'의 황대웅은 분명한 캐릭터다. 드라마 1화 엔딩에서, 차체에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픽업트럭 차량을 거칠게 몰고 진흙이 잔뜩 묻은 워커와 현장복 차림에 어깨까지 찰랑찰랑한 장발을 휘날리며 등장한 모습에서 황대웅이란 인물이 단번에 설명된다. JU건설 창업주 황종욱의 3남 중 막내아들이지만 혼외자라 대우 못 받는 찬밥신세로, 임원부터 시작한 형들과 달리 JU건설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저돌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고속 승진을 해왔다는 황대웅이 어떻게 부사장의 자리까지 왔는지 한눈에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이랄까.
황대웅은 현재까지는 감사팀장 신차일(신하균)에 맞서는 최대 빌런인 것으로 그려진다. JU건설 사장이었다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장남 황건웅(이도엽)을 대신해 사장이 된 차남 황세웅(정문성)이 회사의 실세인 황대웅 라인에 맞서기 위해 신차일을 외부에서 영입한 만큼 황대웅에게 신차일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사내정치의 라인이 다르기도 하지만 황대웅과 신차일의 성향 차이도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종족임을 알 수 있다. 신차일은 정(情)으로 시작되는 느슨함을 경계해 부하직원에게도 깍듯한 존대를 하며 거리를 두는 사람이다. 연민과 감정, 혈연과 지연에 흔들리지 않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비리를 저지르는 이들에게 가차없이 냉혹하다. 황대웅은 이와 정반대. 내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는 무자비할지언정 내 사람이라고 인정한 이들에겐 세상 따스하고 끈끈하다. JU건설 서길표 전무(김홍파)가 횡령을 일삼은 것을 알면서도 어릴 적 자신이 사고칠 때마다 자신을 감싸준 인물이기에 그의 허물을 덮고 가려던 것을 보라.
황대웅이 JU건설의 적폐 중 하나라는 건 분명하다. 인맥에 휘둘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부터 관례를 빙자하여 접대와 뇌물, 리베이트에 능수능란한 모습은 낡은 문화를 고스란히 상징한다. 건설부 차관을 접대하며 황대웅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요즘 세상이 좀 슬픕니다. 정이 너무 없잖습니까. 무슨 밥 한 번 먹는 것도 눈치를 봐야 되고··· 일을 잘 하려면 서로 통해야 하는데 친해질 수가 없는데 어떻게 통하겠습니까?" 그가 말하는 정, 그가 말하는 통하는 사이가 흔히 말하는 '짬짜미'요, 청산해야 할 적폐인 것을 우리는 모두 안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진구가 연기하는 황대웅은 미워하기가 힘들다. 황대웅이란 캐릭터가 낡은 문화를 상징하는 건 맞지만, 적어도 그의 그늘 아래 들어가면 안심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존재한다. 횡령 비리를 일삼던 서길표 전무를 감싸던 황대웅의 모습은 그릇되었지만 여전히 '우리가 남이가' 정신에 경도돼 있는 사람들에겐 믿음직한 상사로 비쳐질 테다. 무엇보다 7화에서 건설 비용 절감 효과가 큰 'J-빔스 프로젝트'에 대해 황대웅이 하는 말이 황대웅이 어떤 신념을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거 완성하면 절감이네 어쩌네 하면서 정리해고 말 나오는 수순 같은데, 한솥밥 먹으면서 회사 일궈온 식구들 잘라내는 게 우리 사장님이 꿈꾸는 JU건설의 미래인가 봐?" 한솥밥 먹으며 회사를 일궈온 부하직원들의 입장에서 황대웅은 황세웅보다 더 믿음직한 리더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
언행은 거칠지언정 직원들의 바람과 고충을 훤히 알고 있고 화끈하고 뒤끝 없는 성격이란 점도, 감사팀 막내 직원이자 사적으로 조카인 윤서진(조아람)을 '꼬맹이'라 부르며 알뜰살뜰 챙기는 모습도 은근히 끌리는 요소. 눈을 휘번덕거리면 살벌하기 그지없지만 느물느물, 건들건들한 태도가 기본 포지션인지라 드라마의 웃음 포인트마다 황대웅이 엮여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놓고 개그 캐릭터인 양재승 상무(백현진)과 콤비를 이루는 것도 그이고, 신차일을 긁으면서 티키타카를 선보이는 것도 그다. 신차일로 인해 감봉 3개월 징계를 받곤 "조의금을 내야 하는데 감봉을 당해 돈이 모자라. 돈 좀 꿔줘라"라고 농담을 던지는 남자라니, 재미나지 않나. 그러니 신차일이 "농담인 것 같아 웃겠습니다. 하!"라고 맞받아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 불과 얼음 같은 캐릭터의 대립이 '감사합니다'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황대웅은 진구가 그간 연기한 캐릭터의 결과 서사를 집약해 놓은 느낌도 든다. 건들건들하면서도 순식간에 사냥감의 목을 잡아뜯을 것만 같던 야생성이 짙었던 영화 '마더'의 진태나 의리파 건달이었던 '26년'의 곽진배, 인간미 넘치고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투철한 '연평해전'의 한상국 하사, 그리고 진구를 뜨겁고도 우직한 남성의 표본처럼 그려냈던 '태양의 후예' 서대영 상사까지, 시대도 장르도 다른 인물들이지만 진구가 특유의 결로 캐릭터를 체화하면서 어딘지 관통하는 결이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황대웅은 그 집약체 같은 느낌이 난달까. 가까이하긴 무섭지만 막상 가까이하면 헤어나오기 힘든 존재를 진구는 찰떡같이 구현 중이다.
배우가 하나의 결로만 여겨지는 것은 양날의 검일 수 있다. 색깔이 분명한 건 좋지만 자칫 한 가지 색으로만 기억될 수 있으니까. 진구에겐 분명한 색깔이 있다. 유독 그에게 군복 입은 역할이 많이 부여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진구는 비슷해 보이는 역할이라도 본능적으로 세심하게 차이를 준 디테일을 그려낼 줄 아는 배우다. 그렇게 진구가 선보이는 캐릭터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휘감기게 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에서 신차일보다 황대웅이 나올 때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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