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넘어야 생기는 '근감소증', 우주인에겐 일주일만에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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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는 발병하는 데 수십년이 걸리는 근감소증이 우주에선 며칠만에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우주의 미세중력이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손실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미세중력 환경에서 이뤄진 근육 칩 연구는 우주의 중력이 근감소증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보여줬다"며 "근감소증은 지구에서 발병하는 데 보통 수십 년이 걸리는데 미세중력은 질병의 진행을 불과 며칠 만에 가속화할 수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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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는 발병하는 데 수십년이 걸리는 근감소증이 우주에선 며칠만에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우주의 미세중력이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손실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응안 후앙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살아있는 인간의 근육 구조를 모방한 인공 칩을 7일간 우주 환경에 노출시킨 뒤 이같은 변화를 확인한 연구 결과를 2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스템 셀 리포츠'에 발표했다.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이 근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우주 수송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학 연구를 위해 국제우주정거장(ISS) 등 우주공간에 가는 우주 비행사는 물론 민간 우주 여행 상품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우주 여행의 문턱이 낮아지고 민간인들도 우주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미세중력 환경에서 근육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는 것은 과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우주는 노화가 일어날 때 생기는 신체 특성을 가속시킨다. 신체가 정상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방해한다. 가장 많은 타격을 받는 것이 근육이다.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인 우주 환경에선 근육을 활발하게 사용하기 어려운 탓에 근육 자체가 위축되거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이번 실험에선 미세중력이 근육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연구자의 발바닥에 작은 칩을 고정한 뒤 우주 환경에서 근육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연구는 ISS 미국국립연구소에서 이뤄졌다. 생체 재료를 사용해 사람 근육의 구조를 재현한 이 칩은 일주일 동안 진행된 연구에서 실제 사람의 근육이 환경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는지 보여줬다.
분석 결과 미세중력 환경은 근육을 구성하는 근세포 형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중력 환경에 노출된 근육은 같은 기간 지구에서 활동한 근육과 비교했을 때 근세포 형성이 훨씬 더디게 진행됐다.
근육에서 발현되는 유전자 활성화와 단백질 구성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근육이 에너지를 얻는 것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는 손상됐으며 지방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는 증가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결국 근육이 재생하는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우주여행을 다녀온 근육은 또 근감소증이 나타난 근육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활동과 유사한 변화가 관찰됐다. 근육의 양과 근력, 근 기능이 모두 감소하는 질환인 근감소증은 통상 60세 이상이 됐을 때 흔하게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번에 미세중력 환경에서 이뤄진 근육 칩 연구는 우주의 중력이 근감소증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보여줬다"며 "근감소증은 지구에서 발병하는 데 보통 수십 년이 걸리는데 미세중력은 질병의 진행을 불과 며칠 만에 가속화할 수 있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우주 환경에서의 근육 능력 감소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약물 치료를 통해 근육에 대한 미세중력의 부정적인 영향을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근육 대신 지방 형성을 활발하게 만드는 대사활동을 방지할 수 있었다. 약물 치료를 받은 근육은 유전자 활성 패턴에서도 지구에서 자라난 근육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사용한 근육 칩을 내년에 다시 우주로 보낼 계획이다. 미세중력이 일으키는 근육 손상을 더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찾기 위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연구를 이끈 후앙 교수는 "근육 칩은 동물이나 인간 실험 없이도 다양한 질병을 연구하고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도구"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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