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스 가이드' 김범, 다듬어져야 할 '뮤지컬 신인'[TF리뷰]
10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김범은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이하 '젠틀맨스 가이드')에서 주인공 몬티 나바로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가문의 백작 자리에 오르기 위해 자신의 서열보다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예측 불가한 구성으로 그려낸 뮤지컬 코미디다.
그렇게 몬티 나바로는 교회 꼭대기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이를 잡아주지 않고 떨어지게 하는가 하면, 얼음을 톱으로 썰어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물에 빠지게 하고 연극 소품용 총을 실제 총으로 바꾸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후계자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기발한 방식으로 후계자들을 한 명 한 명 제거한 그는 결국 백작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한다.
이를 연기한 김범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청년이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면서 출세의 욕망을 드러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데뷔 19년 차의 내공을 맘껏 뽐낸다. 또한 그는 엄청난 양의 대사를 매끄럽게 소화하고 애드리브까지 치는 여유를 보여준다.
2006년 KBS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으로 데뷔한 김범은 그해 MBC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작으로 드라마 '꽃보다 남자' '구미호뎐' '고스트 닥터' '로스쿨' 등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다. 그동안 브라운관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 그는 무대 위에서도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친다.
이렇게 김범은 데뷔 19년 차 다운 경험과 내공으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지만 노래 실력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시작부터 불안정한 호흡과 음으로 보는 이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몬티 나바로의 솔로 넘버가 많지 않은 것과 무대가 진행될수록 안정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뮤지컬 데뷔'가 도전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남게 하려면 빠른 시일 내로 재정비가 필요할 듯하다.
재연 당시 다이스퀴스로 열연한 후 4년 만에 다시 컴백한 정상훈은 그야말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퀵체인지(등장인물이 백스테이지에서 빠르게 다른 의상으로 갈아입는 과정)를 하면서 숨 돌릴 틈도 없는 와중에 각기 다른 후계자들의 개성을 완벽하게 살리는 그의 열연을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상훈은 남다른 캐릭터 표현과 위트 그리고 더욱 노련해진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세속적인 욕망을 가진 몬티 나바로의 연인 시벨라 홀워드 역의 류인아와 몬티 나바로를 사랑하게 되는 다이스퀴스 가문의 피비 다이스퀴스 역의 김아선의 활약도 눈에 띈다. 김범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의 대립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몬티의 회고록을 3D팝업북으로 펼쳐 놓은 듯한 LED 스크린의 활용은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시작과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젠틀맨스 가이드'는 잔인한 연쇄 살인극이다. 잔인하고 공포스럽지 않게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면서 출세의 욕망을 드러내는 몬티 나바로를 통해 상류층의 위선과 인간의 본성을 유쾌하면서도 예리하게 꼬집는다. 10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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