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 난리인데…큐텐, 싱가포르선 ‘K-기획전’ 버젓이

중기부 산하 기관 협업 판촉 행사 진행중
티메프發 유동성 위기, 큐텐 확산 가능성

큐텐 싱가포르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협업한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큐텐 싱가포르 홈페이지 캡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발(發) 위기가 큐텐그룹 전반에 퍼지고 있는 가운데 큐텐이 해외에서 국내 정부 기관과 협업한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GREAT K-WORLD SUPER SALE(훌륭한 K-월드 수퍼 세일)’, ‘K-TOWN’, 등 한국 제품과 관련한 판촉(판매촉진)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티몬·위메프의 현금 부족으로 국내 소비자와 판매자(셀러)들의 피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같은 계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국내 상품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해당 기획전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KOSME), 중소기업유통센터 등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들과 연계한 사업들이다.

큐텐은 2020년부터 중기부·중진공과 협력해 국내 판매자들의 온라인 수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큐텐 계열사들은 중기유통센터와도 협업을 이어왔다.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로 개척을 돕는 ‘판판대로’ 사업이 대표적이다. 중기유통센터는 올해도 2월부터 위메프와 관련 사업을 진행하다, 최근 티메프 사태가 불거진 뒤 사업자에서 위메프를 제외했다.

업계에서는 큐텐 그룹의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국내 정부 기관의 이름을 내걸고 판촉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티메프발 지연 정산 사태로 큐텐그룹 전체가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소비자와 판매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이 당장은 1000억원대 중반, 장기적으로는 ‘조 단위’까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티몬·위메프는 커녕 큐텐그룹의 자금을 총동원해도 갚기 어려운 상황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수년간 적자가 쌓이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도 충분치 않다. 티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티몬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80억원 규모다. 현금화가 가능한 매출채권이나 기타 채권액은 197억원대다. 위메프도 작년 기준 300억원 정도의 현금이나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있다. 큐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9∼2021년 1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봤다. 티몬을 인수하기 전 해인 2021년에는 누적 결손금이 4300억원을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에서는 특히 돈의 흐름이 중요한데, 한번 막히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며 “큐텐그룹 차원에서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에서 자금 수혈을 제때 못하면 티몬과 위메프의 사태가 글로벌 큐텐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도 티메프 사태가 큐텐을 비롯해 싱가포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큐텐은 싱가포르 현지 매체의 질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싱가포르 소재 투자자문업체 대표는 “싱가포르에서는 워낙 금융당국의 처벌이 강해서 정산 이슈가 발생하면 한국 판매자부터 돈이 막힐 것”이라며 “현지에서도 관련 이슈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이후 큐텐 계열에 추가 입점을 지원하거나 홍보를 도와주는 등 관련 사업은 중단한 상태”라며 “큐텐 홈페이지에 관련 배너가 떠있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환불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본사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임세준 기자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