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늘렸지만…하위계층 ’자가 보유율’은 되레 줄었다

류이근 기자 2024. 7. 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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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하위계층 자가율 5%P ↓
강남 중심으로 2년 전 전고점 회복
서울 아파트 한채 값, 지방선 네채
지난 2023년 1월20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4구역에서 소방관들이 잔불을 끄고 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발생한 이날 화재로 가건물 형태의 주택 약 60채가 소실되고 44가구에서 이재민 62명이 발생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맞은편엔 한 채에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들이 세워지고 있다. 연합뉴스

“‘그때 살걸’… 집값 11억 비싸다고 망설이다가 후회막급”, “‘그러게 작년에 집 사자고 했잖아’ 엄마들 울먹… 7개월 만에 전국 집값 상승 전환”, “10평 아파트를 11억 주고 샀다… 다급해진 영끌족 서울로 달려갔다”, “여보 우리집 대박 났어, 7개월새 7억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 ’파죽지세’”.

글귀들이 자극적이다. 흡사 건설사 아파트 분양 광고 같다. 지난 몇 달 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쏟아내는 보수 경제지 기사 제목의 일부다. 눈길을 확 끄는 헤드라인을 단 기사는 식었다 다시 달궈지는 부동산 시장을 중계하려는 건지, 아니면 시장에 불을 지피려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2년 전 꼭짓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달리던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하락세를 멈추고 다시 오르막을 타기 시작했다. 서울, 더 좁게는 강남권이 선두에 섰다. 윤석열 정부가 총선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애써 부동산 규제 완화와 특례 대출로 돈줄을 풀면서 불씨를 살렸다. 이어 경제 매체와 보수 언론이 뒤따라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어느덧 강남권은 전고점에 다다랐다. 정부는 한손에 부동산 띄우기 정책과 다른 한손에 위험 수위까지 차오른 가계대출의 고삐를 조이는 척하면서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시장을 뒤흔들어 놨다. 최근 가격 상승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우려가 커지자 공급 부족이 원인이라는 케케묵은 주술을 다시 읊고 있다.

집값이 상승 추세를 이어갈지 아니면 동력을 잃은 채 다시 하락할지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부침이 있는 가운데서도 주택이란 자산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살펴보면 한 가지 뚜렷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바로 주거 불평등 구조의 심화다.

지난 26일 <한겨레>가 국토교통부의 2022년도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봤더니 2006년에서 2022년 사이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주택 수/가구 수)은 99에서 102로 늘었다. 가구 수 증가보다 주택 수 증가가 좀 더 빨라 주택보급률이 100을 넘어섰다. 또 단순 가구 수를 기준으로 한 주택보급률보다 주택 보급 상황의 변화를 파악하기에 더 나은 지표로 평가받는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비슷한 시기(2005~2022년) 330.4호에서 430.2호로 30% 이상 급증했다. 이 지표 값이 미국은 428호(2021년 기준)로 우리보다 다소 낮고, 빈집이 전체 주택의 13.8%(899만호)나 되는 일본은 492호(2018년 기준)에 이른다.

지난 16년 인구나 가구 수에 견줘 주택이 많이 늘어났지만 전체 가구 가운데 한 채 이상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비율을 뜻하는 ’자가보유율’(주거실태조사 기준)은 61%에서 61.3%(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62.1%)로 변동 폭이 거의 없다.

그런데 소득 계층별로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눈에 띈다. 계층별 자가보유율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소득 하위 계층의 자가보유율은 16년 사이 52.6%에서 47.8%로 줄었다. 대략 5%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이는 실수요 충족과 가격 안정 등을 이유로 지속해서 주택 공급을 늘려왔으나 소득이 낮은 계층에게 상대적으로 돌아가는 몫은 줄어든 탓이다. 소득 대비 집값 상승이 점점 가팔라지면서 특히 저소득층이 저축이나 대출을 통한 주택 구매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기준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 중앙값 기준)이 저소득층은 10배, 고소득층은 6.3배다. 저소득층은 10년 치 연봉을, 고소득층은 6년 치를 한 푼도 쓰지 않고서 다 모아야 각 계층이 소유한 가격 기준 중간에 있는 주택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 소유 주택을 사려면 시간은 훨씬 더 길어진다.

반면 소득 상위 계층의 자가보유율은 같은 기간 76.8%에서 80.5%로 늘었다. 자가보유율이 고소득층에서는 늘고 저소득층은 줄면서 간극이 더 벌어졌다. 소득 계층은 소 득 크기에 따라 전체 가구를 10등분 한 뒤 1~4분위는 하위, 5~8분위는 중위, 9~10분위는 상위로 분류했다.

주거 불평등의 또 다른 양태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 확대다. 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간극은 한층 더 확대될 조짐이다. 최근만 봐도 집값은 서울 그 가운데서도 강남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하는 모양새다.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 이전에 기록한 최고가(전고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 2022년 1월 기준 100)를 보면 지난 7월 15일 강남구는 98.6, 서초구는 97.8, 송파구는 94.8까지 회복했다. 강남 3구를 포함한 강남권 11개 구로 확대하면 그보다 낮은 93.2, 강북권 14개 구는 더 낮은 88.1, 경기도는 86.9, 부산과 인천 등을 포함한 6개 광역시는 86.8를 기록했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가까울수록 상승 폭이 크면서 나타난 결과다.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 전경. 김명진 기자

좀 더 긴 시야로 보면 서울과 지방 간 격차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지방권 대비 수도권으로 비교해봤더니 2012년 1월 2.2배이던 게 지난 6월 기준 2.6배로 커졌다. 이를 수도권 가운데 서울권으로 더욱 좁혀 지방권과 비교해보면 같은 기간 배수는 3.3배에서 4.2배로 커진다. 거칠게 말해 12년 전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으로 지방에서 세 채를 살 수 있었지만 이제 네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집값이 전국적으로 꾸준히 상승한 가운데 지방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더 커서다.

주택의 유형에서도 불평등 구조가 확연해지고 있다. 아파트는 단순히 주택의 한 유형을 넘어서 주거 불평등의 여러 측면을 드러낸다. 주택 가격에서 보더라도 주거 형태를 대표하는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간극은 더 벌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평균 매매가격을 보면 2012년 1월 대비 2024년 6월 단독 주택 가격은 서울에서 61%(전국은 57%) 올랐으나 아파트는 97%(전국은 71%) 뛰었다.

선호도 높은 아파트에 밀려 단독주택은 계속 줄고 있다. 2006년만 해도 전국적으로 단독주택 비중이 44.5%로 아파트(41.8%)보다 많았으나 2022년 기준 아파트 비중이 51.9%(단독주택은 29.6%)로 크게 역전했다.

갈수록 아파트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파트 거주 여부는 계층별로 다르다. 2022년 수도권의 주거 형태를 보면 저소득층은 34%만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데 반해 고소득층은 75%가 아파트에 산다. 수도권 고소득층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16년 동안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또 주목할만한 현상 중 하나는 소득 계층별 자가 거주 여부다.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을 뜻하는 ’자가점유율’이 소득 상위 계층은 2006년 67%에서 2022년 74.2%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계층은 49.7%에서 45.8%로 되레 줄었다. 고소득층의 자가 거주비율은 늘었지만 반대로 저소득층은 줄면서 계층 간 격차도 더 커졌다.

저소득층은 자가보유율이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집이 있는 저소득층 가운데서도 자기 집에서 사는 비율 또한 준 것이다. 이로 인해 저소득 가구의 월세를 중심으로 한 임차 비중이 높아졌다. 전체 저소득 가구 열에 넷 꼴로 다달이 월세를 내면서 사는 형편이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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