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골프백 속 가장 중요한 클럽은… “드라이버 & 퍼터”[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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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건은 드라이버, 퍼터, 웨지 순이라고 답했다.
이와 달리 페닉은 퍼터, 드라이버, 웨지 순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주말골퍼가 자신의 골프백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은 클럽은 드라이버와 퍼터로 나란히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미국 골퍼와 비교하면 드라이버의 중요도를 훨씬 높게 평가했고, 근소한 차이지만 웨지보다 아이언 클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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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골퍼 호건 “드라이버”
유명한 교습가 페닉은 “퍼터”
PGA 톱랭커 ‘이득타수’ 결과
전체 스코어중 퍼트 비중 9%
드라이버가 37%로 ‘압도적’
美 주말골퍼는 ‘퍼터’ 1위 꼽아
“골프백의 14개 클럽 중 가장 중요한 클럽은 무엇일까?”
골프 교습서의 3대 고전으로 꼽히는 ‘하비 페닉의 리틀 레드북(Harvey Penick’s Little Red Book)’의 저자이자 전설적인 골프 교습가로 유명했던 하비 페닉(1904∼1995)이 하루는 고향 후배이자 당대 최고의 골퍼 벤 호건(1912∼1997)에게 물었다.
호건은 드라이버, 퍼터, 웨지 순이라고 답했다. 이와 달리 페닉은 퍼터, 드라이버, 웨지 순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유인즉슨, 드라이버는 많아야 한 라운드에 14번 치지만 퍼터는 최소한 24번 이상 사용하며 300야드 드라이버샷이나 4피트(약 1.2m)짜리 짧은 퍼트나 골프에서는 똑같이 1타로 계산되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퍼팅이 드라이버샷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은 이후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디오픈)을 네 차례나 제패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골퍼 바비 로크(1917∼1987)의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You drive for show but putt for dough)”이라는 말까지 더해지면서 마치 절대적인 진리인 양 오랜 시간 동안 받아들여져 왔다.
지난 2008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마크 브로디 교수가 처음 소개한 ‘이득타수(strokes gained)’ 분석에 따르면 그동안 퍼팅의 중요성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과대 평가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득타수란 골퍼의 기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서로 다른 골프 기술들을 상호 비교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골프 경기 통계다. 브로디 교수에 따르면 퍼팅과 비교해 드라이버샷의 상대적 중요도가 투어 프로들의 경우 약 5배, 아마추어골퍼는 4배가량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디 교수가 PGA투어 상금랭킹 상위 15위 이내 골퍼들의 이득타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스코어에서 퍼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9%에 불과했다. 반면 드라이버는 3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페닉은 틀렸고 호건이 맞았다.
그렇다면 일반 아마추어 주말골퍼들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2019년 미국에서 3500명 넘게 참가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주말골퍼들은 자신의 14개 클럽 가운데 퍼터를 가장 중요한 클럽으로 꼽았다.
무려 57%가 넘는 골퍼가 퍼터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드라이버(15.1%), 웨지(11.2%), 아이언(3.9%), 하이브리드(3.7%), 페어웨이우드(2.1%) 순으로 나타났다. 페닉과 로크의 영향으로 퍼팅의 중요성에 대한 과대평가가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주말골퍼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해 필자의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으로 약 2주에 걸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415명의 골퍼가 조사에 응했는데 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가 83%로 가장 많았다. 핸디캡은 80타대의 골퍼가 4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90타대(35%), 70타대(14%) 순이었다. 구력이 5년 이상인 골퍼가 전체의 73%나 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주말골퍼가 자신의 골프백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은 클럽은 드라이버와 퍼터로 나란히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전체 골퍼의 29%가 두 클럽을 선택했다. 다음으로 아이언(20.6%), 웨지(19%), 하이브리드(1.4%), 페어웨이우드(0.7%)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 골퍼와 비교하면 드라이버의 중요도를 훨씬 높게 평가했고, 근소한 차이지만 웨지보다 아이언 클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달랐다. 이러한 차이는 아마도 미국과 한국의 골프 코스 세팅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한국의 골프장은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웬만한 해저드 지역에도 오비(OB) 말뚝을 박아놓는 경우가 많아 티샷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뿐 아니라 그린이 작은 투 그린 시스템을 채택한 골프장이 많고, 그린 주변 러프도 길지 않아 웨지보다는 아이언 클럽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었을 공산이 크다.
최우열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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