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게 하려면?’
[상황 1] 제조업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입사 3년차이다. 생산 현장의 대부분 공정에 대해 이해 수준이 높고, 항상 적극적이고 집요한 성격으로 많은 현장의 문제를 해결했다. 공장 내 가장 많은 제안을 했고, A씨가 개선한 과제를 정리한 매뉴얼만 10개가 넘었다. 항상 웃는 얼굴에 사람들과 친화력도 강하고 겸손해서 입사 2년차부터 공장에서 가장 높은 평가 등급을 받았고, 2년 연속 공로상을 수상하였다. A씨의 연봉은 S등급 성과급을 받았지만, 약 3500만원 수준이었다. 같은 공정의 35년차 선배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하는 수준이고, 출퇴근 시간을 확실하게 지킨다. 항상 평가에서 B등급을 받지만 연봉은 1억원이 넘는다. 성과는 A씨가 높지만 보상은 3배 수준이다.
[상황 2] 입사 동기인 B씨와 C씨는 동일한 연봉을 받는다. 회사는 평가제도를 통해 등급이 높은 직원과 낮은 직원의 성과급 차이를 두고 있지만, 연봉의 1/100 수준도 안된다. 동일 직위에서 성과가 높은 직원이 가장 낮은 직원에 비해 50만원 정도 더 받는 상황이다. B씨는 R&D 부서로 배치되어 여러 프로젝트를 개발하였다. 현재 회사의 주력 사업의 절반 이상은 B씨가 개발한 신상품이다. 매년 2건 이상 신제품을 개발했는데, 작년 1건 개발했다고 평가 등급이 B가 되었다. 반면 C씨는 고객 서비스 부서로 배치되었다. 하루 종일 고객 전화를 받고, 가끔 직접 현장에 가서 고객의 소리를 모니터링한다. 수많은 고객들의 불평 불만에 응해야 하고, 가끔 막말과 상처 주는 말을 들어야 한다. 작년 서비스 공로상을 받았고 평가 등급도 S가 되었다. 입사 5년차인 B씨와 C씨의 연봉은 차이가 없지만, 평가 등급 차이로 인해 C씨가 40만원 정도 더 높았다. 지난 주 B씨는 현 연봉의 2배 이상과 과장 직위를 보장하겠다는 헨드헌터의 전화를 받았다.
[상황 3] D팀장의 직위는 과장이다. 과장이지만, 성실하고 창의성이 높으며 업적이 높기 때문에 팀장으로 발탁 승진되었다. 팀내 차부장도 있지만, D팀장은 따뜻한 리더십으로 큰 무리 없이 팀을 잘 이끌었다. 팀장이 되고 첫해 평가 등급은 B등급이었다. 팀장군으로 평가받은 첫 해이고, 팀장 중에서 가장 직위가 낮았기 때문에 D팀장은 평가 결과를 인정하였다. 문제는 과장의 보상 체계를 적용 받아 팀장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B등급을 받은 팀의 차장과 부장에 비해 연봉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팀원으로 있으면 S등급을 받아 연봉이 많이 높아지는데, 팀장이 되어 B등급을 받아 고생과 책임은 많아지고 연봉은 떨어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D팀장은 CEO에게 팀원으로 보직해임을 요청하였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근속년수가 오를수록 급여가 오르는 호봉제 상황에서는 대기업의 경우, 1년차와 30년 차의 연봉은 거의 2.5~3배 수준이 된다. 물론 30년차가 1년차에 비해 회사 기여도와 생산성이 3배 이상이면 논란의 여지가 적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직장에게 ‘어느 직원과 근무하길 원하는가?’ 물으면 대부분 젊은 직원들과 근무하기를 희망한다.
사람이 중심인 평생직장의 시대에서는 한번 입사한 직원들의 회사와 직무에 대한 충성심이 성과의 큰 원동력이었다. 한 직장에서 여러 직무를 수행하면서 전체를 보며 의사결정을 하고 업무를 수행한다. 생산 현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밸류체인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문제가 발생시 해결 역량이 높다. 자신이 속한 조직과 직무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 회사가 위기 상황에 한 마음이 되어 위기를 헤쳐 나간다. 이들은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신의 젊음을 다 바친 곳이 회사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회사가 가서 근무하라고 하면, 처음 하는 직무이지만, 불만 없이 가서 묵묵히 배워가며 수행한다.
시대가 바뀌어 가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저런 직무를 수행하며 한 직장에 머물지 않는다. 국가기관 또는 공기업이 아닌 이상 강제적 직무 순환을 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중소기업의 경우, 여러 직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대부분 연관성 높은 직무 중심으로 이동한다. 직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업 인사가 전환되었다. 물론 경영자로 성장할 인재에 대해서는 발탁이나 소수 핵심인재를 정해 전략적 선발과 유지관리를 통해 육성한다. 외부에서 검증된 인재를 영입하기도 한다. 또한, 채용 보다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입사한 직원들은 성장 없는 근무를 원하지 않는다. 보상 못지않게 정체 없는 성장을 이끄는 회사를 선호한다. 눈치를 보며 알아서 일을 찾아 행하는 기존 세대에 비해 워라밸을 강조한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몰입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남의 일에 대해서는 관심이 거의 없다. 자신이 한 일과 성과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치되길 강조한다. 공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이들은 주어진 일만 할 뿐 도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래 근무하려고 하기 보다 기회가 되면 과감히 떠난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기 위해서는 3가지 조치가 중요하다.
첫째, 성과 관리 체계의 구축이다. 성과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임직원이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목표 설정과 조정, 발표 점검 피드백 면담을 통한 과정 관리, 기록에 의한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가 구축되어 실행되어야 한다.
둘째, 직무의 가치, 성과 정도에 따른 보상제도의 마련이다. 지금과 같은 호봉제에서는 평가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직무와 성과 정도에 따른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보상체계를 마련하여 실행해야 한다.
셋째,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 정착이다. 성과가 있으면 보상이 따른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성과가 높은 직원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차별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 해야 한다. 사람 중심의 기계적 구분이 아닌 성과와 직무 가치에 따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인사 철학과 원칙이 조직문화로 정착될 때, 채용부터 퇴직까지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인사가 운영될 수 있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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