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한 코넥스시장 활성화, 기업·투자자 발길 '뚝'
하루 평균 거래대금 20억원 그쳐, 주가 발견 기능 '마비'
코스닥 이전상장 '사다리' 역할도 상실
코넥스 시장을 찾는 기업의 발길이 뜸해졌다. 투자자 외면 속에 주식 거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가 발견 기능도 상실해 사실상 모험 자본시장 기능이 마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 기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맡아 출범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갈수록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말까지 코넥스 시장에 신규 상장한 곳은 세븐브로이맥주, 팡스카이 등 2곳에 그쳤다. 지난해 7월까지 10곳이 신규 상장한 것과 비교된다.
시장 개설 이후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코넥스 신규 상장사가 가장 적었던 시기는 지난 2021년이다. 당시 7월까지 2곳만 상장했고, 일년 동안 상장은 7곳에 그쳤다.
코넥스 시장이 코스닥 이전상장·자금 조달 창구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코스닥 시장으로 직행하는 걸 선호하는 기업이 많아진 결과다. 특례 상장 제도 등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 문턱이 낮아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세븐브로이맥주와 팡스카이는 역시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하다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자 뒤늦게 코넥스 시장로 선회한 곳이다.
코넥스 시장은 2013년 개설된 중소기업 전용 자본시장이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초기 중소벤처 기업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는 시장으로 기대받았다. 하지만 코넥스 시장을 향한 투자자 외면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코넥스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2020년부터 20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거래가 전혀 없는 곳도 부지기수다. 25일 기준 거래가 전혀 없었던 곳은 22곳으로 전체 123곳의 17.9% 달했다. 이들 포함 거래량이 10주 미만인 종목은 44곳(35.8%)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가 코넥스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소액투자 전용 계좌 제도를 만들고 스케일업 펀드를 조성하는 등 각종 방안을 내놓았지만, 투자자의 발길을 되돌리진 못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코넥스 상장사는 향후 코스닥 시장 상장에 대비해 유통 주식 수를 크게 늘리지 않는 편”이라며 “투자자 관심도 낮고 유통 주식 수도 적다 보니 주가가 왜곡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말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한국피아이엠은 시가총액 1460억원으로 코넥스 시총 3위다. 다만 상장 이후 11개월 동안 전체 거래 주식 수는 183건, 거래대금은 62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는 상장 이후 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아닌 자산가치 및 수익가치를 활용한 가치평가로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주가가 의미가 없어서다. 가장 최근 유상증자에서 주당 가격은 8200원으로 책정됐다. 현재 한국피아이엠 주가는 3만1200원으로 4배 가까이 부풀려진 셈이다.
코넥스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우량 기업이 코넥스 시장을 거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상장 사다리’ 역할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올해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기업 수는 급감했다. 2021년 13곳, 2022년 6곳, 2023년 7곳에서 올해 7월까지 1곳에 그쳤다. 곧장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기업이 늘어난 데다 코넥스 상장사여도 상장 예비 심사 과정에서 별다른 혜택을 받지 않아서다.
코스닥 이전상장을 도전하는 기업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코넥스 시장에서 상장폐지 기업은 늘어나고 있다. 코넥스 시장에서 상장 폐지(합병 제외)된 기업은 지난 2021년 5곳, 2022년 7곳, 2023년 10곳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5곳이 코넥스 시장을 떠났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의 존재 의미를 새롭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단순히 코넥스 시장만을 바라보기보단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시장 등과 K-OTC 등 장외 시장과 관계를 종합해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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