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트럼프 '친비트코인 대통령' 발언에도 가상자산 업계 시큰둥한 이유는?

권애리 기자 2024. 7. 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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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월요일 친절한 경제 오늘도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미국 대선후보로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자산, 특히 비트코인에 대한 파격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또 지원까지 약속했다고요.

<기자>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명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 공화당 대선 후보 : 미국이 세계의 가상자산 수도이자 '비트코인 초능력의 나라'가 되게 할 겁니다. 가상자산이 미래를 결정짓는다면, 미국에서 채굴되고, 만들어져야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 시간으로 어제(28일) 새벽에 미국 테네시주에서 열렸던 2024년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섰습니다.

유력 국가의 대통령 후보가 가상자산 업계 행사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우리가 본 적이 없죠.

자신이 집권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미국 정부보다 관련 규제를 훨씬 완화하겠다.

지금 정부에서 비트코인 규제를 담당해 온 고위 관리를 해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비트코인 채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도 확실히 밝혔고요.

지금 미국 정부는 범법자들에게서 압수한 비트코인을 21만 개, 전 세계 공급량의 1% 정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물량과 앞으로 정부가 갖게 될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쌓아두겠다,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먼저 그러지 않으면 중국이 장악할 거다, 지금은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까지 소환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 공화당 대선 후보 : (미국 기존 보유·향후 획득할 비트코인을) 100% 비축하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요. 이게 사실상 국가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물량의 핵심이 될 겁니다!]

<앵커>

그럼 가상자산시장에서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비트코인의 어제 하루 가격 추이를 보면, 연설 시작하기 좀 전에 가격 상승세가 제일 크게 나타났고요.

연설 도중에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는 언급이 나올 때 다시 급등세가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하락했습니다.

왜냐, 사실 어제 연설 전에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미국의 준비자산으로까지 언급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대외 결제를 위해서 쌓아두는 자산, 달러 같은 기축통화나 금 대표적인 준비자산입니다.

한 마디로 전 세계가 어떤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현금 기축통화 같은 거래 수단이라야 준비자산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세계적인 위기가 와서 환율이 요동친다, 그럴 때 상대 국가에 "비트코인으로 줘도 되겠니?" 해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만약에 트럼프 후보가 비트코인을 미국의 준비자산으로 인정했다면 그의 당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엄청난 파장이 일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정도 발언은 나오지 않았고요.

비트코인의 구체적인 위상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언급하고 넘어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대는 더 컸던 만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사실 전 세계 웬만한 나라들은 국가가 권위를 가지고 독점적으로 발행하는 나라별 통화의 위치를 넘본다는 철학에서 출발한 가상자산·가상화폐를 여전히 크게 경계합니다.

특히 비트코인이 전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의 위치를 침범할 수 있다.

이런 담론들을 제일 싫어하는 미국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이 정도로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말들을 쏟아냈다는 건 작은 일은 아닙니다.

트럼프 후보는 자기가 집권할 동안에는 미국 연준이 비트코인과 경쟁할 수 있는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일도 절대 없을 거라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트럼프 후보가 이렇게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말들을 쏟아내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한 마디로, 가상자산 업계의 정치적인 영향력이 그 정도로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돈에 엄청난 로비력이 생긴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말부터 후원금을 가상자산로도 받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 여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비트코인 콘퍼런스의 초대는 거절했지만요.

가상자산 업체들과 개별적으로 만나기 위해서 조율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가상자산 업계가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가 너무 강했다고 보고 있는데, 이런 상태는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무소속 후보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매일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550개씩 사겠다, 얘기하기도 했고요.

한 공화당 상원 의원은 지금 미국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다섯 배를 비축하자고 트럼프 후보 연설 직후에 연설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의 계절에만 나타날 한시적인 모습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가상자산 업계의 입김이 너무 커진 미국 분위기가 읽힙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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