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일성 너머 태양이 된 김정은…갑자기 후계자 김주애가 모습 감춘 이유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7. 29. 09:03
[교양이를 부탁해]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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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에서 태양절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근데 이런 현상과 더불어 나타난 게 뭐냐, 김정은을 태양으로 지칭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태양절 : 북한에서 1912년 4월 15일에 김일성이 출생한 것을 기념하는 날. 국가적 명절로 대대적인 축하 행사가 열리며 보통 이틀의 연휴를 실시.
태양으로 지칭되던 김일성을 일정 부분 지우고 김정은이 태양으로 부상하고 싶어 한다? 김정은이 김일성을 넘어서고 싶어 한다라는 의미로 해석이 될 수가 있는 거죠.
이와 관련해서 5월 21일에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이라는 게 열렸는데 이때 이 건물 외벽에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김정은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린 모습이 포착됐어요.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걸린 건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는 건데 김정은의 초상화까지 3대가 나란히 걸린 초상화가 공개된 건 처음이었습니다. 즉,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얼마 전에 끝난 6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김정은 초상휘장이 등장합니다. 노동당 전원회의에 나온 간부들을 보니까 김일성, 김정일 얼굴이 들어 있는 배지, 이걸 주로 달고 다니는데 이게 김정은 초상휘장으로 바뀌었어요. 김일성, 김정일 배지 대신에 김정은의 배지를 단다? 이건 김일성, 김정일을 넘어서서 김정은이 독자적인 리더십을 훨씬 더 강화해 가고 있다, 이런 증표로 읽히는 거죠.
올해 3월 15일에 김정은 부녀가 항공육전병 훈련을 참관했습니다. 항공육전병이라는 게 우리식으로 말하면 공수부대인데, 이 훈련을 참관한 거예요. 그런데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날 하늘에서 바람이 굉장히 세게 불었던 것 같아요. 수송기에서 북한 군인들이 뛰어내리자마자 낙하산이 거의 수평으로 날아가는 게 보입니다. 낙하산들이 엉키면서 낙하산들이 펴지지 않은 채 지상으로 떨어지는 군인들도 있었고요. 그렇다면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은데 왜 훈련을 강행했느냐라는 거죠.
3월 15일에 김정은 부녀는 오전에는 공수부대 훈련을 참관했고요. 오후에는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이라는 데 참석합니다. 이 행사에도 김정은 부녀가 참석하거든요. 이날 행사에서 지금 후계자로 얘기가 되고 있는 김주애의 위상과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한 선전 활동들이 포착됩니다. 북한군 장성들이 쭉 보고 있는 이 참관대 한가운데서 김주애가 망원경으로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이 보입니다.
*강동종합온실 : 첨단 기술이 도입된 현대식 온실 농장으로 북한은 '김정은 시대의 대기념비적 창조물'로 홍보
북한군 장성들이 서 있는 가운데에서 망원경으로 훈련을 참관한다. 이거는 최고 지도자가 한 행동이잖아요. 그런데 그 행동을 김주애가 함으로써 '아, 다음 후계자는 군을 지도하는 후계자는 김주애다' 이런 이미지를 만든 측면이 있고요. 또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에 가서 갔을 때 북한 매체들이 뭐라고 보도했냐면 '향도의 위대한 분들' 이렇게 표현합니다.
여기서 이 향도라는 표현, 길을 인도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을 인도해 간다는 거니까 결국 북한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뜻인데, 지금까지 북한 매체에서 향도라는 표현은 조선노동당 또는 최고 지도자한테만 썼던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향도라는 표현을 김정은뿐만 아니라 김주애에게까지 썼다는 건 장차 북한을 이끌어갈 지도자는 김주애다라는 선전 활동의 일환이라고 볼 수가 있겠죠.
그런데 김주애가 공수부대 훈련 이후에 2개월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독재 체제지만 열몇 살짜리한테 훈련 보여주려고 군인들이 수십 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잖아요. 북한 주민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거고 소문이 퍼져가면... 그러니까 북한도 그걸 의식해서인지 2개월 정도 김주애가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5월 30일에 초대형 방사포 사격이 있었습니다. 김정은이 이날 군부대 훈련을 지도했는데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이날 김주애가 동행한 걸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을 쫙 보다 보니까 모니터 화면에 김주애 모습이 살짝 비친 게 포착됩니다.
그러면 이게 무슨 이야기냐, 김주애가 김정은의 현지 지도에 동행했는데 일부러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죠. 김정은의 딸이 갔는데 왜 보도를 일부러 하지 않았을까. 이 부분은 우리가 두 가지 포인트에서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김주애가 공개 석상에 등장하고 나서 김정은을 굉장히 많이 따라다녔죠. 그러면서 '김정은의 유력한 후계자는 김주애다' 하는 정도까지 이제 가 있는 거고요. 김정은의 후계자는 여동생인 김여정이 아니라 자식인 김주애한테 간다, 이런 것도 대내외에 어느 정도 공인이 돼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는 노출에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해볼 수가 있어요. 사실 열몇 살 정도밖에 안 되는 애를 후계자라고 해서 데리고 다니는 게 북한 주민들 보기에도 그리 과히 좋아 보이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죠.
두 번째 포인트는 김주애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김정은의 현지 지도에 안 따라다니고 있다, 이렇게 볼 수는 없다는 겁니다. 여전히 김정은의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북한이 지금 주민 통제를 강화한다는 게 사상적인 측면,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한류에 빠져 있는 청년 세대나 중장년 세대의 머릿속 생각을 바꾸겠다, 그래서 예전처럼 김일성 일가에 대해서, 김정은에 대해서 절대 충성하는 쪽으로 머리를 뜯어고치겠다는 측면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한 민간 단체가 입수한 북한 내부의 동영상 교육 자료를 보면 남한 드라마를 보고 유포한 고급 중학교 학생, 즉 우리 식의 고등학생이 남한 드라마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른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른 조치인데요. 북한이 최근 들어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이른바 3대 악법을 만들어서 남한 드라마, 영화, 노래 듣고, 보고, 유포시키고, 남한 말투 배우고 이런 거 하면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엄청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법은 그런데 실제로 정말 죽이기까지야 하겠어?'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근데 올해 북한 인권 보고서를 보면 실제로 남한 드라마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당한 사례를 봤다는 탈북민 증언이 수집됐습니다.
이것 말고도 전방위적으로 남한 문화를 단속하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결혼식 날 신랑이 신부를 업거나 신부가 흰 드레스를 입어도 반동이다, 이런 교육이 행해지고 있다고 그래요. 남한 문화 따라 한다는 거죠. 즉, 남북 관계 단절 조치에 나서면서 한류에 빠져들고 있는 청년 세대, 중장년 세대가 한류를 소비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거죠.
또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남북을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을 하고 나서 남북 관계 단절 조치를 계속하고 있죠. 경의선 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깔고 철로를 아예 철거해 버리고 가로등을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최근 들어서 또 특이한 현상 중의 하나는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북한군들의 작업이 굉장히 많이 증가했어요.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새로 매설하고 거기를 풀을 다 쳐가지고 황무지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 북한군이 남쪽으로 귀순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이렇게 보는 게 지금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그러니까 지뢰 매설하면 휴전선을 넘어가기 어렵죠. 그리고 수풀이 우거져 있으면 북한군이 숨어서 내려오는 걸 감시하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풀을 다 치워놓으면 잘 보일 거 아닙니까? 이런 것들도 종합적으로 보면 북한이 남북 관계 완전 단절 조치에 나서면서 휴전선에서도 혹시라도 북한군이 남쪽으로 넘어가거나 하는 이런 조치를 차단하기 위한 단절 조치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 이렇게 해석이 됩니다.
Q. 김정은은 계속 자기의 우상화를 굉장히 강조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실제 주민들의 진짜 먹고사는 게 지금 없는 거잖아요. 이 문제는 지금 어떻게 해결이 되고 있는 건가요?
김정은은 일단 본인 생각으로는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안 좋으니까. 올해 들어서 김정은이 북한 대내 정책으로 가장 중점적으로 또 발기하고 있는 정책이 지방 발전 정책입니다. 이른바 '지방 발전 20X10 정책'. 매년 전국의 20개 시군의 현대적인 경공업 공장, 옷 공장, 식료품 공장 이런 걸 만들어서 10년 안에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한 단계 향상하겠다는 정책입니다. 그래서 올해 첫해로 실제 20개 지역에서 공장이 건설되고 있어요. 전국에서 군인 수만 명이 투입돼서 스무 군데에서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공장이 완공되면 공장이 돌아가야 될 거 아니에요. 근데 이 부분에 대해서 김정은이 뭐라고 했냐면 공장은 중앙에서 건설해 주는데 '운영하는 건 지방의 행정 경제 일꾼들이 알아서 해야 된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지방의 행정 경제 일꾼들이 운영을 못 해서 물건을 못 만들어내면 그거는 죄악이다라고까지 얘기를 합니다. 처벌받는다는 경고라고 봐야 되겠죠.
북한이 얘기하는 경공업 공장의 원료는 기본적으로 다 밭에 작물을 심어서 마련하라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또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북한판 파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지금 북한의 각 지역별로 중앙에서 지시가 내려오니까 원료 부지를 확보하는 게 큰 과제예요. 그러다 보니까 동네에 있는 공동묘지까지 수용을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주민들한테 할당을 줍니다. 씨를 주고 '가을에 수유나무, 피마자 얼마씩 바쳐' 이렇게 할당을 주는 거죠. 근데 어디다 심겠습니까? 북한 주민들이 대개 산에 불법적으로 개간한 토지, 소토지라고 부르는 거기에 옥수수 같은 거 심어서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고 먹고삽니다. 옥수수 심던 자리에다가 수유나무, 피마자를 심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먹고사는 게 중요한데 옥수수 심을 땅이 줄어드니까 불만이 생겨날 수밖에 없겠죠.
그러니까 북한과 같은 독재 체제에서는 김정은이 한 마디 하면 토를 달 수가 없잖아요. 김정은은 어떤 대대적인 공장 건설을 통해서 지방 주민들의 생필품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가지 지금 난관이 있고 잘 안 돌아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이 제대로 보고되지는 않을 거 같고요. 이런 부분들이 올해, 내년이 지나가면서 어떤 식의 부작용들로 드러날지는 좀 지켜봐야 될 대목인 것 같습니다.
올해 북한이 수차례에 걸쳐서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살포했죠. 우리 통일부가 오물풍선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분석해 봤어요. 소위 쓰레기를 모아서 보내는데 양말, 장갑, 마스크 이런 부스러기가 왔는데 양말은 보니까 몇 번씩 꿰맨 거. 그리고 장갑, 마스크도 옷감을 덧대서 만든 이런 것들이 들어있었어요.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 그대로 드러났고요.
또 여러 가지 퇴비 같은 흙도 막 집어넣어서 보냈는데 그 토양에서 기생충이 검출됐습니다. 그리고 사람 유전자도 검출이 된 걸로 봐서 이 기생충이 인분에서 유래된 걸로 보인다라고 분석이 됐습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북한은 비료가 부족하잖아요. 화학 비료가 부족하니까 인분을 퇴비로 많이 활용하거든요. 근데 북한 주민들이 먹고살기 힘든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데요. 90년대 중반에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라는 게 있었죠.
*고난의 행군 : 북한에서 1995년~1999년 사이에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와 극심한 경제난으로 약 10만~40만 명 사이의 대규모 아사가 발생한 사건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 교양이 노트
- 김정은의 우상화? 이젠 김주애 후계자 굳히기에 나선 북한
- 유학 나간 북한 '최상위 계층' 다 불러들인 김정은의 속사정
- 경제 반전 노렸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
- 오물풍선에 담긴 북한 주민들의 궁핍함
올해 북한에서 태양절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근데 이런 현상과 더불어 나타난 게 뭐냐, 김정은을 태양으로 지칭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태양절 : 북한에서 1912년 4월 15일에 김일성이 출생한 것을 기념하는 날. 국가적 명절로 대대적인 축하 행사가 열리며 보통 이틀의 연휴를 실시.
북한 조선중앙TV (2020년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행진 중")
주체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
태양으로 지칭되던 김일성을 일정 부분 지우고 김정은이 태양으로 부상하고 싶어 한다? 김정은이 김일성을 넘어서고 싶어 한다라는 의미로 해석이 될 수가 있는 거죠.
이와 관련해서 5월 21일에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이라는 게 열렸는데 이때 이 건물 외벽에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김정은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린 모습이 포착됐어요.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걸린 건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는 건데 김정은의 초상화까지 3대가 나란히 걸린 초상화가 공개된 건 처음이었습니다. 즉,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얼마 전에 끝난 6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김정은 초상휘장이 등장합니다. 노동당 전원회의에 나온 간부들을 보니까 김일성, 김정일 얼굴이 들어 있는 배지, 이걸 주로 달고 다니는데 이게 김정은 초상휘장으로 바뀌었어요. 김일성, 김정일 배지 대신에 김정은의 배지를 단다? 이건 김일성, 김정일을 넘어서서 김정은이 독자적인 리더십을 훨씬 더 강화해 가고 있다, 이런 증표로 읽히는 거죠.
김정은의 우상화? 이젠 김주애 후계자 굳히기에 나선 북한
올해 3월 15일에 김정은 부녀가 항공육전병 훈련을 참관했습니다. 항공육전병이라는 게 우리식으로 말하면 공수부대인데, 이 훈련을 참관한 거예요. 그런데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날 하늘에서 바람이 굉장히 세게 불었던 것 같아요. 수송기에서 북한 군인들이 뛰어내리자마자 낙하산이 거의 수평으로 날아가는 게 보입니다. 낙하산들이 엉키면서 낙하산들이 펴지지 않은 채 지상으로 떨어지는 군인들도 있었고요. 그렇다면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은데 왜 훈련을 강행했느냐라는 거죠.
3월 15일에 김정은 부녀는 오전에는 공수부대 훈련을 참관했고요. 오후에는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이라는 데 참석합니다. 이 행사에도 김정은 부녀가 참석하거든요. 이날 행사에서 지금 후계자로 얘기가 되고 있는 김주애의 위상과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한 선전 활동들이 포착됩니다. 북한군 장성들이 쭉 보고 있는 이 참관대 한가운데서 김주애가 망원경으로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이 보입니다.
*강동종합온실 : 첨단 기술이 도입된 현대식 온실 농장으로 북한은 '김정은 시대의 대기념비적 창조물'로 홍보
북한군 장성들이 서 있는 가운데에서 망원경으로 훈련을 참관한다. 이거는 최고 지도자가 한 행동이잖아요. 그런데 그 행동을 김주애가 함으로써 '아, 다음 후계자는 군을 지도하는 후계자는 김주애다' 이런 이미지를 만든 측면이 있고요. 또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에 가서 갔을 때 북한 매체들이 뭐라고 보도했냐면 '향도의 위대한 분들' 이렇게 표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TV
향도의 위대한 분들께서 당과 정부, 군부의 간부들과 함께 강동종합온실을 돌아보셨습니다.
여기서 이 향도라는 표현, 길을 인도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을 인도해 간다는 거니까 결국 북한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뜻인데, 지금까지 북한 매체에서 향도라는 표현은 조선노동당 또는 최고 지도자한테만 썼던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향도라는 표현을 김정은뿐만 아니라 김주애에게까지 썼다는 건 장차 북한을 이끌어갈 지도자는 김주애다라는 선전 활동의 일환이라고 볼 수가 있겠죠.
그런데 김주애가 공수부대 훈련 이후에 2개월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독재 체제지만 열몇 살짜리한테 훈련 보여주려고 군인들이 수십 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잖아요. 북한 주민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거고 소문이 퍼져가면... 그러니까 북한도 그걸 의식해서인지 2개월 정도 김주애가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5월 30일에 초대형 방사포 사격이 있었습니다. 김정은이 이날 군부대 훈련을 지도했는데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이날 김주애가 동행한 걸로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을 쫙 보다 보니까 모니터 화면에 김주애 모습이 살짝 비친 게 포착됩니다.
그러면 이게 무슨 이야기냐, 김주애가 김정은의 현지 지도에 동행했는데 일부러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죠. 김정은의 딸이 갔는데 왜 보도를 일부러 하지 않았을까. 이 부분은 우리가 두 가지 포인트에서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김주애가 공개 석상에 등장하고 나서 김정은을 굉장히 많이 따라다녔죠. 그러면서 '김정은의 유력한 후계자는 김주애다' 하는 정도까지 이제 가 있는 거고요. 김정은의 후계자는 여동생인 김여정이 아니라 자식인 김주애한테 간다, 이런 것도 대내외에 어느 정도 공인이 돼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는 노출에 어느 정도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해볼 수가 있어요. 사실 열몇 살 정도밖에 안 되는 애를 후계자라고 해서 데리고 다니는 게 북한 주민들 보기에도 그리 과히 좋아 보이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죠.
두 번째 포인트는 김주애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김정은의 현지 지도에 안 따라다니고 있다, 이렇게 볼 수는 없다는 겁니다. 여전히 김정은의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유학 나간 북한 '최상위 계층' 다 불러들인 김정은의 속사정
올해 상반기에 한 민간 단체가 입수한 북한 내부의 동영상 교육 자료를 보면 남한 드라마를 보고 유포한 고급 중학교 학생, 즉 우리 식의 고등학생이 남한 드라마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른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른 조치인데요. 북한이 최근 들어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이른바 3대 악법을 만들어서 남한 드라마, 영화, 노래 듣고, 보고, 유포시키고, 남한 말투 배우고 이런 거 하면 최대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엄청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제4장 반동사상문화배격질서 위반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
제27조 (괴뢰사상문화전파죄)
괴뢰 영화 록화물, 편집물, 도서를 류입하였거나 류포한 경우에는 무기로동 교화형에 처한다.
'법은 그런데 실제로 정말 죽이기까지야 하겠어?'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근데 올해 북한 인권 보고서를 보면 실제로 남한 드라마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당한 사례를 봤다는 탈북민 증언이 수집됐습니다.
동해 목선 탈북민
(남한 드라마) 보다가 현장에서 걸리면 총살까지 하는 게 심해졌고. 19살, 20살, 23살 애들도 총살을 당했습니다.
이것 말고도 전방위적으로 남한 문화를 단속하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결혼식 날 신랑이 신부를 업거나 신부가 흰 드레스를 입어도 반동이다, 이런 교육이 행해지고 있다고 그래요. 남한 문화 따라 한다는 거죠. 즉, 남북 관계 단절 조치에 나서면서 한류에 빠져들고 있는 청년 세대, 중장년 세대가 한류를 소비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거죠.
또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남북을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을 하고 나서 남북 관계 단절 조치를 계속하고 있죠. 경의선 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깔고 철로를 아예 철거해 버리고 가로등을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최근 들어서 또 특이한 현상 중의 하나는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북한군들의 작업이 굉장히 많이 증가했어요.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새로 매설하고 거기를 풀을 다 쳐가지고 황무지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 북한군이 남쪽으로 귀순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이렇게 보는 게 지금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그러니까 지뢰 매설하면 휴전선을 넘어가기 어렵죠. 그리고 수풀이 우거져 있으면 북한군이 숨어서 내려오는 걸 감시하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풀을 다 치워놓으면 잘 보일 거 아닙니까? 이런 것들도 종합적으로 보면 북한이 남북 관계 완전 단절 조치에 나서면서 휴전선에서도 혹시라도 북한군이 남쪽으로 넘어가거나 하는 이런 조치를 차단하기 위한 단절 조치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 이렇게 해석이 됩니다.
이성준ㅣ합참 공보실장
(현재로서는)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뢰나 불모지 작업, 또 전술도로 이런 것까지 다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그러한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 반전 노렸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
김정은은 일단 본인 생각으로는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안 좋으니까. 올해 들어서 김정은이 북한 대내 정책으로 가장 중점적으로 또 발기하고 있는 정책이 지방 발전 정책입니다. 이른바 '지방 발전 20X10 정책'. 매년 전국의 20개 시군의 현대적인 경공업 공장, 옷 공장, 식료품 공장 이런 걸 만들어서 10년 안에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한 단계 향상하겠다는 정책입니다. 그래서 올해 첫해로 실제 20개 지역에서 공장이 건설되고 있어요. 전국에서 군인 수만 명이 투입돼서 스무 군데에서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공장이 완공되면 공장이 돌아가야 될 거 아니에요. 근데 이 부분에 대해서 김정은이 뭐라고 했냐면 공장은 중앙에서 건설해 주는데 '운영하는 건 지방의 행정 경제 일꾼들이 알아서 해야 된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지방의 행정 경제 일꾼들이 운영을 못 해서 물건을 못 만들어내면 그거는 죄악이다라고까지 얘기를 합니다. 처벌받는다는 경고라고 봐야 되겠죠.
북한이 얘기하는 경공업 공장의 원료는 기본적으로 다 밭에 작물을 심어서 마련하라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또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북한판 파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지금 북한의 각 지역별로 중앙에서 지시가 내려오니까 원료 부지를 확보하는 게 큰 과제예요. 그러다 보니까 동네에 있는 공동묘지까지 수용을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주민들한테 할당을 줍니다. 씨를 주고 '가을에 수유나무, 피마자 얼마씩 바쳐' 이렇게 할당을 주는 거죠. 근데 어디다 심겠습니까? 북한 주민들이 대개 산에 불법적으로 개간한 토지, 소토지라고 부르는 거기에 옥수수 같은 거 심어서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고 먹고삽니다. 옥수수 심던 자리에다가 수유나무, 피마자를 심어야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먹고사는 게 중요한데 옥수수 심을 땅이 줄어드니까 불만이 생겨날 수밖에 없겠죠.
그러니까 북한과 같은 독재 체제에서는 김정은이 한 마디 하면 토를 달 수가 없잖아요. 김정은은 어떤 대대적인 공장 건설을 통해서 지방 주민들의 생필품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가지 지금 난관이 있고 잘 안 돌아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이 제대로 보고되지는 않을 거 같고요. 이런 부분들이 올해, 내년이 지나가면서 어떤 식의 부작용들로 드러날지는 좀 지켜봐야 될 대목인 것 같습니다.
오물풍선에 담긴 북한 주민들의 궁핍함
올해 북한이 수차례에 걸쳐서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살포했죠. 우리 통일부가 오물풍선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분석해 봤어요. 소위 쓰레기를 모아서 보내는데 양말, 장갑, 마스크 이런 부스러기가 왔는데 양말은 보니까 몇 번씩 꿰맨 거. 그리고 장갑, 마스크도 옷감을 덧대서 만든 이런 것들이 들어있었어요.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 그대로 드러났고요.
또 여러 가지 퇴비 같은 흙도 막 집어넣어서 보냈는데 그 토양에서 기생충이 검출됐습니다. 그리고 사람 유전자도 검출이 된 걸로 봐서 이 기생충이 인분에서 유래된 걸로 보인다라고 분석이 됐습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북한은 비료가 부족하잖아요. 화학 비료가 부족하니까 인분을 퇴비로 많이 활용하거든요. 근데 북한 주민들이 먹고살기 힘든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데요. 90년대 중반에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라는 게 있었죠.
*고난의 행군 : 북한에서 1995년~1999년 사이에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와 극심한 경제난으로 약 10만~40만 명 사이의 대규모 아사가 발생한 사건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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