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집값 잡는 정책은 왜 항상 실패할까
(시사저널=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집값 잡는 정책이 항상 실패하는 이유는 모든 정책이 결국 돌고 돌아 항상 아파트 공급을 위축시키는 쪽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 조합원들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의 재산을 헐값에 팔거나 개발 차익을 토해 내라는 압박이 된다. 그럴수록 재건축 일정은 뒤로 밀리거나 꼬이게 되고 결국 장기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다. 대출 규제 역시 수요를 위축시키게 된다.
양도세를 강화하면 집을 팔아봐야 차익을 세금으로 다 내게 되니 매물을 오히려 거둬들이게 된다. 결국 장기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금방 생긴다. 취등록세를 높이면 그 규제 대상자들은 집을 사기 어려워지는데 사람들이 집을 사기 어려워진다는 건 새 집을 지어 팔기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새 집을 지어 팔기가 어려워지면 새 집이 지어지지 않고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보유세를 높이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1주택자는 보유세를 높인다고 집을 팔 수는 없을 테니 다주택자들이 무거운 보유세를 견디지 못해 집을 파는 걸 기대해야 하는데,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1주택으로 돌아가면 세입자들이 거주할 집이 없어진다는 게 맹점이다.
우리는 다주택자들이 파는 집을 세입자들이 저렴하게 사들이는 걸 상상하면서 보유세 강화를 외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서울의 아파트에는 지방에서 올라와 막 취업한 맞벌이 젊은 부부들도 살아야 하고, 한 달 벌어서 한 달 사는 월세 세입자들도 살아야 한다. 그들은 서울의 아파트 값이 아무리 낮아져도 당장은 집을 구매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이다. 더구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겁이 나서 집을 사지 못한다. 오히려 지방 부유층이 서울 아파트를 사러 올라올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구매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팔기 위해 새 집을 짓는 공급도 줄어든다.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떨어질 것 같은 조짐을 보이면 수요층에서 확 빠지기 때문에 여윳돈이 있어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는 다주택자들이 없으면 아파트 분양사업은 언제 수요가 줄어들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사업이 된다. 그래서 다주택 보유를 막으면 장기적으로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이어진다.
월세나 전세를 일정 비율 이하로만 올릴 수 있게 강제하거나 세입자가 원하면 언제까지라도 거주할 수 있도록 세입자를 보호하는 정책도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시도했다가 실패한 정책이다. 집을 빌려주는 불편함이 커지면 집주인들은 집을 사서 임대하려는 결정을 주저하게 되고 위에서 설명한 인과관계에 따라 결국 장기적으로는 아파트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
집을 매수하거나 빌려주는 사람들을 부담스럽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모든 정책은 그 이름이 임대차보호법이든 보유세 강화든 대출 규제든 이렇게 항상 집값을 올리는 쪽으로 작동한다. 모든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공급을 부족하게 만든다는 걸 아는 정책의 대상자들은 이런 정책이 오래 못 갈 정책임을 알아차리고 항상 버티고 기다리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수요자들은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면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를 거라고 판단하고 집을 매수하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심지어 단기적으로도 집값이 오른다.
문재인 정부가 유례없는 규제와 과세정책을 퍼부었지만 집값이 더 빠르게 오른 건 정책의 그런 허점을 시장이 이미 간파했기 때문이다. 오래 못 갈 정책이고 장기적으로 집값을 올리는 정책이라면 수요자는 빨리 움직일수록 싸게 살 수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요즘 다시 오르고 있고 아마도 정부는 집값 잡는 정책을 또 몇 가지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힘들고 오래 걸려도 공급을 차근차근 늘리는 것 말고는 대책으로 내놓는 게 뭐든 집값을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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