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픈 소리를 듣는거야"....빈티지 오디오광의 우문현답(일상이 뉴스다!)

홍우표 2024. 7. 2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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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오디오(전축)'는 필수 혼수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시골에 살던 저는 집에 가기 위해 한참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근처에 있던 오디오 판매점에서 흘러나오는 그 웅장하고 황홀한 소리에 귀 기울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집 앞에 낡디낡은 옛 오디오를 전시해 놓은 가게가 생겼습니다.

"사람이 늙으면 아프듯 오디오도 오래되면 아픈 소리를 내는 거야. 그 소리를 듣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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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뉴스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오디오(전축)’는 필수 혼수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시골에 살던 저는 집에 가기 위해 한참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근처에 있던 오디오 판매점에서 흘러나오는 그 웅장하고 황홀한 소리에 귀 기울이곤 했습니다.

다짐도 했습니다.

“결혼할 여자가 사 오든 말든 나중에 돈 벌면 꼭 오디오를 사고 말리라.”

당연히 제가 결혼을 하던 시기는 ‘오디오’가 더 이상 필수 혼수가 아니었습니다.

아날로그가 아닌 더 작고 성능 좋고 가격도 저렴한 다양한 오디오 기기들이 시장에 넘쳐났습니다.

결국 그냥 집에 있던 고장 난 아버지의 전축 속 진공관을 빼내 고쳐서 쓰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런 걸 거창하게 표현하면 ‘빈티지 오디오’라고 합니다.

일부 마니아들은 ‘빈티지 오디오’를 가전제품이 아닌 거의 골동품 수준으로 애지중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저는 이제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제가 사는 청주는 인구 85만이 넘는 도시지만 사실상 빈티지 오디오 시장의 불모지입니다.

서울이나 부산, 가까이는 대전까지 가야 다양한 빈티지 오디오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집 앞에 낡디낡은 옛 오디오를 전시해 놓은 가게가 생겼습니다.

문이 닫혀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어느날 문이 열려 있길래 불쑥 들어가 봤더니 아는 분이 운영을 하고 있더군요.

가게 안에는 이것저것 부품을 뜯어놓은 오디오가 널려 있었습니다.

“아니 아직도 빈티지 오디오를 들으세요?”

이렇게 여쭤본 이유가 있습니다.

고장 때문입니다.

족히 3, 40년은 된 진공관, 콘덴서, 트랜지스터 등이 언제 터질지도 모르고 어디서 단락이 생기면 ‘찌그덕찌그덕’ 소리가 납니다.

그 소리의 답답함이란....

게다가 고장 나면 부품도 구하기 어렵고 고치는 곳도 많지 않습니다.

“사람이 늙으면 아프듯 오디오도 오래되면 아픈 소리를 내는 거야. 그 소리를 듣는 거지.”

‘정말 아프면 치료를 받듯 소리가 안나면 고쳐가며 쓰면 된다’는 태연한 대답이었습니다.

순간 든 생각.

“우문현답인가?”

가끔 문을 연 그 가게에는 그런 생각을 갖고 모인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옛 소리’를 들으며 차를 마시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절정의 기능과 음색이 지나간 ‘아픈 소리’로 위안을 삼기 위해서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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