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바다 위 대사관’, 훈련뿐 아니라 외교도 하죠”

김동현 기자 2024. 7. 29. 08: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구반바퀴 돌아 한국 찾은 멕시코 해사 생도들
몰리나 함장 “한국은 전쟁 겪은 군함 보유, 배울점 많아”
261명 태우고 7개월 세계일주 “규율 중요, 엄격하게 지도해”
지난 19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항 제1부두 앞에서 멕시코 해군사관학교 순항훈련함 ‘콰우테목’의 빅토 우고 몰리나 페레스(45) 함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지난 18일 멕시코 해군사관학교 순항훈련함 ‘콰우테목(Cuauhtemoc)’이 인천항 내항 1부두에 닻을 내리자 승선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멕시코 아카풀코 항구에서 지난 5월 6일 출항해 한국에 닿기까지 꼬박 74일이 걸렸다. 이날 입항은 집중호우 탓에 예정보다 11시간가량 지연됐다. 하지만 승선원들 얼굴에는 지친 기색보다 설렘이 가득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콰우테목은 매해 300명에 육박하는 멕시코 해사 생도와 군인들을 태우고 세계 10여 국을 일주한다. 길이 80m, 폭 12m, 배수량 1800t급이다. 생도들은 7개월 이상 배에서 합숙하며 폭우와 태풍, 고파(高波) 등 변칙적인 바다의 특성을 몸소 경험하고 항해술 등을 익힌다.

멕시코 해군 훈련함인 콰우테목(Cuauthemoc)이 지난 19일 인천항에 정박 중이다. 콰우테목은 길이 90.5m, 폭 12m로 최대속력은 11노트(시속 약 20㎞)까지 낼 수 있다./연합뉴스

나아가 콰우테목은 기항하는 곳마다 그 나라의 해군 군함을 견학하고 훈련법을 공유한다. “각국과의 우호 관계 증진 역시 콰우테목의 주요 역할 중 하나”라는 게 주한 멕시코 대사관 설명이다. 이 때문에 ‘바다 위의 대사관’이란 이명(異名)도 붙었다. 지난 19일 방문한 콰우테목에도 한국 해군 장병과 부사관 등 수십 명이 승선해 시설을 둘러보거나 멕시코 생도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18일 입항엔 2800t급 호위함인 서울함이 직접 안내 항해에 나섰다. 고승범 인천해역방어사령관(준장)과 박제준 서울함장(중령), 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도 19일 콰우테목에서 빅토 우고 몰리나 페레스(45) 함장(대령)과 만났다.

멕시코 해사에 따르면 매해 콰우테목 방문국은 각국 해군 발전도와 멕시코와의 외교 관계 등을 바탕으로 정해진다. 한국을 찾은 건 2009·2017년 등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19일 몰리나 함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같은 나라에 자주 방문하면 교류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지만, 과거 한국을 찾았던 기억이 매우 좋게 남아 있어 이번에 다시 찾았다”고 했다.

지난 19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항 제1부두 앞에서 멕시코 해군사관학교 순항훈련함 ‘콰우테목’의 빅토 우고 몰리나 페레스(45) 함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한국군은 멕시코와 달리 비교적 최근 전쟁을 겪었고 그 군함도 남아 있어 우리 생도들이 보고 배울 점이 많습니다. 특유의 미래적이면서 전통이 깃든 도시 문화도 멕시코에선 볼 수 없는 매력이죠.” 몰리나 함장은 ‘한국 재방문 이유’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번 순항훈련에 참여한 261명의 생도·군인들 역시 “방문국 중 특히 한국에 오길 기대해 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들 소셜미디어로 가고 싶은 장소를 미리 저장해놓고 서로에게 공유하더라고요. 저도 사실 삼겹살, 조개구이 등 한국의 ‘맛집’들을 휴대전화에 적어놨습니다.”

올해 콰우테목에 승선한 생도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이고 남녀가 절반씩 섞여 있다. ‘젊은 생도들을 지도하기 쉽진 않을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몰리나 함장은 “바다 위에선 규율 준수가 (육지에서보다) 특히 중요하다”며 “나는 자유 없이 엄격하게 지도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생도들은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항해술 등 훈련을 하고 오후 8시 일과를 마친 뒤 체력단련 등 자기계발 시간을 갖는다. 몰리나는 “몸이 힘들어야 마음을 다잡기 좋고 규율도 잘 지킬 수 있다”며 “특히 성별과 무관하게 서로 존중하는 것을 큰 규칙으로 삼는다. 배 위에서만큼은 모두가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항 제1부두 앞에서 멕시코 해군사관학교 순항훈련함 ‘콰우테목’의 빅토 우고 몰리나 페레스(45) 함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콰우테목은 1981년 스페인 빌바오에서 건조돼 이듬해 멕시코 해군에 인수됐다. 현재까지 73국·228항구를 방문했다. 멕시코군이 보유한 유일한 돛을 단 범선(tall ship)이다.

선박명은 16세기 아즈텍 제국의 마지막 통치자였던 동명의 황제로부터 따왔다. 멕시코에선 콰우테목을 ‘바다 위의 신사’라고도 부른다. 몰리나 함장은 “훈련뿐 아닌 ‘외교’의 역할도 가미돼 있단 점에서, 군대보다도 정중한 신사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해 붙은 별명”이라고 했다.

이희완(왼쪽) 국가보훈부 차관이 지난 19일 인천항 제1부두에 기항중인 멕시코 순항 훈련함 콰우테목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참석해 빅토 우고 몰리나 페레즈 함장에게 기념선물을 전달하고 있다./국가보훈부

몰리나 함장은 1995년 이른 나이에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했다. 정훈(政訓) 교육물을 관리하는 등 복무하다 올 2월 콰우테목 함장에 올랐다. 2009년에도 콰우테목 승조원으로서 인천항을 찾았다. 그는 “생도들에게도 내가 (2009년) 겪었던 한국의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콰우테목은 지난 22일 인천항 일정을 마치고 중국 상하이로 출항했다. 오는 12월 14일 훈련을 마치고 조국에 돌아간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당신이 궁금해 할 일본 이야기, 방구석 도쿄통신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5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