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하반기에도 '우상향'…반도체 편중·트럼프 리스크는 불안
'특정품목 집중화' 수출 구조, 美 대선 불확실성은 불안 요인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우리나라 수출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품목의 호조에 힘입어 13개월 연속 무역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에도 수출 '우상향' 흐름은 이어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다만 특정품목과 특정지역에 편중된 우리 수출구조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연말 치러질 미국의 대통령선거 결과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도전적인 목표임에 틀림없지만, 반도체 경기회복 등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활기를 되찾은 수출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올 상반기 수출 품목 중 반도체 수출은 657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2022년 상반기(690억 달러)에 이어 2위 실적을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370억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친환경차 수출이 호조세를 띠며 실적을 견인했다. 이 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은 3348억 달러를 기록, 역대 2위의 성과를 달성했다.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올해 새로운 역대 최대 수출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우리나라 수출은 9개월, 무역수지는 13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완연한 회복장에 들어섰다.
산업부는 하반기에도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품목의 수출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역대 최대인 6891억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를 위해 하반기 우리 수출을 이끌 5대 핵심품목의 수출 목표액도 상향 조정했다.
우선 반도체는 1350억 달러(+100억 달러), 자동차·부품 1000억 달러(+10억 달러), 석유제품·화학 1030억 달러(+14억 달러), K-뷰티·K-푸드 230억 달러(+8억 달러)등 올해 수출 목표를 총 100억 달러 이상 상향했다. 이 같은 핵심품목들에 대한 목표치는 모두 역대 최고다.
다만 정부의 장밋빛 전망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수출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도체 등 특정품목, 특정지역에 치우친 우리 수출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산업연)은 '최근 수출 호조의 구조적 요인과 배경'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수출은 당분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 배경으로는 "미국의 경기 호황과 중국의 경기 회복, 반도체 경기의 빠른 회복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강달러 등에 힘입어 수출이 호조세"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다만 특정품목·특정지역에 대한 집중도, 제조업의 해외 현지생산 확대 등은 수출 증가세를 둔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산업연은 보고서에서 "상반기 수출에서 반도체, 자동차, 선박을 합치면 34.2%로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고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약 40%에 달한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후퇴하거나 미·중 경기가 위축되면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지 시장진출을 위한 해외투자 비중이 현저하게 증가했고 원자재 구매에서 제품 생산 및 판매까지 현지에서 해결하는 법인이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해외로의 생산 거점 이동은 국내 중간재 수출을 일부 대체해 한국 수출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말 치러질 미 대선도 우리 수출의 잠재적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산업연은 "오는 11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통상전략의 변화가 예상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10% 보편 관세 도입, 상호무역법 제정 등은 대미 수출 호조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트럼프 재집권 시 한국의 총수출액이 53억~241억 달러 감소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은 수출 주도형 성장 국가로, 앞으로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적 요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 교역 구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수출 구조 변화가 필요하고, 대외적으로는 불확실한 교역 환경에서 수출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수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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