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예진의 상상은 현실로…"금메달 환호 상상했는데 실제 이뤄져"

▲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우승한 오예진이 메달 수여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

한국 사격에 8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오예진(19·IBK기업은행)은 머릿속으로 자신이 금메달을 따고 환호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상상했습니다.

오예진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ｍ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한국 취재진과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여기 오기 전부터 결선 마지막 발을 쏘고, 금메달을 들고 환호하는 걸 계속 상상했다. 그게 실제로 이뤄지니까 정말 기쁘다"며 웃었습니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길몽' 대신 '꿀잠'으로 컨디션을 챙겼다는 오예진은 "굉장히 메달이 무겁지만, 뿌듯하다. 이따 엄마와 통화할 때 실감 날 것 같다"고 감동을 전했습니다.

이날 결선은 오예진, 그리고 함께 출전한 김예지(31·임실군청)의 선두 경쟁이 이어졌습니다.

다른 나라 선수가 모두 탈락하고 오예진과 김예지 두 명만 남았고, 오예진이 마지막 발에서 10.6점을 쏴 금메달을 확정했습니다.

오예진은 "딱 마지막 발에 확신이 있었다. '이건 들어갔다' 싶더라. 그래서 쏘고 안전기 끼우고 돌아서서 진짜 크게 소리 질렀다"고 금메달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우승한 오예진이 환호하는 모습

경기 중반 오예진은 연달아 9점대를 쏘면서 잠시 1위 자리를 김예지에게 넘겨주기도 했지만, 마지막에 웃은 이는 오예진이었습니다.

오예진은 "평소라면 안 풀리면 '왜 이러지' 했을 텐데, 오늘은 유독 그런 생각보다는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입 밖으로 '할 수 있다', '그냥 즐겨' 이렇게 내뱉었다. 덕분에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오예진은 메달 후보로 분류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고교 9관왕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아직 세계 무대에서 싸우려면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 랭킹 35위라는 숫자를 무시하는 듯 큰 무대에서 신들린 듯한 사격 솜씨를 보여줘 시상대 꼭대기에 섰습니다.

오예진은 "제가 메달 유력 후보는 아니라고 해도, 그런 건 신경 안 썼다. 내 것만 하면 다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처럼 하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예지-오예진

이날 오예진은 룸메이트인 김예지와 마지막에 경쟁해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같은 팀이라 (어차피) 금메달은 확정했다는 생각에 흔들리는 거 없이 했다"고 말했습니다.

오예진의 금메달에 이날 사격장은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장갑석 감독을 비롯해 홍영옥 코치, 사격연맹 관계자들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까진 생글생글 웃고 있던 오예진은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는 "처음엔 눈물이 안 나고 '진짜 이게 뭐야, 나 메달 딴 거야?'라는 생각만 들었다. 나중에는 확 감정이 느껴져서 눈물이 왈칵 났다"고 했습니다.

제주도가 고향인 오예진은 올림픽이 끝나면 어머니와 함께 여유 있게 제주도를 산책하는 걸 꿈꿉니다.

반려동물로 사모예드를 꼭 키우고 싶다고 말해왔던 오예진은 "이제 진짜 제주도 집에서 키울 거다. 그리고 엄마랑 같이 마라탕 먹으러 가고 싶다. 마라탕을 너무 먹고 싶어서 여기서는 영상만 계속 찾아봤다"고 말했습니다.

총을 잡았을 때는 냉정한 눈길로 표적만 바라봤던 오예진은 사모예드와 마라탕을 이야기하는 순간만큼은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이제 오예진은 다관왕에 도전합니다.

29일 열리는 공기권총 혼성 본선, 30일 결선 경기에서 이원호(KB국민은행)와 호흡을 맞춰 출전합니다.

오예진은 "원호 오빠와 함께 경기하며 제가 동생 노릇 하겠다. 동생이 오빠를 이렇게 떠받치겠다"며 여동생 역할을 자신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