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아르헨대통령, 지지층 농민에게 농산물 수출세 탕감 재약속
연 270% 인플레와 재정 적자 막는 긴축 정책에 농민들 불만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아르헨티나의 하비에 밀레이 대통령은 일요일인 28일 (현지시간) 자신의 지지층인 농민들 앞에서 농축산물 수출 세금을 없애고 국내 농업을 적극적으로 구출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이는 그를 당선 시킨 주역이었던 막강한 농민 단체들의 조바심과 빨리 결과를 내 달라는 요구를 하며 모여든 농민들을 안심시키고 자신의 공약을 지킬 것을 확인시키기 위한 연설이었다.
아르헨티나의 강력한 농축산업 생산자 단체들은 밀레이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자유시장 원칙과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더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수의 농민들은 이 번 집회에서 밀레이대통령이 취임한지 7개월 동안의 활동에 실망과 분노를 표현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여전히 각종 외환 관리 정책의 미로 속에서 수출품 관세와 경쟁력 없는 환율에 시달리며 헤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 날 아르헨티나의 '라 루랄' 연례 농축산인 대회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우리는 모든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약속했고 지금도 매일 그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득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대형 전시 단지에서 1주일 동안 열리는 이 농민대회로 인해 이 곳 전시시설 단지는 갑자기 졸고 있는 암소의 무리와 수 많은 말들의 울음 소리가 가득한 거대한 목장 처럼 변했다.
밀레이는 "우리처럼, 나처럼 이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국가가 각종 규제와 세금으로 농촌 지역 생산량의 70%를 수용했던 지금까지의 재난적 제도와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 밤낮 없이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군중은 환호하며 갈채를 보냈다. 이어서 농민 대표들이 연단에 올라 국가가 그 동안 좌파 포퓰리즘의 잘못된 분배 정책으로 농민들의 소득을 빼앗아 비생산 인구 대중에게 나눠주는 일을 계속해왔다고 비판하며, 그로 인해 100년 전까지도 세계 최고의 부를 누렸던 아르헨티나의 황금 곡물생산지대가 황폐해졌다고 주장했다.
오늘 날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곡물과 가축 생산의 최대 국가에 속해 있지만 그 대신 세계 최대의 부채를 가진 국가, 최고의 인플레이션 증가율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고 농민들은 비판했다.
실제로 좌파 페론주의 정부와 그 후계자들은 최근 몇 십년 동안 농업 부문으로부터 약 2000억 달러 ( 277조 1,000억 원)를 국고로 수용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막는다며 육류 수출을 금지하고 모든 농산물에 엄청난 수출세를 부과해서 정부의 적자 예산을 메워왔던 게 사실이다.
밀레이 정부 치하에서도 아르헨티나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농업 부문의 상황은 여전히 희망고문의 현실에 처해 있다고 아르헨티나 농업 로비 단체인 아르헨티나 농촌협회의 니콜라스 피노 회장은 말했다.
피노 회장은 "지금도 불평할 이유는 충분히 많지만 우리는 새 정부를 위해 농촌의 남녀 국민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시간을 좀더 주기로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정부가 우리에게 신뢰를 보여줄 시간을 갖는게 유익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비옥한 팜파스(대초원) 지대에서는 이미 인내심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1주일 전 아르헨티나 최대의 목초 생산자 단체는 밀레이 정부에게 정부가 불공평하고 착취적인 농산물 수출세를 아직도 철폐하지 않은 데 대해 격한 언어로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세금이 농업 생산자들을 질식사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후 정부의 세출입 적자를 막고 인플레이션 급등의 불을 끄는 것을 최우선으로 정책을 펴왔다. 이는 그의 선거공약 1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긴축 정책에 대해서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아직도 반신반의 하고 있다. 밀레이는 이들이 흔들림 없이 아르헨티나의 고질병을 고치는데 협조해 주길 바라고 있다.
최근 몇 주일 동안 밀레이는 일부 세금을 인상하고 환율에 대한 정부 장악을 더 강하게 하는 입법을 단행했다. 그 때문에 그가 약속을 어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농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아르헨의 곡물과 콩 수출의 실적이 미화 달러와의 환율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만큼 아르헨티나의 페소화가 평가 절하되거나 수출액이 줄어드는 데 대한 반발도 일어나고 있다.
29일의 농축산물 엑스포 현장에서도 참가 농민들과 농기업의 불평불만이 눈에 띄게 드러나기도 했다.
전통적 농민 복장을 입고 현장에 나온 농민 마우로 베라(34)는 "정부의 모든 결정은 우리에게 너무 큰 영향을 준다. 우리가 이 정부의 약속을 믿었던 것과 지금 상황은 너무 다르다. 지난 해보다 약간 안정된 측면은 있지만, 더 큰 장애물들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고 AP기자에게 말했다.
아르헨티나 농업 생산자들의 피해에는 국내 수요의 감소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로사리오 무역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정부의 긴축 정책과 연간 270%에 이르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빈곤층과 중산층 국민들의 쇠고기 소비량은 역사상 최저로 감소한 상태이다.
67세의 목장주 호르헤 데 마르코스는 " 이 나라 경제는 우리에게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지만 소비량 감소는 정말 큰 타격이다. 이건 비극이다. 이 나라의 스테이크는 그냥 스테이크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수단이며 생명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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