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가 신사업일까 [오동재의 파도를 넘어]

한겨레 2024. 7. 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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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과 산업전환은 2050년 탄소중립의 화두를 타고 해가 다르게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제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신성장 전략에서 수소·암모니아는 배터리, 재생에너지 사업과 함께 탄소중립 추진 동력의 주요 요소로 자리잡았다.

정부와 기업의 제한된 역량을 무늬만 신사업인 화석연료의 수명 연장에 관성적으로 투입하게 된다면, 당장 경쟁국들과의 경쟁이 필요한 배터리·재생에너지 산업 및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역량 강화에 지금 투입돼야 하는 재원이 부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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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과 그린피스 등 환경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블루수소 인증제’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열고 청정수소 기준에서 블루수소를 제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블루수소는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화석연료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CUS) 기술을 활용해 제거한 수소다. 연합뉴스

오동재 | 기후솔루션 연구원

에너지 전환과 산업전환은 2050년 탄소중립의 화두를 타고 해가 다르게 속도를 더하고 있다. 그 속도는 작년보다 올해 더 빨라졌고, 내년은 지금보다도 더 빨라질 것이다. 전세계적인 산업 대전환의 초입에서 어떤 기업이 신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결국 향후 기업의 생존을 결정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제한적인 기업과 산업정책의 역량을 고려한다면 대전환의 시대에 필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다.

수소는 신사업 중 하나로 불과 몇 년 새 급부상했다. 정부의 수소 경제 추진도 한 몫 했을 터다. 이제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신성장 전략에서 수소·암모니아는 배터리, 재생에너지 사업과 함께 탄소중립 추진 동력의 주요 요소로 자리잡았다.

정책이 무르익으니 이제 ‘수소’의 얼굴을 한 사업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가시권에 들어올 만큼 개발이 준비된 사업들이 우리 정부 수소 경제 추진의 진짜 이유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공급 단에선, 당장 올해 하반기 투자결정을 앞두고 있는 2조6천억원 규모의 에스케이 이앤에스(SK E&S)와 한국중부발전의 보령 블루수소 사업이나 석유 공사가 2026년 완공 목표로 추진 중인 암모니아 인수기지 구축 사업 등이 있겠다. 수요에선 가스 및 석탄화력발전에 수소 및 암모니아를 섞어서 태우는 혼소 발전 등이 주요하게 보인다. 현재 정부는 운영 중인 59기의 석탄화력 발전 중 24기에 암모니아 혼소를 계획 중이다.

하지만 새로운 이름을 붙인다고 수소가 신성장동력이 되는 건 아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야 할 것이고, 다른 에너지원 대비 가격 경쟁력 또한 확보돼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은 추가적인 필요 조건이 되겠다. 아쉽게도 지금 가시권에 들어온 수소 사업들은 이 기준에 비추면 신사업이라 보기 어렵다.

보령 블루수소 사업은 오랜 기간 에스케이 이앤에스가 추진해온 호주의 가스전 확장사업으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LNG)가 원료가 된다. 해당 가스전 사업은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 엘엔지”라는 이름으로 홍보가 이뤄지다 그린워싱 논란을 겪고 광고가 수정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27년부터 생산될 25만톤의 대규모 수소 수요처 확보 여부도 요원하다. 최근 공동 사업자인 중부발전이 수요처로 설계수명이 곧 종료되는 보령 1~3호기 복합화력을 지목하면서, 불필요한 공급 물량을 떠안기 위해 화력발전을 연장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가스발전에 수소를 30% 혼소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히 89% 수준으로 이뤄진다.

암모니아의 주요 수요처로 부상한 석탄·암모니아 발전의 문제는 더욱 크다. 기존 석탄 발전소에 암모니아를 섞어 태우기 위해선 신규 설비 투자가 필요할뿐더러, 석탄 대신 더 비싼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기 때문에 연료비도 늘어난다. 이미 비싼 석탄발전소가 더 비싸지는 것이다. 온실가스 저감이 무색하게 늘어나는 미세먼지와 독성물질의 양은 충남, 인천 등 석탄발전 밀집 지역의 건강 피해로도 이어진다. 석탄화력 발전의 조기 폐쇄와 재생에너지 전환의 기회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제한된 역량을 무늬만 신사업인 화석연료의 수명 연장에 관성적으로 투입하게 된다면, 당장 경쟁국들과의 경쟁이 필요한 배터리·재생에너지 산업 및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역량 강화에 지금 투입돼야 하는 재원이 부족해진다. 그렇게 금방 닫혀버릴 위기와 기회 속에서 한국의 자리는 없어지게 된다.

화석연료 중심으로 고착화된 경로를 과감히 단절하지 않으면 내일을 그릴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 전환의 실패의 책임은 늘 정책금융의 구제금융을 통한 국민들 몫이었다. 기업과 정부의 현명한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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