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풀자”… 일대일로 탈퇴한 이탈리아, 다시 중국에 접근

김태훈 2024. 7. 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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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도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서 탈퇴한 이탈리아가 경제난 타개를 위해 다시 중국에 접근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멜로니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G7이 똘똘 뭉쳐 중국에 맞서야 하는데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서방의 단일대오에 균열을 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설득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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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니 총리, 28일부터 5일 일정 방중
경제 협력에 관한 3개년 협정도 체결
“中과 새로운 협력 기회 모색하겠다”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서 탈퇴한 이탈리아가 경제난 타개를 위해 다시 중국에 접근하고 나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중국, 그리고 중국과 거래하는 서방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전에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공세적 무역 정책에 맞서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외교 전략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8일 중국을 방문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왼쪽)가 리창 중국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8일 로이터,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부터 5일 일정으로 중국 방문에 돌입했다. 그는 중국 정부 2인자인 리창(李强) 총리와 만나 양국의 경제 협력에 관한 3개년 협정에 서명했다. 해당 협정에는 전기차와 재생 에너지 등 분야에서 두 나라가 긴밀히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가 2023년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사업에서 철수한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정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 점을 의식한 듯 멜로니 총리의 방중이 “일대일로 탈퇴 과정에서 불거진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는 식의 분석을 내놓으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이탈리아에게 중국은 EU 역내 국가들을 제외하면 미국에 이은 2위의 교역 상대국이다. 이탈리아가 2019년 주요 7개국(G7) 중에서 유일하게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결심한 이유다. 하지만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이탈리아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별로 늘지 않은 반면 이탈리아에 대한 중국의 수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중국 기업·개인의 이탈리아 투자는 이탈리아 기업·개인의 중국 투자와 비교해 3분의 1 규모에 그쳤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가 일대일로 사업 협력 중단을 결정한 공식적 이유다.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이탈리아·중국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왼쪽)가 리창 중국 총리가 둔 나라 기업인 등 경제계 인사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이탈리아로 하여금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접게 만든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워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미국 행정부가 이탈리아에 불만을 표시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멜로니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G7이 똘똘 뭉쳐 중국에 맞서야 하는데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서방의 단일대오에 균열을 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설득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입장에선 미국의 압력 탓에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접긴 했으나 그렇다고 경제를 살릴 이렇다 할 묘책이 없는 상황에서 거대한 시장인 중국의 문을 다시 두드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멜로니 총리는 리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의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이번 방중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리 총리는 “중국과 이탈리아는 상생의 사고방식을 채택하고 무역과 투자 협력을 증대하여 협력을 더욱 역동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화답했다. 멜로니 총리는 29일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방중 기간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특히 멜로니 총리와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중국에 ‘평화를 위한 중재자가 돼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전달한 바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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