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3' 이응복 감독의 본전 찾기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밑져야 본전. 흔히들 시즌제 드라마에 대해 하는 말이다. 잘하면 당연한 것이고, 못하면 어마어마한 비난을 초래하는 시즌제 드라마 제작 현실이다. 그 현실에서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시리즈의 대장정으로 성공적으로 마친 이응복 감독이다.
지난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이하 ‘스위트홈3’)는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욕망 속에서 탄생하는 괴물로 K-크리처물의 시작을 알린 시즌1, 장기화된 괴물화 사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조명하며 세계관을 확장한 시즌2에 이어 신인류의 탄생으로 대서사의 피날레를 담았다. 그러나 시즌 2, 3는 시즌 1과 달리 큰 비판에 부딪혀야 했다. 무리한 세계관 확장과 캐릭터 간의 관계성 붕괴 등 마니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시즌제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렇지만 이응복 감독에게는 그린홈에서 스타디움으로 무대를 옮겨야 했던 이유가 있었다. 이응복 감독은 “세계관은 똑같다. 다만 시즌2에서는 플레이 그라운드가 확장되고, 시즌3는 다시 좁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원작 작가가 차마 원작에 담지 못했던 그린홈 밖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는 MH(몬스터 휴먼)와 신인류가 등장해야만 했다.
이응복 감독은 “시청자 분들이 혼란스럽다고 느끼시는 부분은 주요 인물들이 시즌2에 등장 안 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저는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응복 감독은 원작의 세계관에서 파생된 요소들로 세계관 확장을 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시청자들의 가장 큰 실망을 자아냈던 시즌 1 캐릭터들의 부재에 대해서도 이응복 감독에게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이응복 감독은 “시즌1에 있던 캐릭터를 반복하면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세계관 확장에 기반해서 아포칼립스를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 까마귀 부대의 등장과 스타디움 주민들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응복 감독은 “새로 등장한 캐릭터를 배우들도 연기를 잘하는 분들로 많이 채웠기 때문에 몰입도는 있으나 시즌1을 생각하고 보셨을 때에는 낯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더욱 솔직하게는 시즌1 캐릭터들을 시청자들이 그렇게 애정할 줄 몰랐다는 이응복 감독이다. 시즌2에서 세계관 확장을 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들의 변화가 필요했고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새로운 수호대와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시즌2 초반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했던 지수(박규영)의 죽음은 나름 이유가 있었다. 맹장 수술 부위가 터지면서 상태가 위태로웠던 지수가 사람들을 구하고 떠나는 이야기는 그의 캐릭터성뿐만 아니라 재헌(김남희)의 엔딩과의 연결이었다고 해명했다.
시즌2의 가장 큰 불호평 중 하나는 난무하는 복선이었다. 캐릭터들의 서사를 꽁꽁 감추고 복선만 깔아 두는 연출은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시즌3에서는 시즌2의 복선을 모두 회수하기는 했지만, 시즌2와 3에서 복선과 회수가 적절히 섞어서 연출했다면 어땠을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응복 감독은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유지하면서 가려고 한 작전”이었다고 설명한 뒤 “이야기의 흐름상 시즌2는 주민들이 흩어져서 괴물화 사태에 대한 미스터리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면, 시즌2는 그 미스터리들이 풀리고 인물들이 귀환하면서 부딪히는 감정들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응복 감독은 “이런 장르에서는 다이렉트로 보여줘도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뺏는 부분에서는 미진한 것 같다”면서도 “저희가 살짝 간과를 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더불어 잔인한 연출 수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시즌 2와 3은 크리처물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수위를 넘는 잔인한 연출에 대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응복 감독은 “제일 큰 의도는 리얼함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묘사가 된 것 같다. 진짜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이 상황에 놓인 인물의 감정을 같이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연출했다”라고 해명했다.
약 5년 간 ‘스위트홈’ 시리즈를 이응복 감독에게도 이번 작업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했다. 호불호를 떠나서 어쨌든 우직하게 세 개의 시즌을 모두 선보이며 피날레를 마친 이응복 감독이다. 응복 감독은 함께 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힘으로 세 개의 시즌을 내놓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공개 직후에는 엄청난 비난에 휩싸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재평가받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이응복 감독은 “드라마가 소비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나왔을 때 소비가 돼야 하는 작품이 있고 두고두고 봐야 하는 작품이 있다. ‘스위트홈’은 두고두고 보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시청자 분들이 편안하게 보실 수 있는 시기에 다시 보시면서 의미와 재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곱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이응복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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