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못 해 단단히 삐친 러시아, 40년 만에 올림픽 중계 안 해[파리올림픽]
15명만 ‘개인 중립’ 선수로 출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출전 자격 정지 조치를 당한 러시아가 40년 만에 올림픽 경기 중계방송을 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파리올림픽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8일(현지시간) 국영 타스통신에 “형편없는 쇼였던 파리올림픽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나라에서 훌륭하게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과 2018 러시아월드컵을 떠올려 보라”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이유로 이번 올림픽에 초대받지 못했다. 러시아 국적의 15명의 선수는 개인 중립선수 자격으로 출전해 유니폼에 러시아 국기도 부착하지 못했다.
러시아 언론사는 파리올림픽 취재를 거부당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 기자들을 ‘위험인물’로 지정해 IOC가 이들에 대한 올림픽 취재를 거부하는 일도 벌어졌다. 개막식을 취재한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기자 4명도 28일(현지시간) IOC에 의해 취재 자격을 돌연 박탈당했다.
감정적 앙금이 남은 러시아 정부는 파리올림픽을 적극적으로 비난한 데 이어 국영방송을 통한 올림픽 중계도 하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가 올림픽 중계를 하지 않는 것은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보이콧 이후 40년 만이다. 당시 올림픽은 냉전이 절정으로 치달아 옛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가 보이콧했던 ‘반쪽 대회’로 남았다.
다만 현지인들은 파리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라이브 방송을 통해 경기를 볼 수 있다. 카자흐스탄 등 인근국가의 위성을 통해 중계방송을 보는 주민들도 있다.
러시아 언론은 선수촌 음식 불만, 철도 방화, 경기 중 다친 선수들 등 뒤숭숭한 사건·사고에 중점을 두고 올림픽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개막식에서 한국을 북한이라고 잘못 소개한 실수, 에펠탑에 거꾸로 게양된 오륜기,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 공연 전 자리를 뜬 관중 등 부정적인 면을 집중 조명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공식 성명에서 개막식이 “우스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때 소치의 유기견을 문제 삼았던 서방 언론이 파리에서는 거리에 넘쳐나는 쥐 떼엔 미소를 지었다고 비꼬았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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