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오픈 제패 새 역사 쓴 최경주 “한국인으로선 처음, 자랑스럽다”
“한국선수가 시니어 오픈 챔피언이 된 것은 처음이다.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
‘탱크’ 최경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총상금 285만 달러)을 제패하고 한국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최경주는 29일 영국 스코틀랜드 커누스티의 커누스티 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 리처드 그린(호주)을 2타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었다. 2020년부터 50세 이상 시니어들의 무대인 PGA투어 챔피언스에 뛰어든 최경주는 2021년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9월)에서 첫 우승을 거둔 이후 메이저대회에서도 첫 우승을 거뒀다.
PGA투어 한국인 첫 우승과 최다승(8승)을 기록한 최경주는 지난 5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54세 생일에 국내대회 최고령 우승 신기록을 쓴 데 이어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도 지워지지 않을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최경주는 PGA 정규투어에서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했으나 메이저대회에서는 우승하지 못했었다. 유럽투어와 공동주관하는 시니어 오픈에서 아시아선수 우승은 2002년 스가이 노보루(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우승상금 44만 7800달러(약 6억 2000만원)을 거머쥔 최경주는 찰스 슈와브컵 상금랭킹 5위(125만 408달러)로 올라섰다. 또한 내년 디 오픈 출전권도 거머쥐어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세계 최고역사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리처드 그린에 1타 앞선 선두로 출발한 최경주는 첫홀 보기 이후 5, 6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선두를 내주고 고전했다. 샷과 퍼트 스피드 감각이 흔들리는 바람에 선두와 2타차 공동 3위까지 내려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전반 9번홀(파4)에서 3m 버디에 성공해 전환점을 마련한 뒤 후반 첫홀인 10번홀(파4)에서 5m 퍼트를 성공해 연속 버디를 잡고 공동선두로 복귀했다. 다음 홀에서 그린이 보기를 범하는 사이 단독선두를 되찾았고 12번홀(파5)에서 두 명이 동시에 버디를 더한 뒤 13번홀(파3)에서 최경주의 탭인 버디와 그린의 보기가 엇갈리며 순식간에 3타차로 앞서갔다. 이어 14번홀(파5)에서 8m 이글 퍼트를 넣고 승부를 갈랐다.
최경주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티샷이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개울 앞에 멈추는 아찔한 순간을 맞았지만 안전하게 3온 작전을 택해 보기를 기록하고 2타차 우승을 완성했다. 18번홀의 개울은 1999년 장 폴드 발데(프랑스)가 우승을 눈앞에 두고 무너진 악명높은 곳이다.
우승 직후 18번홀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아내(김현정 씨)를 얼싸안고 감격을 나눈 최경주는 “믿을 수 없다. 오늘 전반에 출발이 좋지 않았는데 7, 8번홀을 지나며 샷과 퍼트감각이 편해졌고 9, 10번홀 연속 버디가 전환점이 됐다”면서 “1999년과 2007년 이곳에서 치른 디 오픈이 생각난다. 카누스티에서의 우승은 더욱 특별하다”며 기뻐했다. 최경주는 이곳에서 열린 디 오픈에서 1999년 공동 47위, 2007년 공동 8위를 차지했다.
나흘 동안 이글 2개, 버디 22개를 잡은 최경주는 “이번주 퍼트가 잘 됐다. 재미있는 것은 짧은 퍼트는 잘 안 들어갔는데, 중거리 퍼트가 좋았다”며 “바람도 많이 불고 벙커도 많은 이곳은 매우 어렵고 신경이 곤두섰지만, 인내하고 견딜 수 있도록 끝없이 기도하며 플레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진 공식인터뷰에서 그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꿈을 이뤄 기쁘다. 6번홀까지 보기 3개로 매우 힘들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9, 10번홀 버디로 전환점을 잡았다. 14번홀 이글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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