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비즈협회 선정, ‘이달의 혁신기업인’] 유대연 에이스엔지니어링 대표 인터뷰
◆ 혁신기업 성공사례 ◆
첫 주인공인 유대연 대표를 만나 특수 컨테이너 제조업체에서 ESS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봤다.
-최근 5년만에 매출액이 대략 19배 성장했습니다. 지난 2018년 15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2959억원으로 급성장했어요. 이렇게 매출이 급성장한 배경은 무엇인지요.
유 대표: 신재생에너지의 급성장 때문이죠. 요즘 지구온난화에 따른 탄소중립이 화두이잖아요.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가 없어서는 안됩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해줘야 하거든요.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ESS입니다. 저희 회사는 ESS의 핵심인 ESS 인클로저(Enclosure)를 제조 및 판매합니다. 이 제품은 한 마디로 ESS용 컨테이너로 보면 됩니다. 컨테이너 내부에는 에너지 저장의 핵심인 배터리를 보호하면서, 소방-공조-전기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장치가 들어있죠. 앞으로도 세계 ESS 시장은 연간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100% 쓰자는 ‘RE100’ 움직임 때문이죠. ESS 시장이 커질수록 당사 매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ESS 시장이 성장할수록 회사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던 경쟁력이 궁금합니다.
유 대표: 글로벌 ESS 시장은 글로벌 7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70%를 거머쥐고 있어요. 저희 회사는 글로벌 7개 회사 가운데 두 곳에 이미 납품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곳은 세계 1위 업체이지요. 독점 계약을 맺고 있어요. 글로벌 6위 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답니다. 당사 매출이 글로벌 ESS 성장세와 궤를 같이하는 이유이죠. 당사 매출액 가운데 ESS 비중은 90% 이상인데, 이 가운데 95%를 글로벌 메이저 회사에 수출합니다. 국내에서 ESS 인클로저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죠.
저희 회사는 ‘최초에서 최고로(First to Best)’란 가치를 지향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늘 최초였어요. 첫 시발점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내 최초로 컨테이너 제조기술을 도입했지요. 1986년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요구하는 규격을 갖춘 컨테이너를 국내 최초로 만들었답니다. 이때부터 국내 컨테이너 역사는 모두 저희 회사의 몫이었어요. 아시아 최초로 선상용 컨테이너를 유럽에 수출했고(2004년), 섭씨 마이너스 60도의 초저온 냉장 컨테이너도 아시아 최초로 만들었어요(2008년). 이동식 변전소(E-House) 컨테이너도 국내 최초로 생산했답니다(2009년). 여기서 만족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없었겠죠. 2014년 한국전력과 함께 ESS 시장에 최초로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도 컨테이너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해서 다양한 기술을 습득한 덕분이었어요. 항상 잘 나갈 때 방심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흔히 컨테이너 하면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ESS 인클로저도 넓게 보면 컨테이너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걸 보면 컨테이너 산업의 확장성이 무궁무진하겠어요.
유 대표: 맞아요. 컨테이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입니다. 컨테이너에 2차전지를 담으면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되는거죠. 과거엔 일반 화물과 냉장 및 냉동제품을 담은 컨테이너였다면, 요즘엔 ESS는 물론이고 국방과 우주항공용 컨테이너도 등장했어요. 요즘엔 해저 데이터센터, 탄소 포집 장치, 수소 컨테이너 연구개발에도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답니다(웃음).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유 대표: ESS 사업을 하는 기업이 ESG 경영을 등한시하면 어불성설이겠죠. 친환경사업을 하면서도 실제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마음 한 켠에 부담감이 있어요. ESS 제품을 만들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거든요. 페인트 칠하고 용접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요즘엔 용접을 하지 않고, 페인트 칠도 하지 않는 ESS 컨테이너 제조에 관심이 많습니다. 머지않아 저탄소 ESS 컨테이너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특허취득을 위한 선행기술조사 과정에 있고, 내년에는 특허출원을 할 계획입니다. 해저 데이터센터-탄소 포집 장치-수소 컨테이너 연구개발에 관심을 두는 것도 따지고 보면 ESG 경영과도 무관하지 않죠.
-단순 화물 운송 컨테이너 제조에서 ‘글로벌 최고 ESS 기업’을 표방할 정도로 경영혁신에 성공하셨는데요. 핵심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유 대표: 경영혁신에 성공하려면 회사의 핵심역량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봐요. 저희가 글로벌 최고 ESS 기업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었던 비결도 컨테이너 분야에서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한 때 국제유가 하락으로 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해상운송용 컨테이너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지요. 그런 악조건에서도 ESS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힘은 역시 컨테이너 분야에서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봐요. 이와 함께 시장 변화를 읽어낼 줄 아는 최고경영자의 식견이 우선돼야 하겠지요. 또한 경영혁신에 동참할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 합니다. 교육지원, 해외 주재원 파견, 성과에 걸맞은 보상 등을 통해 인재육성 및 확보에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의 90%가 직원들에게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1982년생/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학사,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2007-2011년 대우로지스틱스 근무/2012-현재 에이스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이달의 혁신기업인’ 유대연 에이스엔지니어링 대표는 누구?
유대연 대표(42)는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머문다. 지난 6월에만도 미국, 호주,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베트남, 일본 등지를 다녀왔을 정도다. 현재의 고객은 물론이고 미래 고객을 만나기 위해서다. 또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해외박람회를 신발이 닳도록 찾아 다닌다. “최고경영자는 늘 3년 또는 5년 이후를 내다봐야 해요. 지금에서야 ESS 인클로저 시장 국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를 찾지 않으면 언제 도태될지 모르잖아요” 경영혁신의 시발점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미래를 내다볼 때 가능하다는 게 유 대표의 경영혁신을 대하는 태도다.
유 대표의 경영스타일은 미국 엔비디아 젠슨 황 회장을 빼 닮았다. 젠슨 황 회장은 ‘편집증적 낙관주의자’로 유명하다. 긍정적인 미래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매사를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스타일이란 점에서다. 젠슨 황 회장처럼 유 대표도 매사에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만큼 꼼꼼하다. 유 대표는 스스로를 ‘미시적 관리자’라고 말한다. 신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테이블 매너까지도 가르친다. ‘실패는 선택지에 없다(Failure is not an option)’는 말을 늘 가슴에 새기고 다닌다. 회사가 불량률 ‘제로’에 도전할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하다. 품질경영시스템(ISO9001),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45001) 인증을 모두 받았고, 현재 정보보호경영시스템(ISO27001) 심사를 받고 있을 만큼 시스템경영에도 남다른 면모를 자랑한다.
유 대표가 꿈꾸는 회사의 모습은 ‘고객의 가치를 담아내는 기업(Creative Solution Contained)’이다. 고객이 원하고,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컨테이너에 담아내겠다는 열정으로 넘쳐난다.
유 대표는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은 2세 경영인이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1991년에 설립됐지만, 부친인 유인선 회장은 80년대 초반에 필리핀에서 컨테이너 관련 사업을 시작했었다. 유 대표가 부친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회사에 출근한 시기는 지난 2012년이다. 당시 대우로지스틱스에서 젊음을 불태우고 있었던 시기에 부친의 부름을 받았던 것. 초기엔 과장 직위를 달고 공장 일부터 배워야 했다. 2015년에서야 각자대표로 승진했고, 2021년 7월 부친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온전한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제경 100세경영연구원장,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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