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의원님의 유무죄는 안 궁금합니다 [프리스타일]
기자회견 1회, 페이스북 게시물 5회.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언론 장악 카르텔 공동취재단(시사IN·뉴스타파·미디어오늘·오마이뉴스·한겨레)’의 보도 후 닷새 동안 보인 반응이다. 김 의원은 공동취재단의 보도는 음모론으로 가득한 소설 수준에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정정보도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취재와 보도를 하다 보면 반박과 비판, 지적 등이 따라올 때가 있다. 보도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이 취재 결과물에 불편해하거나 화를 내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런데 김장겸 의원의 반응은 당황스러웠다. 그는 취재 결과물의 반대편에 있지도 않았고 보도의 주인공도 아니었다. 김 의원이 나서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김장겸 의원이 문제 제기한 공동취재단 보도물의 주인공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였다. 과거 MBC 사측의 직원 사찰, 노조 와해 시도 의혹에 이진숙 후보자가 개입된 정황을 기사에 담았다. 그 정황을 전하는 과정에서 김장겸 의원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을 언급했다. 앞서 김 의원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MBC 사측과 갈등을 빚어온 노조 직원들의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2023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김장겸 의원은 이 사건 1심 재판에서 이진숙 후보자를 거론했다. 판결문에 당시 김 의원이 이렇게 주장했다고 적혀 있다. “피고인 김장겸은 당시 보도국장으로서, 피고인 안광한(당시 MBC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지시한 방침(직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라는 행위 등)을 보도본부장 이진숙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에 불과함에도, 이진숙을 제외한 채 김장겸만을 안광한의 공범으로 기소한 것은 그 재량을 위반하여 기소독점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므로 공소가 기각되어야 한다.”
김장겸 의원의 주장은, 당시 상급자였던 이진숙 후보자에게 ‘노조 탈퇴 종용’ 지침을 전달받은 것에 불과한데도 자신이 사장과 공범으로 몰렸다는 취지다. 다만 이는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 있는 자신(김장겸 의원)보다, 이진숙 후보자가 재판으로 진위를 가리고 있는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더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취지의 주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었다. 이진숙 후보자는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김장겸 의원에게 질문해야 했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취지로 이진숙 후보자를 거론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게다가 현재 김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이다. 이진숙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여당 측 청문위원으로 참석이 예정돼 있었다. 재판 중 방어권 행사 과정에서 이진숙 후보자를 거론한 김 의원이, 지금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도 물으려 했다.
7월17~18일, 김장겸 의원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마침 공동취재단 기자가 7월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로 본 공영방송의 내일’ 세미나 현장을 취재 중이라 이를 알렸고, 이 자리에 참석한 김 의원을 만날 수 있다면 질문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장에서도 김 의원의 답을 듣지 못했다. 대신 김 의원은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려 공동취재단이 ‘폭력 취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음모론 수준의 소설’ ‘허위사실’이라는 허위 주장은 보도 이후부터 나왔다.
김장겸 의원은 ‘소설’ ‘허위사실’이라는 주장의 주요 근거로, 자신이 ‘노조 탈퇴 종용 행위’ 부분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 1심 법원은 김장겸 의원의 ‘노조 탈퇴 종용 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나머지 부당노동행위 범죄사실은 ‘유죄’가 그대로 인정돼 1심이 정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형이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 재판장 정준영)는 판결문에서 김 의원에 대한 양형의 이유로 “부당한 인사조치 등을 통해 제1노조원들에게 불이익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제1노조의 조직과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행위를 하였다. 피해자들은 업무 경력이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좌절감을 느끼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항소심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2월6일 윤석열 대통령의 ‘설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후 4월10일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국민의미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김장겸 의원이 ‘노조 탈퇴 종용 행위'로 유죄를 받았는지, 무죄를 받았는지는 공동취재단의 질문, 보도 내용과 관계가 없다. 취재단이 김장겸 의원에게 한 질문은 ‘1심 재판 중 이진숙 후보자를 거론한 주장이 어떤 취지였는지’가 전부다. 답을 듣지 못하고 쓴 기사에는 판결문 속 그의 주장만 그대로 옮겼다. 김장겸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며칠간 반복해서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하면서도 앞서의 한 줄짜리 질문에는 여전히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공동취재단 카메라에는 취재단이 김장겸 의원을 만나 질문하는 영상이 고스란히 촬영됐다. 김 의원이 주장하고 있는 ‘폭력 취재’, 별도의 요청이나 공식 절차가 없었던 취재라고 비판한 그 장면이다. 영상을 보면, 이동하고 있는 김 의원은 옆에서 취재진이 질문하자 대답 대신 “예의가 없다. 깡패냐”라고 말한다. 취재진이 “질문을 드리는 겁니다,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라고 말하자 김 의원은 이렇게 대꾸한다. “내가 전화를 왜 받아요?”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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