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1홈런→7G 4홈런 대폭발! ML도 탐냈던 재능…나승엽 향한 롯데의 과감했던 '5억원' 투자, 틀리지 않았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스윙이 굉장히 부드럽고, 궤도가 굉장히 좋잖아"
롯데 자이언츠 나승엽은 28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팀 간 시즌 12차전 '낙동강 라이벌' 맞대결에서 1루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1홈런) 4타점 4득점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나승엽은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롯데는 나승엽에게 1차 지명 손성빈과, 1라운드 김진욱보다 더 큰 5억원의 계약금을 안겼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덕수고 시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았던 나승엽이 메이저리그와 KBO리그 잔류를 놓고 고민을 하던 중이었던 까닭이다.
당시 나승엽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면 롯데는 지명권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계약금 5억원을 비롯해 간절한 구애가 나승엽이 롯데 유니폼을 입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승엽은 데뷔 첫 시즌 60경기에 출전해 23안타 2홈런 10타점 타율 0.204 OPS 0.563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1군의 2군의 수준 차이가 있는 만큼 상무에서 나승엽의 성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나승엽은 상무 입대 첫 시즌 82경기에 출전해 86안타 7홈런 64타점 타율 0.300 OPS 0.903로 펄펄 날아올랐고, 전역을 앞둔 지난해에도 84경기에 나서 92안타 6홈런 57타점 타율 0.312 OPS 0.869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올해 시범경기 5경기에 출전해 5안타 1홈런 타율 0.385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시즌 시작 과정은 썩 좋지 않았다.
나승엽은 시범경기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승선했으나, 3월 한 달 동안 6경기에서 3안타 타율 0.200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살아남지 못한 채 2군으로 내려가게 됐다. 그러나 4월말 1군 무대로 돌아온 나승엽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올 시즌을 시작할 때는 '1군에 계속 붙어있자'는 마음이었다면, 2군에 다녀온 뒤에는 '또 내려가자'는 보다 편한 마음으로 임하게 되자 5월 한 달 동안 25안타 1홈런 10타점 13득점 타율 0.321 OPS 0.902로 폭주했다.
성적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좋아졌다. 나승엽은 6월엔 5월보다 더 많은 105타석에 들어서 29안타 15타점 14득점 타율 0.322 OPS 0.888로 더 좋아진 모습이었다. 덕분에 시즌 타율도 어느새 3할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7월에는 잠재력이 더욱 폭발하는 중. 전반기에 1홈런 밖에 때려내지 못했던 나승엽은 지난 2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즌 2호 아치를 그리더니, 연이틀 대포를 쏘아 올렸다. 라이온즈파크가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지만, 두 경기 연속 홈런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난 26일 NC전에서 시즌 4호 홈런을 터뜨렸고, 이날 다시 미사일을 가동했다. 경기 내내 나승엽의 활약은 빛이 났다. 나승엽은 2회초 무사 1루의 첫 번째 타석에서 NC 선발 최성영을 상대로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3회초 2사 1, 2루에서 다시 한번 최영성과 맞붙었고, 이번에는 3구째 124km 슬라이더를 받아쳐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이어 정훈의 적시타에 홈을 밟으면서 득점까지 생산했다.
나승엽의 방망이가 불을 뿜은 것은 5회였다. 롯데가 5-4로 근소하게 앞선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승엽은 NC와 바뀐 투수 류진욱과 맞붙게 됐다. 그리고 2B-2S에서 5구째 147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힘차게 방망이를 내밀었고, 이번엔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으로 이어졌다. 시즌 5호 홈런. 최근 7경기에서 4번째 홈런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나승엽은 네 번째 타석에선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연장전에서 롯데의 승리를 이끌었다.
나승엽은 6-6으로 팽팽하게 맞선 10회초 무사 1루에서 NC '마무리' 이용찬의 주무기인 130km 포크볼을 받아쳐 우익수 오른쪽 방면에 1타점 2루타를 폭발시켰다. 그리고 흐름을 탄 롯데는 10회초 공격에서만 3점을 더 보태면서 10-6으로 NC를 꺾고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이날 롯데의 승리는 나승엽이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김태형 감독은 시즌 내내 나승엽에 대해 "스윙이 굉장히 부드럽고, 궤도가 굉장히 좋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국가대표 아닌가. 국가대표는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기대감까지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나승엽은 사실상 1군 풀타임 첫 시즌에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여전히 포기하긴 이르지만, 가을야구 희망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나승엽의 성장은 롯데의 밝은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5억원의 계약금이 전혀 아깝지 않은 활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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