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소비는 줄고 수입은 늘어…유업계, 고급 신사업으로 다각화
농식품부, 국내외 기능성 우유 생산 기반·수요 등 연구용역 추진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국내 우유업계가 '이중고'에 시름하고 있다. 우유 소비는 감소하는데 값싼 외국산 멸균우유 수입은 증가하고 있어서다.
유업계는 이런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품질을 높인 신제품을 출시하고 단백질·식물성 음료·고령친화식품 등의 품목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산 우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달부터 국내외 기능성 우유 생산 기반과 수요 동향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 용역에 나선다.
29일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 등에 따르면 국내 우유 소비량은 2021년 445만t(톤), 2022년 441만t, 지난해 431만t 등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멸균유 수입은 늘고 있다. 고물가에 식품·외식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산 멸균유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멸균유 수입량은 지난 2017년 3천t을 넘었고, 2022년 3만2천t으로 약 10배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3만7천t으로 증가했다. 올해 수액량은 상반기에만 2만7천t으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각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이르면 2026년 수입 유제품에 무관세(관세율 0%)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국내 유업체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우유 원윳값 상승률도 우유 시장에서 변수로 꼽힌다. 우유 재료인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제품값도 비싸져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다.
다만 올해의 경우 농식품부가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원윳값 협상에서 인상폭 최소화를 중재하겠다고 밝힌 만큼 식품업계 일각에선 원윳값이 동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유업계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외국산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각 업체는 소화가 쉽다고 알려진 'A2 원유'를 활용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4월 'A2+(플러스) 우유'를 출시했고,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원유를 A2 원유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수입 멸균유가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공격적으로 들어오고, 오는 2026년 우유 관세 철폐에 따라 값싼 수입산 우유와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수입 우유가 충족시킬 수 없는 '신선함'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오랜 연구 끝에 제품을 개발해 최상의 원유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연세유업도 지난해 10월 '세브란스 A2단백우유'를 출시한 데 이어 이달 4일에는 A2 원유를 40% 함유한 단백질 음료 '세브란스 A2프로틴'을 선보였다.
연세유업 관계자는 "세브란스 A2단백우유는 출시 후 6개월간 누적 300만개가 판매됐고, 8개월 만에 500만개를 넘었다"고 말했다.
A2 원유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자 농식품부는 이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 가치 우유 산업 동향을 조사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국산 우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달부터 국내외 기능성 우유 생산 기반, 소비자 수요 등을 알아보는 연구 용역을 추진한다.
매일유업은 지난 수년간 사업다각화에 공을 들여왔다.
매일유업 최고경영자(CEO) 김선희 부회장은 지난 18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강연에서 "우유만 파는 중소기업은 2026년 이후 다 없어질 것"이라며 사업다각화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8년 10월 성인영양식 제품인 셀렉스를 처음 출시했고 2021년 10월에는 셀렉스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매일헬스뉴트리션 법인을 신설했다.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셀렉스 누적 매출은 3천590억원이다.
매일유업은 또 친환경, 동물복지 등을 고려한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식물성 음료 제품을 17종으로 늘렸다.
지난 25일에는 매일헬스뉴트리션을 통해 시니어 특화 영양식 브랜드 '오스트라라이프'를 출시하는 등 환자·고령친화식 제품도 확대할 방침이다.
남양유업도 단백질, 건강기능식품 등 신제품 시장 확대에 주력해 왔으며 올해 단백질 음료 제품 출시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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