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 해리스…미 대선 전면에 ‘문화전쟁’ 부상[미 대선 D-100]
오는 28일(현지시간)로 100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결로 치러질 것이 확실시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발표 이후 빠른 속도로 당내 지지를 확보한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다음달 1일 시작될 대의원들의 온라인 투표에서 후보로 선출될 전망이다.
지난 18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공식 지명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유세 도중 암살 기도에서 살아남은 그는 전방위적인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걸었다.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매치’였던 대선이 70대 보수 백인 남성과 50대 진보 흑인 여성 간 대결로 재편되면서 11월 미 대선 판도의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극과 극’의 대결, 문화전쟁이 핵심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나이·인종·성별·경력·이념·정책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민주당은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과 민·형사재판 피고인인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의 차이점도 부각하고 있다.
상극인 두 후보가 맞붙게 되면서 ‘문화전쟁’ 의제가 올해 대선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미국 사회의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축인 임신중지권, 이민·국경 정책, 인종, 성소수자 이슈 등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무단 월경자 문제를 전담했던 해리스 부통령을 ‘국경 차르’ 라고 공격하며 미 남부 국경 일대의 혼란을 야기한 책임이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또 진보 텃밭인 캘리포니아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을 ‘급진적이고 위험한 좌파’로 명명하며 보수층의 워크(woke·각종 진보 의제)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권 폐기를 결정한 책임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보수 대법관 임명으로 돌리면서 여성과 중도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임신중지’라는 단어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 동성혼, 총기규제 등에서도 선명한 진보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 아프가니스탄 철군, 우크라이나·가자지구 전쟁 등 대외정책에서도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주의 수호’ 논리를 내세워 대선 전복 시도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이라고 주장한 프로젝트 2025(미 보수 싱크탱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위해 정책 제언집)를 저지할 것을 강조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약 스무살 젊은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따라다녔던 ‘고령 리스크’를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식해야 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재까지의 판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박빙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27일 여론조사 평균치를 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9%의 지지율로 해리스 부통령(46.2%)을 오차범위 이내인 1.7%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기 전인 지난 21일 3.0%포인트였던 지지율 격차가 다소 좁혀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고율 관세, 국제문제 개입 최소화 등 1기 때보다 더욱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 및 고립주의 노선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에는 부자 증세, 미국 내 제조업 확대, 동맹 중시 등 바이든 정부의 기조가 대체로 유지될 전망이다.
관건은 경합주 표심
미국은 일반 유권자의 투표에 따라 배분된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선거제를 채택하고 있다. 메인·네브래스카주를 제외한 48개주가 승자독식 방식으로 선거인단을 배분한다. 따라서 전체 득표율에서 이기더라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뒤지면 패배한다.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을 확보하는 이가 승리한다.
결국 대선 승부의 열쇠는 선거마다 지지 정당·후보가 이동하는 경합주(스윙 스테이트)가 쥐고 있다.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조지아·네바다·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 7개주가 경합주로 분류된다.
민주당 측 전략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해 유색인종이나 청년층에게 경쟁력이 있다는 점에서 네바다·애리조나·조지아 등 선벨트(남부 지역)에서 흑인이나 히스패닉 유권자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이끌어낼 경우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던 이들 지역은 확고한 공화당 강세 지역이 됐다는 게 쿡 폴리티컬 리포트나 270투윈 등 정치분석 매체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오대호 주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사는 백인 노동자층 유권자의 표심이 이번에도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승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출신 J D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이들 3개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도 미국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한 입법 성과를 강조하며 친노조 기조를 앞세우며 민주당 ‘집토끼’인 노동자층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러닝메이트’ 후보군에도 경합주를 기반으로 하는 조시 셔피로(펜실베이니아), 로이 쿠퍼(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이 거론된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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