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 “에너지 안보는 국력… 원전은 필수”
“에너지 안보는 곧 국가 경제이며, 국력(國力)입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제품을 수출해 무역으로 먹고사는 국가이고, 그 돈으로 에너지를 삽니다. 결국 에너지 구입비를 낮춰야 국가 이익도 커질 수 있습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은 지난 23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석유, 가스, 석탄 등 해외 에너지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육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4월 15일 취임한 박 부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을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과, 산업정책실장을 거쳐 제2차관을 거친 에너지통이다. 이후 한국동서발전 사장과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을 지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졌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 때도 에너지 안보 위기였고 그때나 지금이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내셔널리즘(민족주의) 시대에 정부, 기업, 국민이 각자의 위치에서 에너지 수요와 공급, 절약 등 에너지 안보를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100일 소회는.
“100일이라고 하는데 6개월 정도 지난 느낌이다. 통상 관련 중앙아시아 3개국과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을 주관했고 아랍에미리트(UAE), 베트남 등 정상들의 국내 방문도 챙겼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국회의원 100여명을 초대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여야를 떠나 기업의 목소리를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AI(인공지능) 시대에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모든 산업이 석유, 가스에서 전기로 구조가 바뀌고 있다. 또 AI가 모든 산업에 적용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 50~60년간 기업은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 정부나 한국전력 등에 신청하고 기다리는 구조였다. 문제는 지금 당장 발전소를 건설해도 원전은 10년, 화력·석탄발전소는 5~6년을 기다려야 한다. 기업의 전력 수요와 공급 가능한 전력 간 미스매치(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이 필요한 전력에 대해 단기, 중기,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또 원전, 화력발전,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믹스(혼합)와 생산된 전기를 어떻게 공장까지 끌어올지 송·배전망 구축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아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송·배전망 투자가 왜 중요한가.
“용인 반도체 단지가 건설 중인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아무리 빠르고 좋은 고속철도를 개발해도 철길이 구식이라면 제대로 달릴 수 없다. 원전, 해상풍력 등으로 에너지를 생산해도 제대로 된 송전망이 없으면 전력 수요가 몰리는 용인, 평택 등 반도체 단지로 전력을 끌어올 수 없다.
과거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가져오기 위해 송전탑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주민 반발로 개통이 지연된 바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빠르고 안정적인 변화를 위해 특별법 같은 입법,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을 수주했다.
“체코 원전 우선협상자 선정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의 큰 성과다. 현재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 건설이 가능한 국가는 5곳 밖에 없다. 한국은 적절한 가격과 공사 기간을 맞출 수 있는 경쟁력을 가졌다. 체코 원전 수주는 유럽 다른 국가의 원전 수출로 이어질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기술 선점도 중요하다.”
─수소 산업은 어떻게 전망하나.
“수입이 아닌,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발굴해야 하는데 그게 수소다. 수소는 구조가 가스 생태계와 비슷하다. 우리나라가 제조업에 강하기 때문에 수소 생산, 유통, 소비 등 전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이 있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배출되는 수소를 모을 수 있고 자동차, 트램 등을 개발해 충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도 수소에 보조금을 줄지, 입찰로 기술 개발과 가격 인하를 유도할지 다양한 정책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에 어떤 사업에 참여할지 고민하게 해주고 정책적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 상의도 기업의 목소리를 정부나 국회에 지속해서 건의하고 있다.”
─팀코리아에서 상의의 역할은.
“최태원 회장님이 말씀한 것처럼 과거엔 세계 경제 질서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국제 룰(규칙)에 따라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각자도생하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온실에서 정글로 변하는데,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필요하다.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 민간 기업의 비즈니스 딜(계약)에 관여하고 있다. 기업이 수출을 잘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민관이 함께 뛰어야 한다. 상의는 정부와 국회, 기업 간 소통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향후 활동 계획은.
“해외의 각종 통상·수주 정보가 해외 대사관이나 한국무역협회, 각종 협회 등에 흩어져 있다. 이런 정보를 모아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관련 기관과 실무적 협의를 했고 이견이 없었다. 다음 달쯤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에너지와 관련해 오래된 규제와 시스템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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