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투자 성과급, 대법원 판결 났지만 아직도 지급 안 돼… 케이넷, 16년째 펀드 미청산

김종용 기자 2024. 7.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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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뉴스1

크래프톤 투자 성과급을 둘러싸고 벤처캐피털(VC) 케이넷파트너스와 부경훈 전 이사(현 케이제이앤투자파트너스 대표) 간 법정 공방이 지난 2022년 부 전 이사의 최종 승리로 끝났음에도 현재까지 성과급 지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6년 전 500억원 규모로 결성한 펀드 청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펀드는 2008년 결성된 뒤 수차례 만기 연장을 거쳐 현재까지 존속 중이다. (☞관련 기사 : [단독] 배틀그라운드 투자 성과급 공방 대법원 갔다… 2000억 소송 비화 조짐)

29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케이넷은 2008년 결성한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 만기일을 수차례 연장하며 유지 중이다. 자금 회수에 시일이 걸릴 경우 출자자(LP) 협의를 통해 6개월~1년 단위로 연장하는 게 가능하지만, 16년 동안 펀드를 유지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벤처 펀드 존속 기간은 8년이다. 보통 VC들은 4년 동안 투자를 진행하고, 나머지 기간 자금 회수를 진행한다. 케이넷 측은 “펀드 내 포트폴리오 엑시트는 거의 완료한 상태”라며 “펀드 청산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출자자와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해당 펀드는 SK텔레콤이 295억원, 한국모태펀드(문체부)가 200억원, 케이넷이 5억원을 출자한 500억원 규모의 게임 전문 투자 조합이다. 다만 SK플래닛(SK텔레콤이 물적분할하면서 지분 이관)이 2년 전 크래프톤 지분을 현물로 취득하며 탈퇴해 현재 LP는 모태펀드만 남은 상황이다.

케이넷이 펀드 만기를 연장한 표면적 이유는 대표 포트폴리오인 크래프톤의 주가 하락 때문이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2021년 11월 최고가인 56만7000원을 찍은 뒤 2022년 들어 2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듬해에는 10만원 중후반대에서 횡보하다가 최근에는 20만원 중후반대까지 올랐다. 전 거래일(7월 26일) 종가는 28만5000원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주가 하락 외에도 성과급 지급을 미루기 위한 지연 전략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통상 성과급은 펀드가 청산된 후 출자자들로부터 회사가 받은 성과보수에서 지급하기 때문이다. 성과보수도 내부수익률(IRR) 기준치 이상을 넘어야 발생하기 때문에 펀드 청산 기간이 길어질수록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어진다.

케이넷과 크래프톤 초기 투자를 담당한 부 전 이사 간 분쟁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케이넷은 지난 2009년 8월 크래프톤에 99억원을 투자했다. 크래프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66만주를 1주당 1만5000원에 매입했다. 당시만 해도 크래프톤은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을 준비하고 있었고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황이었다. 케이넷 설립 때부터 활동한 부 전 이사는 케이넷 경영진과 갈등을 빚고 2014년 10월 퇴사했다.

이때 부 전 이사는 케이넷과 ‘성과급 지급 확약서’를 작성했다. 해당 펀드에서 투자가 성공해 성과보수를 받으면 자신의 몫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크래프톤은 이후 자회사를 인수해 배틀그라운드 개발에 착수했고 2017년 12월 게임이 정식 출시했다. 이에 크래프톤 기업가치가 급등하자 케이넷은 2018년 9월 20만주를 65만원에 매도해 1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중 펀드의 기준수익률(IRR) 7%를 초과한 금액의 20%에 해당하는 138억2714만원이 케이넷의 성과보수로 들어왔다.

하지만 케이넷이 부 전 이사에게 약속한 성과급 지급을 거부하면서 부 전 이사와 케이넷 사이의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재판은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까지 거쳐 장장 4년간 진행된 끝에 2022년 부 전 이사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부 전 이사는 현재까지도 성과급 지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케이넷은 해당 펀드를 통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전망된다. 20만주를 처분하면서 회수한 1300억원 외에, 크래프톤이 2021년 5월 5대 1 액면분할 등을 실시하면서 케이넷은 총 230만주를 보유 중이었다. 이 가운데 펀드 출자자 중 한 곳인 SK플래닛이 108만5600주(주당 18만3000원·1987억원)를 현물로 취득하며 조합에서 탈퇴했고, 121만4400주가 남게 됐다.

이후 케이넷은 꾸준히 크래프톤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상장 이후 종가 기준 최저가인 14만6500원에 전량 매도한 것으로 가정하면 1779억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고, 전 거래일 종가(28만5000원)로 계산하면 3461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 전 이사가 받을 성과급 규모는 IRR이 정해진 후에 확정된다. 재판을 진행할 당시에는 역대급 규모에 달하는 성과급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성과급 규정에 따르면 심사역들에게 배분할 성과보수 50% 중 30%는 대표에게, 각 10%씩의 기본성과급은 3인의 심사역들에게, 나머지 40% 기여 성과급은 기여도에 따라 배분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 가운데 부 전 이사의 기여도를 총 45%(기본 10%, 기여 35%)라고 판단한 바 있다.

부 전 이사는 “당시 법원 판결에 따른 크래프톤 지분 처분 수익에 대한 성과급은 받았고, 잔여 미처분 수익에 대한 배분은 남아 있다”며 “펀드 연장 또는 청산 소식은 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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