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플랫폼이 아니다… 당근 구주는 없어서 못사고, 직방은 매물만 쌓이네
2021~2022년 벤처 투자 활황기에 수조원대 몸값을 인정받았던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들은 한때 ‘유니콘(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불리며 다 함께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어떤 곳은 구주 매물이 없어서 못 살 만큼 인기가 많은 반면, 또 어떤 곳은 매물만 쌓이고 원매자는 나타나지 않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때 다 같이 잘나갔던 플랫폼 기업들의 희비를 가른 핵심 변수는 ‘흑자 여부’다.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에만 돈이 몰린다. 또 해외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플랫폼, 뷰티 산업 관련 플랫폼이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벤처캐피털(VC)이 보유한 당근 구주가 기업가치 2조5000억원 기준으로 거래됐다. 한 VC 관계자는 “당근은 지금 들고 있는 기관들이 대부분 안 내놓으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근은 앞서 지난 2021년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1800억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누적 투자금은 2270억원에 달한다. 미국 굿워터캐피탈, 에스펙스매니지먼트, DST글로벌, 레버런트파트너스, 알토스벤처스, 카카오벤처스, SVBA, 스트롱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등이 주요 투자사다.
스타트업 거품이 꺼진 올해는 구주의 경우 회사 측이 원하는 밸류에이션의 절반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회사 측이나 기존 투자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대에만 매매가 되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당근 구주가 몸값 2조5000억원을 기준으로 거래된 건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당근 구주가 인기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사가 흑자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흑자를 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276억원을 기록해 전년(499억원) 대비 156% 증가했다.
북미 시장에서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도 기관 투자자들이 당근 구주를 찾는 이유다. 당근은 현재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4개국에서 글로벌 서비스 ‘캐롯’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에서의 성장세가 뚜렷한데, 올해 3월 캐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무료 소셜 앱 부문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캐나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월 평균 15%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미 지역은 집 차고에서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개러지 세일(garage sale) 문화가 발달한 만큼, 당근이 인기를 얻기 쉬운 환경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성형수술 등 미용 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 역시 요즘 VC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스타트업이다. 중국 레전드캐피탈, KB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등이 구주를 갖고 있는데 이를 사겠다는 문의가 많다고 한다. 거론되는 기업 가치는 1조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힐링페이퍼 역시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회사다. 지난해 1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17억원으로 전년(245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찾는 외국인 환자의 수가 전년 대비 12배 가까이 증가하며 실적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IB 업계 관계자는 “성형수술 관련 시장은 과거 의료 쪽으로 묶였지만, 이제는 뷰티 섹터로 분류돼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며 “강남언니뿐 아니라 기업가치가 1000억~2000억원대인 뷰티 관련 흑자 기업들도 최근 2~3년 만에 몸값이 네 배씩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흑자 전환도 못하고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성이 애매한 기업들은 구주가 시장에 나와도 별 인기가 없다.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의 경우 상장 준비를 앞두고 일부 투자사가 보유 중인 구주를 팔고 있는데, 1조원대에도 사겠다는 곳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2022년 시리즈C 투자 유치 당시 몸값은 2조원에 달했다. 버킷플레이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2402억원이었는데, 영업손실이 17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한때 대표적인 유니콘으로 주목받았던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경우, 기업가치가 ‘수직낙하’했다고 전해진다. 한 VC 관계자는 “직방 구주는 가격에 상관없이 사겠다는 기관이 없을 정도”라며 “팔려는 VC만 너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방이 그동안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총 3285억원에 달한다. KDB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하나증권, 골드만삭스PIA, 알토스벤처스, 스톤브릿지벤처스, 디에스자산운용, 유안타인베스트먼트, 포스코기술투자, 블루런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요 투자사다.
직방은 2022년 2조5000억원까지 인정받고 투자를 유치했지만, 지난해 3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 사업에서도 눈에 띄는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다만 회사 관게자는 “지난해 매출액 대비 손실 비중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경기 불황 등 외부 요인을 극복하고 현금흐름성 개선에 집중하는 등 손익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VC 업계 관계자는 “세컨더리 전용 펀드가 많이 만들어져 구주에 대한 수요는 넘치지만, 흑자를 내면서 상장 가능성이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회사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런 회사들의 구주는 아무리 비싸도 지금 많이 담아두자는 게 VC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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