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웅 연출 "현실과 맞닿은 '맥베스' 구현…황정민 아이디어도 녹였죠"
황정민 주연 화제작…연일 매진 행렬
독창적 세계관 구현한 연출로 시선 끌며
인간의 욕망·양심에 대한 화두 던져
양정웅 연출은 지난 26일 해오름극장에서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간 심성의 어두운 그늘과 찌꺼기가 모인 폐허 같은 공간에서 무너져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욕망과 양심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맥베스’는 세계적인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마녀들에게 장차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장군 맥베스가 권력과 욕망에 사로잡혀 끝내 파멸하게 되는 이야기다.
원작의 배경은 11세기 스코틀랜드. 양정웅 연출은 연극의 배경을 파격적으로 변주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현했다. 현대 도시의 하수구 속 어딘가를 연상케 하는 그로테스크한 미장센, 빔프로젝터와 레이저빔 등을 활용한 다채로운 연출로 관객을 미지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게 한다.
“극의 배경은 현대와 미래를 아우르는 미지의 공간이에요. 낯설고 먼 중세 이야기가 아닌 현대와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이야기의 구성과 흐름은 심리극 특성이 강한 원작을 충실히 따르되 비주얼과 아트 디렉팅은 현대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양정웅 연출이 구현한 ‘욕망의 폐허’에서 등장인물은 칼과 총으로 싸움을 벌이고 심지어 영상통화로 소통을 하기도 한다. 지하세계의 악당처럼 묘사한 마녀들은 사탄을 상징하는 숫자 ‘666’을 외치고 ‘육망성’ 마법진을 만들며 오컬트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양정웅 연출은 “아무리 잘 만든 연극도 관객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만큼 다채로운 요소를 활용해 어떻게 재미를 줄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했다. 더불어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시각과 청각이 모두 즐거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현대적 사운드에 특화된 케이헤르쯔(KxxHz, 본명 김민주)를 음악감독으로 초빙했다”고 설명했다.
양정웅 연출은 “행복하고 영광스럽다”는 소감을 내놨다. 이어 “연출가의 역할은 배우, 스태프의 노고를 책임지고 이끄는 선장과 같은데, 긍정적인 반응에 ‘다행히 내가 배를 잘 이끌었구나’라는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된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주역 배우 황정민에 대해선 “맥베스라는 인물을 통해 욕망에 노출된 현대인의 단면과 다층적인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두말할 나위 없이 누가 봐도 맥베스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어 “그런 면에선 ‘황정민 씨가 다했다’는 생각도 든다”며 흐뭇해 했다.
“황정민 씨는 현장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불렸어요. 까마귀떼를 연처럼 허공에 띄워보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도 황정민 씨였죠. 연출가로서 동선, 미술적 배치에 더 집중하고 연기적인 부분은 배우의 해석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편인데 출연 배우들의 열연이 합쳐져 정반합처럼 시너지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양정웅 연출은 ‘셰익스피어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햄릿’,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 ‘십이야’ 등 다수의 셰익스피어 원작 연극을 선보였다. 한국적 색채를 입힌 ‘한여름 밤의 꿈’으로는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와 글로브 극장에 초청받기도 했다.
소화 가능한 장르의 폭도 넓다. 그동안 연극 외에 뮤지컬, 오페라, 무용,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연출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연출가 데뷔 전에는 영화 단역 배우로도 활동했다. 그는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상상과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라 올림픽 개·폐막식에도 도전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재 웹툰 원작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창작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국립무용단 정기공연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양정웅 연출은 “연극은 가상세계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며 “언젠가 메타버스와 연계한 연극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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