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KKKKKKKKKKKK' 859억 먹튀의 부활! ML 새역사 작성…복귀 후 ERA 0.75, 트레이드 시장 판도 흔드나?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골칫덩이' 또는 'FA 먹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블레이크 스넬(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완전히 부활했다. 메이저리그 새역사를 작성함과 동시에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카드로 떠오르게 됐다.
스넬은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1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32경기에 등판해 180이닝 동안 무려 234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14승 9패 평균자책점 2.25라는 엄청난 활약을 펼친 스넬은 지난 2019년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사이영상'의 영광을 품에 안았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양대리그에서 모두 사이영상을 손에 넣은 것은 스넬이 역대 7번째였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을 앞두고 최고의 시즌을 보낸 만큼 스넬을 향한 빅리그 구단들의 관심은 뜨거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두 번이나 사이영상을 수상했지만, 늘 기복이 있는 투수를 거듭한 스넬을 탐내는 구단은 많지 않았다. 물론 관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너무나도 무리한 요구를 한 탓에 스넬은 행선지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결국 스넬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소속팀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였는데, 그래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는 면했다. 스넬은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년 6200만 달러(약 859억원)에 손을 잡으며 이정후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스넬은 계약 내용에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시켰는데, 2024시즌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한 뒤 초대형 계약을 품에 안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최근까지 스넬의 행보는 최악이었다.
스프링캠프를 치르지 못한 까닭에 샌프란시스코는 스넬이 마이너리그에서 빌드업을 한 뒤 빅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6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9.51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더니, 6월 3일 뉴욕 양키스전을 끝으로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게 됐다. 이는 스넬은 물론 샌프란시스코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샌프란시스코 또한 연 3100만 달러를 투자한 성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넬이 전열에서 이탈하게 되자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비난이 쇄도했다. 특히 'USA 투데이'의 밥 나이팅게일은 "샌프란시스코 파르한 자이디 사장은 지난 3월 팀이 이미 준비가 돼 있으며, 더 이상의 대형 FA 선수를 위해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을 때 자신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며 "3주 후 그들은 스넬과 2년 6200만 달러(약 859억원)의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재앙이나 다름이 없다. 스넬은 샌디에이고 시절 23경기(18자책점)에 등판했을 때보다 샌프란시스코 6경기에서 더 많은 자책점(25점)을 기록했다"고 작심 비판했다.
하지만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온 스넬이 달라졌다. 스넬은 복귀전이었던 지난 10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5이닝 동안 1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 경기를 펼치더니, 15일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7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으로 역투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강자' LA 다저스를 상대로도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하면서 사이영상 수상자의 귀환을 알렸다. 그리고 이날 압권의 투구가 펼쳐졌다.
콜로라도와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한 스넬의 투구는 압권. 스넬은 1회 2루타와 볼넷을 내주는 등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두 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 스타트를 끊더니, 2회에도 '위닝샷'으로 커브를 적극 활용하며 콜로라도 타선을 상대로 두 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그리고 3회에는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KKK'로 만들었고, 4회 크리스 브라이언트-엘리아스 디아즈-마이클 토글리아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모두 삼진으로 요리했다.
순항은 계속됐다. 스넬은 5회 선두타자 제이콥 스탈링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묶어낸 뒤 헌터 굿맨과 애런 슝크를 모두 커브로 삼진 처리한 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에제키엘 토바에게 볼넷을 내준 후 브렌트 도일-브렌든 로저스-크리스 브라이언트를 모두 'KKK'로 잡아내며 15탈삼진과 함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 경기를 완성했다.
이날 스넬의 투구는 '기록'으로도 연결됐다. 스넬은 18개의 아웃카운트 중 15개를 삼진으로 만들어내면서 개인 커리어하이는 물론 올 시즌 메이저리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달성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포츠 데이터를 제공하는 '옵타 스탯'에 따르면 이날 스넬의 15탈삼진은 6이닝 이하를 기준으로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삼진으로 연결되는 기염을 토했고, 2009년 팀 린스컴 이후 처음으로 15삼진을 솎아낸 투수로 구단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스넬은 유력한 트레이드 후보로 급부상하게 됐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고, 스넬은 복귀 이후 4경기에서 24이닝 30탈삼진 평균자책점 0.75로 가치가 최고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은 "스넬은 샌프란시스코 역사에 이름을 새김과 동시에 트레이드가 될 수 있는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며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다양한 팀들이 군침을 흘릴 수 있다"고 짚었다.
스넬 입장에서도 포스트시즌 경쟁을 펼치는 팀으로 이적해 자신의 가치를 끌어 올리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 과연 스넬의 입지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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