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산우 도축 급증…암소 번식용보다 비육용 전환 늘어
농가 비육용으로 전환 늘어
‘독자 소비시장 형성’ 주장도
정부, 육성사업 추진할 계획
올해 미경산우(임신·출산하지 않은 암소) 사육규모와 도축마릿수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값 하락으로 암소를 번식용보다는 비육용으로 출하하는 농가가 많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미경산우의 독자적 시장이 형성된 방증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축산물이력제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미경산우(산차 0회) 도축마릿수는 6만5106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만4083마리)보다 47.7%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미경산우 도축마릿수는 12만108마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경산우 도축마릿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육마릿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국내 미경산우 사육마릿수는 2020년 기준 13만1000마리로 추정됐다. 이후 2021년 14만8000마리, 2022년 17만3000마리, 2023년 19만1000마리 등 매해 늘어났다. 올해는 5월 기준 19만6000마리로 파악된다.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는 일차적으로 한우 수급 상황이 꼽힌다. 2022년부터 한우 전체 사육마릿수가 과잉돼 올해엔 경락값·송아지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 결과가 나오면서 암소를 번식용보다는 비육용으로 전환시킨 농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동명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교육조사부 팀장은 “미경산우 출하월령수가 30개월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농가들의 결정은 2022년 상반기에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암소를 비육해 출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판단한 농가가 늘면서 미경산우 규모가 증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표유리 GS&J 인스티튜트 책임연구원도 “현재 2∼3세 암소 사육마릿수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중 상당수가 미경산우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송아지값이 좋지 않아 비육농가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몇년간 독자적으로 미경산우시장이 형성된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가 분석한 결과 미경산우의 1등급 이상 출현율은 2020년 72.6%에서 2023년 76.6%로 높아졌다. 올 2월에도 78.9%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미경산우 도체중도 올 2월 기준 평균 385㎏으로, 2020년 대비 22㎏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 미경산우 1++(투플러스) 등급의 경락값은 1㎏당 평균 2만1603원으로 거세우(2만1257원)보다 1.6% 높았다.
강병규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한우기획팀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것은 미경산우에 대한 사양관리 등 농가들의 사육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급 상황과 무관하게 미경산우 사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농가가 늘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고령화 등 산지 상황과 소비지에서 선호도가 상승하는 등의 영향으로 향후 미경산우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경산우 사육농가인 황명훈씨(44·경남 거창)는 “송아지 번식엔 노동력이 많이 필요해 고령농들은 포기하는 상황”이라면서 “암소 송아지값이 수소보다 150만원가량 낮고, 사료 섭취량도 적기 때문에 가격만 받쳐준다면 미경산우 사육농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경산우 전문 유통업체인 다성축산유통의 최유성 대표는 “미경산우 전문 취급점이 늘어나는 등 소비지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맛과 육질·향 등에서 거세우보다 차별성이 있어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미경산우 생산기반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부터 ‘비육용 암소시장 육성사업’을 시행해 암소 4만마리를 대상으로 난소 결찰·적출 시술비를 지원하는 등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미경산우시장을 육성하면 송아지 생산이 조절돼 한우 수급 효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과 같이 미경산우를 고급육시장으로 키우는 등 산업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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