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법인이 ‘애그리워싱’ 수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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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법인이 '애그리워싱(Agri-Washing)'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농업법인 제도를 창안한 필자를 실망시킨다.
'농민신문'이 최근 기획보도를 통해 일부 기업이 농업법인의 탈을 쓰고 보조금 지원이나 세금 감면 등 농업분야의 혜택을 누리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제 농업법인을 위장한 애그리워싱 기업에 대해서는 진입장벽을 두텁게 마련하는 동시에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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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법인이 ‘애그리워싱(Agri-Washing)’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농업법인 제도를 창안한 필자를 실망시킨다. ‘농민신문’이 최근 기획보도를 통해 일부 기업이 농업법인의 탈을 쓰고 보조금 지원이나 세금 감면 등 농업분야의 혜택을 누리는 문제를 제기했다. NH금융연구소는 이렇게 위장된 농산업 행태를 ‘애그리워싱’으로 정의하면서 애그리워싱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장기적으로 농산업의 질적 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애그리워싱은 부동산 투기다. 2000년대 들어 지가 상승을 틈타 농지전용의 차익을 꾀하는 농업법인이 등장했는데, 최근에는 그 수법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단다. 요즘 정부가 스마트팜 육성 시책을 펴니까 부실 건설기업이 정책보조금을 노리고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정보기술(IT)이나 의약품 관련 기업이 투자자와 정부를 속이고 사업 성과를 과대 포장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돌이켜 보면 1990년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 제정에 따라 농업법인 제도가 도입되면서 새로운 제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거론됐다. 필자가 영농조합법인을 연구하던 1980년대말은 구 동독을 필두로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의 패망이 진행되던 시기였고, 그래서 당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내에서도 협업농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산물시장 개방이라는 시대 흐름 속에서 우리 농업의 경쟁력 향상이 국가적 과제였고, 이를 위한 농업구조 개선 시책이 다각도로 모색되면서 전업농 육성과 농업법인 제도화라는 양대 축이 확립됐다. 그리고 농업법인은 영세농의 협업을 통해 규모화의 이익을 실현하고 나아가 가공·유통 사업으로 범위를 넓혀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임으로써 농가소득 증대와 농업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한다는 정책 목표를 견지하게 됐다.
초기의 농업법인은 정부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기존에 작목반이나 공동영농조직을 운영하다가 농업법인으로 전환한 경우에는 성공 사례의 모델로 일컬어졌으나 협업화나 법인화의 유리성을 추구하기보다 정책사업 수혜를 목적으로 농업법인을 설립하는 경우에는 경영능력 부족으로 부실화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제 농업법인을 위장한 애그리워싱 기업에 대해서는 진입장벽을 두텁게 마련하는 동시에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우리 농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 자본과 인재가 영입돼야 하며, 농업 전후방산업에도 관련 기업의 참여가 불가피한 부분이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해 농산업에 기업 진입을 활성화하면서 농산업 성장에도 기여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올해 추진하는 스마트농업 정책도 주된 대상은 농업법인이 될 것이므로, 이번 기회에 국책사업의 지원 방향을 농산업 발전단계별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즉, 산업 초기에는 시설자금 보조 같은 사전적 지원을 통해 양적 성장을 견인하며, 산업 성장기에는 면세나 감세 같은 사후적 지원으로 부담을 경감하도록 하고, 산업 완숙기에는 경영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자력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업법인화의 목적은 규모경제와 범위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다. 개별경영으로 어려운 가공·판매·유통 사업은 물론 종묘·자재·농기계 등 전후방산업을 연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농업법인들이 농업 6차산업화의 주체로 앞장서 나아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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