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뷰] '이재명의 우클릭', '노선 갈등' 불붙나

김주훈 2024. 7.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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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 전대 기점 종부세·금투세 '완화' 공론화
대선서 0.73%p 차 패배…중도·보수 확장 전략
"지지층 상당수 중산층…기대감 외면 어려워"
尹 정부 공세 차질 불가피…당 내 반발도 만만찮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과 이재명 등 당대표 후보들이 28일 충남 공주 충남교통연수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07.28.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완화= 부자 감세'라는 더불어민주당의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대권주자인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겨냥해 '우클릭'하면서다. 그동안의 당 기조와 다른 행보에 우려가 나오면서 '노선 갈등'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가 당대표 출마 선언을 공식화한 지난 10일 이후, 정치권에선 종부세·금투세 완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한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세제 개편 필요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박찬대 원내대표의 종부세 폐지 주장으로 당내가 시끄러워지면서 세제 개편 논의는 수면 아래로 내려간 바 있다. 하지만 대권 잠룡인 이 후보가 8·18 전당대회에서 수면 위로 끌어 올리자, 당내 갈등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줄곧 종부세·금투세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TV토론회에서 종부세에 대해선 1가구 1주택에 대해 집값 상승을 이유로 '징벌적 과세'를 내리는 것은 부적절한 만큼 큰 폭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투세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만 주가가 내려가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가 크다"며 유예 및 면세점 상향 필요성을 부각했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의 소위 우클릭에 대해 '중도 확장'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사상 초유의 0.73%p 차이로 대통령직을 국민의힘에 넘겨줬다. 진보와 보수 지지층이 각 진영으로 결집해 첨예하게 대립한 선거였던 만큼, 차기 대선을 노리는 이 후보 입장에선 중도층과 나아가 일부 보수층의 표심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 속에 당대표 연임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차기 지도부가 사실상 오는 2027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캠프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지도부 중심으로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적 정책' 행보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28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의 상당수 지지자는 수도권에 살고 있는 중산층으로, 사실 이들이 주식 투자는 많이 하지만 금투세 대상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들도 언젠간 대상이 될 수 있기에 민감한 이슈이기도 하고, 현재 외부 요인에 휘둘리는 우리나라 주식시장 현실상 개미 투자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현실적 요인도 있는 등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하지만 당내 일부에선 반발이 만만치 않다. 특히 금투세 시행 유예는 곧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내 의견 그룹인 더좋은미래는 "민주당은 그동안 일관되게 부자감세에 반대하고 재정을 활용한 민생지원을 강조해 왔다"며 "과세 대상이 극소수에 불과한 금투세의 시행 유예는, 곧 자본시장 초고소득자에 대한 사실상의 부자감세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경고의 대상은 정부여당이지만, 사실상 이 후보도 함께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이 후보가 차기 당대표로서 세제 개편을 관철할 경우, 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이 부분의 공세 동력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속 부자 감세 추진은 민주당의 주요 공세 수단이었고, 세수 결손을 지적할 수 있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세수 관련 갑작스러운 기조 변경은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 설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의 우클릭에 대한 우려는 고정 지지층 이탈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지난달 종부세 폐지 여론이 튀어나오자,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당은 '개인 의견'이라고 치부하며 진화에 나설 정도로 세제 개편 논의는 민주당 입장에선 쉽게 꺼내지 못하는 '금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후보의 우클릭이 당 정체성만 훼손한 채 실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위해선 우리 당이 중도층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종부세·금투세 완화는 중도층과 아무 상관이 없고, 간단한 논리로 중도층이라는 국민이 상위 1%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중도층은 정치 무관심층이 많기에 정책 방향성이 아닌, 대권 주자의 태도와 품격 등 이미지를 보는 만큼 실익이 없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당의 기조와 반대되는 입장을 비쳐 저항에 부딪힐수록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에 '의외성'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당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노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 보수 지지자의 강한 거부감을 희석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보수 일부에선 이 후보가 부자들에 대한 적대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데, 여기에 대해 본인은 정책적으론 열려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각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노선 경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는데, 종부세의 경우 민주당은 자당의 철학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이 부분을 고집해선 외연 확장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는데,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전반적인 세제 개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지 당의 기조와 다르다고 싸움을 벌이면 국민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중도·보수를 향한 외연 확대 전략이자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당내 반발이 커질수록 중도·보수층이 이 후보에게 느낄 '의외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후보는 오히려 당내 반발로 노선 갈등이 벌어지기를 바랄 수 있다"며 "논란이 커질수록 중도·보수 측에선 이 후보가 생각보다 진보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뷰'가 좋은 정치뉴스, 여의뷰! [사진=아이뉴스24 DB]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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