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동안 지키지 않은 日 군함도 약속...사도광산은 믿을 수 있나
사도광산선 조선인 노동자 소개·추도식 얻었지만
日 갈수록 '강제노역' 및 '사과' 명문화 인색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우리 정부의 '믿음'이 결정적이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담보 못 할 말'보다 '당장 실행에 옮기는 행동'이라는 일본 측 제안에, 등재를 찬성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 시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당장 2015년 군함도(하시마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을 알리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던졌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역사적 사실을 자의적으로 왜곡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과연 있는지 묻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다.
심사 중단 아닌 협의 택한 정부…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사도광산 등재가 결정된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소재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의 대결보다는 상호합의에 의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알리기 위해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강제동원 관련 전시 △조선인 노동자의 기숙사·공동취사장 터에 안내판 설치 △일본인과 조선인 노동자 추도식 개최 등의 선제적 조치를 약속했고, 이를 믿고 등재를 동의해줬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역사를 직시하고 전체 역사가 정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본이 조선인 강제동원과 관련된 장소를 세계유산으로 등록해, 가해역사를 더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도 있다는 얘기다.
지속성 의문…외교부 "일본 약속 문서화·계속 점검"
하지만 외교부의 생각과 달리 여전히 '뒤통수를 칠 일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작지 않다. 당장 아이카와 박물관에서 강제동원과 관련한 전시와 안내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전시 상설화'에 합의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유산위원회(WHC) 권고는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이를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조 장관이 "일본은 정부와 계속 소통하며 약속이행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엄중히 말했지만, 이는 '일본 정부를 믿겠다'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외교 참사"라는 비판과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그래서 일본이 어떤 조치를 할지 구체적으로 발언문에 남기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키지 않는다면) 일본의 평판에 문제가 생기고, 세계적으로 많은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는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이어 "사도광산은 사도광산대로, 군함도는 군함도대로 계속 이행조치를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노역' 직접 언급 인색해진 일본…"문서 부정은 못해"
무엇보다 일본은 여전히 2015년 국제사회 앞에서 인정한 '강제노역(forced to work)'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며 역사를 부정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선제적 조치'로 약속한 전시관에도 '국민총동원법에 근거한 국민징용령에 의한 모집·알선' '가혹한 환경' 등으로 표현이 순화돼 있었다. 외교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2021년 4월 각의(국무회의) 이후 일본의 모든 교과서에서는 '강제노동' 등 '강제'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정부는 전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WHC 회의에서 나온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의 발언에 주목한다. 그는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한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이미 설치했다"며 "정부는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할(bearing in mind) 것"이라고 했다. 발언은 WHC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돼 결정문의 일부로 간주되는데 정부는 이를 포함한 WHC 문서가 일본의 역사왜곡·이탈의 수준을 제한하는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엔티안(라오스)=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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