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연출, 박정민 출연 영화 제작비가 2억원... '얼굴'이 한국 영화 체질 바꿀까
박정민 권해효 등은 일당제로 출연료 받아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 100억 원 시대 새 모델
제작 중인 한국 영화 ‘얼굴’은 제작비가 2억 원대다. 독립영화라 해도 돈이 적게 들어간 편에 속한다. 관심이 가기에는 규모가 작아도 너무 작다. 하지만 메가폰을 잡은 이와 출연 배우 면면을 보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박정민과 권해효, 신현빈 등이 출연한다. 여느 상업 영화 못지않은 진용이다. ‘얼굴’은 한국 영화계에선 유례없는 실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영화계의 새 돌파구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연배우 출연료 일당제로 지급
‘얼굴’은 연 감독의 동명 그래픽 노블(2018년 출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영화계에 따르면 연 감독은 그래픽 노블 ‘얼굴’을 영상화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 왔다.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까 고심했다가 실사 독립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애니메이션은 실사보다 더 많은 돈이 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픽 노블 ‘얼굴’은 산업화 시기 멸시받고 잊혔던 어머니의 삶을 추적하는 아들의 사연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담고 있다.
영화 ‘얼굴’은 연 감독이 설립한 영화사 와우포인트에서 제작한다. 제작비는 연 감독 주머니에서 나왔다. 외부 투자는 일절 받지 않았다. ‘얼굴’이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배우들은 출연료를 일당으로 받으며 연기한다. 박정민과 권해효, 신현빈은 연 감독의 제작 취지에 공감해 적은 출연료를 받고 출연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스태프 인원은 최소한으로 꾸렸다. 20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 영화 스태프 수(60명가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역시 일당제다. 촬영 기간은 한 달이다.
제작비 2억 원은 초저예산이라 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2월 낸 보고서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상업영화(제작비가 30억 원 이상 기준) 평균 제작비는 100억 원이었다. 독립·예술영화 평균 제작비는 3억 원이었다.
연 감독은 독립영화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첫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2011)이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진출하면서 주목받았다. ‘사이비’(2013)와 ‘서울역’(2016) 등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다가 첫 실사 영화 ‘부산행’으로 상업영화 진영에 들어섰다. ‘부산행’으로 관객 1,157만 명을 모았고,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2021)과 ‘기생수: 더 그레이’(2024)로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제작한 조영각 프로듀서는 “연 감독은 여전히 거액의 투자금을 모을 수 있으나 제작비가 높으면 감독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연 감독이 자신이 정말 만들고 싶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2억 원 영화’를 기획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연 감독은 ‘얼굴’로 세계 유명 영화제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부지 출연료 해결 묘수 될까
영화 ‘얼굴’의 제작 방식은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영화계에는 ‘복합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극장 관객 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30%가량 줄어들었으나 스타 배우 출연료 급등에 따라 제작비 상승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출연료 상승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영향이 크다. 글로벌 OTT가 드라마 제작을 위해 국내 유명 배우들에게 거액을 제시하면서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올랐다.
‘얼굴’ 같은 제작 형태는 배우들에게도 새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내 영화와 드라마 제작 편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일감’을 얻지 못하는 배우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평소 친분이 있는 감독과 배우들이 의기투합하면 ‘얼굴’ 방식으로 얼마든지 영화를 만들 수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배우들이 최근 연극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그마저도 자리가 없다는 말이 들린다”며 “‘얼굴’은 기본 출연료를 크게 줄이고 흥행했을 때 ‘러닝 개런티’를 더 많이 주는 식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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