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원전… 부품 中企 “3년치 일감 확보”

부산·창원=김형민 기자 2024. 7.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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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사비로 명맥 잇던 업체들… 신한울 3·4호기 수주 증가로 숨통
작년 업계 매출 26% 늘어 32조
재하청 업체 등 여전히 ‘보릿고개’… 체코 원전 수주로 본격 회복 기대
23일 경남 창원 삼홍기계 공장 근로자들이 원전 핵심 부품 용접 작업에 나서고 있다. 창원=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23일 부산 영도에 위치한 베어링 전문기업 대동메탈공업. 금속 통 안의 비철금속을 녹인 쇳물에서 강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쇳물은 가공을 거쳐 신한울 3·4호기에 들어가는 베어링으로 탈바꿈된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느라 분주한 대동메탈공업은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일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체 회사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했던 원전 매출 비중이 5%까지 떨어지자 회사 경영진이 사비를 털어 명맥을 유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2022년 신한울 3·4호기 제작이 확정되고 노후 원전의 계속 운전이 결정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장선용 대동메탈공업 전무는 “2026년까지 원전 일감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며 “최근 체코 원전 수주까지 이어지며 침체된 원전 산업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 지난해 원전 매출 최대

신한울 3·4호기 일감이 본격적으로 풀리고, 체코 원전 수주와 같은 굵직한 해외 수주가 늘어나며 원전 산업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부품 기업들이 잃었던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방문한 또 다른 원전 부품 기업인 경남 창원 삼홍기계 진북공장에서도 용접과 망치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삼홍기계는 현재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7개국이 공동으로 연구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의 핵심 부품을 제작하고 있었다. 수주 규모는 2000만 유로(약 301억3000만 원)다. 지난해 이탈리아 업체를 누르고 따낸 성과다.

삼홍기계는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 등으로부터 30억 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의 부품 수주 계약도 따냈다. 김홍범 대표는 “신한울 3·4호기 일감만으로는 국내 원전 업계를 다 먹여살리기 쉽지 않다”며 “체코 원전이 다른 원전 수주로 이어지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됐던 원전 업계에 분 훈풍은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산업계 매출은 32조1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25조4000억 원)보다 26.3% 늘어난 수치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발전사와 공공기관 등을 제외한 원전 민간 분야 투자 규모도 지난해 4880억 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를 보였다. 고용도 늘어나 2018년(3만6502명) 이후 5년 만에 3만6000명 선을 회복했다.

● “올해 하반기가 보릿고개”

지난해 원전 관련 매출이 늘어난 것은 신한울 3·4호기 일감이 본격적으로 풀리고 원전 발전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공사가 재개된 신한울 3·4호기 일감으로 2022년 2조4000억 원, 2023년에 3조 원이 공급됐다. 원전 발전 비중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전체 발전원 중 원전이 차지하는 발전 비중도 30.68%로 2016년 30.66%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다만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 업체들도 적지 않다. 체코 원전 수주 일감이 2, 3년 뒤에야 완전히 풀리고, 공사가 시작된 신한울 3·4호기 일감도 순차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상당수 업체는 아직 일감을 받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급하기로 한 올해 원전 일감은 3조3000억 원으로 이 중 올 6월 말 기준 풀린 일감은 1조8000억 원으로 아직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나머지 일감이 풀리는 올 하반기(7∼12월)가 중소 원전 업체들에는 보릿고개인 셈이다.

정부가 이를 고려해 발주 계약 때부터 총 계약금의 30%를 먼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선금 특례를 시행 중이지만 이는 1차 하청업체에만 적용되고 2, 3차 하청업체는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 한 원전업체 대표는 “2, 3차 하청의 경우 선발주에 따른 선수금이 턱없이 부족해 회사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며 지원책을 호소했다.

부산·창원=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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