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 칼 잡지 못했던 오상욱, 亞선수 첫 펜싱 그랜드슬램

파리=임보미 기자 2024. 7. 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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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까지 금메달을 따고 나서 편히 쉬겠다."

한국 남자 펜싱의 간판 오상욱(28·세계 랭킹 4위)은 펜싱 종주국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경기장 '그랑팔레'에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한 뒤 "엄청 기쁘지만 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오상욱은 개인전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금메달만 남긴 세계 최정상급 펜서였다.

오상욱은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단체전을 택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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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펜싱 男사브르 韓대표팀 첫 금메달
亞게임-세계선수권 등 정상 싹쓸이… 발목-손목 부상에 두달전까지 고전
펜싱 종주국 佛 올림픽서 부활… “31일 단체전 金따고 편히 쉬겠다”
오상욱 ‘완벽한 다리 찢기’ 키 192cm, 몸무게 94kg인 오상욱(왼쪽)이 27일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엉덩이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다리를 크게 벌리면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내지르고 있다. 미국 매체 ESPN은 이 장면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금메달 결정전에서 나온 ‘완벽한 다리 찢기(full split)’란 제목을 달았다. 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단체전까지 금메달을 따고 나서 편히 쉬겠다.”

한국 남자 펜싱의 간판 오상욱(28·세계 랭킹 4위)은 펜싱 종주국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경기장 ‘그랑팔레’에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한 뒤 “엄청 기쁘지만 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오상욱은 28일 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세계 랭킹 1위로 출전했던 3년 전 도쿄 올림픽 8강 탈락의 아픔도 씻었다.

한때 세계 1위였던 오상욱은 파리 올림픽 개막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부상과 슬럼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도쿄 올림픽 이후 발목 수술을 받았던 오상욱은 올 들어 손목 부상으로 한동안 칼을 쥐지 못했다. 훈련 부족으로 성적도 부진했다. 5월 안방 서울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대회 개인전에선 세계 랭킹 78위 선수에게 패했다. 같은 달 이어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 월드컵에선 16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오상욱은 개인전 그랜드슬램에 올림픽 금메달만 남긴 세계 최정상급 펜서였다.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에이스’의 부활을 알렸다. 그리고 결국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랜드슬램은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이다. 오상욱은 2014년 고교생 최초의 사브르 국가대표가 된 이후 10년 만에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이뤘다.

오상욱은 결승전 상대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세계 랭킹 14위)를 쉽게 꺾는 듯했다. 1라운드를 8-4로 앞선 채 마쳤다. 2라운드 들어서도 14-5까지 점수 차를 벌리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금메달 포인트까지 1점만 남긴 상황에선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리 6점을 내주며 14-11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오상욱은 “온몸에 땀이 엄청나게 많이 났다. ‘이러다 잡힐 수도 있겠는데…’ 하는 안 좋은 생각도 들었는데 코치 선생님께서 잘할 수 있다고 계속 말씀해 주셨다”며 페르자니에게 쫓기던 상황을 떠올렸다. 더 이상 점수를 내주지 않고 15-11로 경기를 끝낸 오상욱은 마스크를 벗어젖히며 올림픽 펜싱 경기장 그랑팔레를 찾은 6100명가량의 관중을 향해 포효했다. 오상욱은 개인전 32강부터 결승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2라운드 이후 잡은 리드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을 만큼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제 오상욱은 31일 열리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대회 2관왕이자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한국 남자 펜싱은 2012년 런던 대회와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사브르 단체전을 2연패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펜싱 단체전 종목 로테이션 개최에 따라 사브르 종목은 열리지 않았다. 오상욱은 “개인전에선 메달을 따도 단체전 메달만큼은 기쁘지 않다. 단체전은 팀원들이 함께 이겨내고, 서로서로 메워 주는 그런 맛이 있다. 개인전은 홀로서기라 그런 맛이 좀 없다”며 웃었다. 오상욱은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단체전을 택할 것 같다고 했다.

펜싱 경기가 열리는 그랑팔레를 찾는 프랑스 관중은 임시로 만든 계단을 발로 굴러가며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오상욱은 “진천선수촌에서 스피커로 박수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훈련한 적이 있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적응 훈련을 미리 해서 여유가 생겼다”며 “단체전에서 프랑스를 만나면 영향이 없지는 않을 텐데 기합으로 더 세게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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