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보다 실력’ 대표선수 싹 바꿔도 또 금메달…10연패 한국 양궁이 우주 최강인 이유
한국 양궁이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이룬 순간 선수들의 눈가에선 눈물과 미소가 동시에 엿보였다.
선배들이 시작한 금빛 전통을 자신들이 망치지 않았다는 안도감, 꿈이라 여겼던 첫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기쁨이 교차하는 듯 했다.
전훈영(30·인천시청)과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이 힘을 합친 여자 양궁 대표팀은 28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사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슛오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세트포인트 5-4로 꺾었다.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10연패였다.
선수들은 지독한 부담감이 자신들을 하나로 묶었다고 털어놓았다. 과거와 달리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첫 올림픽 출전이라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컸다.
가장 나이가 많지만 이름값은 가장 낮았던 전훈영은 “솔직히 나라도 그런 걱정을 했을 것 같다. 진짜 못 보던 선수가 아니냐”면서 “선발전을 통과했다는 자부심, 다른 선수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더 훈련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금메달이 확정되니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말했다. 임시현은 “이 메달의 무게가 무겁고 좋다”고 말했다.
주변의 시선에도 선수들이 버틴 원동력은 그동안 흘린 땀의 무게였다. 세 차례에 걸친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뒤 진천선수촌에서 자신을 입증하는 고난을 극복했다는 믿음이 있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인 임시현은 “우리가 노력한 것이 무너지면 안 되지 않느냐. 에이스라고 불러주시는 것에 감사했지만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고 나를 다그쳤다”고 말했다. 전훈영도 “정말 다들 노력했기에 금메달을 못 따면 더 억울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기억에선 당분간 결승전 슛오프 장면이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슛오프에서도 중국과 27-27 동률인 상황에서 전훈영과 임시현이 쏜 화살이 9점에서 10점으로 바뀌며 금메달이 확정됐다.
전훈영은 “사실 경기 내용이 다 기억나지는 않는데, 그 순간은 확실히 기억난다. 화살이 (9점과 10점의) 경계선에 걸친 게 보였기에 10점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고, 임시현은 “모두가 노력한 게 이 한 발로 무너지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고 강조했다. 남수현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도쿄 올림픽을 보면서 꿈꾸던 파리에서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이라며 “언니들과 힘을 합쳐서 10연패라는 역사를 썼다”고 말했다.
한국 양궁은 이제 다시 한 번 라이벌들의 도전을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올해 월드컵 시리즈에서 두 차례나 패배를 안겼던 중국은 결승전에서도 위협적인 존재였다.
임시현은 “한국 양궁이 언제까지 이 자리를 지킬지는 모른다. 다른 나라도 계속 올라오고 있는데, 우리도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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