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흉부외과 남은 전공의 고작 12명…"심장·폐암수술 멈출 것"

정심교 기자 2024. 7. 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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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가 '기피과 중의 기피과'란 오명(汚名)을 입은 가운데, 그나마 명맥을 이은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 107명 중 현재 고작 12명만 병원에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의정갈등 발발 이후 사직서를 내고 대거 병원을 떠나서다. 병원을 지키는 흉부외과 전공의마저도 절반인 6명이 최고참인 4년차로, 내년 배출될 신규 전문의는 많아야 6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고된다.

29일 기자가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이하 흉부외과학회)로부터 입수한 '흉부외과 전공의 사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존 흉부외과 전공의 총 107명 중 현재 12명(1년차 3명, 2년차 2명, 3년차 1명, 4년차 6명)만 근무하고 있으며, 나머지 95명은 사직서가 처리됐거나, 사직 과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학회는 지난 24~26일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흉부외과 전공의 사직 현황을 공식 집계했다. 그랬더니 기존 흉부외과 전체 전공의 107명 중 75명이 사직 처리됐고, 20명은 사직이 보류돼 사직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역별로 뜯어보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강원·충북·제주엔 흉부외과 전공의가 의정갈등과 상관없이 1명도 없고, 전북은 딱 1명이었지만 의정갈등 후 현재는 아무도 없다. 서울은 기존 62명이었지만 의정갈등 후 지금은 2명만 남아있다.

의정갈등 전후 지역별 흉부외과 근무 전공의 수 비교. /자료=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김관민 흉부외과학회장은 "전공의 12명으로는 연간 2만건이 넘는 심장 수술, 폐암 수술을 완수할 수 없고 앞으로 흉부외과의 미래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자명하다"며 "국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흉부외과 신입 전공의 수는 1994년 57명에서 2009년 20명으로 최저치를 찍었고, 2021년 21명, 2022년 23명으로 대표적인 '기피 필수과'로 꼽힌다. 이에 학회는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밤할 당시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전공의 지원 감소 현황과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또 전국 전공의 1대 1 술기(수술기법) 교육을 시행해 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수술을 도울 PA(진료지원인력)의 역량 강화에도 만전을 기했다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김관민 회장은 "이런 노력의 결실로 신입 전공의 수가 2023년 40명까지 늘어, 무려 20년 만에 40명대에 진입하는 성장을 이뤄냈다"면서도 "그러나 의정갈등 상황이 펼쳐지며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하소연했다.

올초 흉부외과 신입 전공의는 29명으로 감소세로 접어들었는데, 그런 와중에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지원책에 발끈한 흉부외과 전공의들이 줄사표를 내고 병원을 떠난 것이다. 학회는 내년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 수가 한자리 수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공의 집단 사직 후 예상되는 은퇴 전문의 수(빨강)와 신규 전문의 수(파랑) 추이. /자료=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존의 흉부외과 전문의(상당수가 의대 교수)마저 줄줄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올해 은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32명, 신규 전문의가 21명으로 '떠나는 전문의'가 '들어오는 전문의'보다 (11명) 많아진다. 여기에 내년엔 그 격차가 27명, 26년엔 53명, 27년엔 54명, 28년 50명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기시험에 응시 원서를 낸 의대생이 전체의 11%에 불과한데, 흉부외과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으면 29년부터는 은퇴 인원만큼 전체 전문의 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김 회장은 "의정갈등이 5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흉부외과를 포함한 필수·기피 의료 명맥이 끊어질 위험성, 이 사태의 중대성을 정부에 알리기 위해 보건복지부·국회·대한의사협회·의료계·언론 등에 자료를 내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며 "하지만 단기간 대책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입 전문의 배출 없이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전문의 중심병원이 불가능하다"며 "그 희생은 심장병 환자들, 폐암 환자의 몫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탁상공론 할 시간조차 없다. 급하다. 시간이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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