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라운드 13위, 단체전 8강 부진→결승서 9발 중 6발 10점 맞추며 ‘하드캐리’한 맏언니 전훈영 “단체전 10연패 중압감 때문에 힘들었다”
‘맏언니’의 저력은 올림픽 단체전10연패를 좌우하는 결승에서 나왔다. 여자 양궁 대표팀의 전훈영(30·인천시청)이 올림픽 10연패를 몸소 이끌었다.
전훈영은 남수현, 임시현과 함께 28일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상대로 슛오프 끝에 5-4(56-53 55-54 51-54 53-56 <29-27>)로 승리를 거뒀다. 1988 서울부터 양궁에서 단체전이 신설된 이후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여자 양궁 대표팀은 2024 파리까지 무려 10대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임시현은 올림픽 경험만 없을뿐,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낸, 현재 한국 여자 양궁에서 넘버원이었다. 반면 전훈영과 남수현은 지난해까지 성인 국제대회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특히, 전훈영은 2020년도 국가대표에 뽑힌 적이 있으나 그해 열리기로 돼 있었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탓에 1년 미뤄졌다. 그는 도쿄 대회 연기가 확정된 뒤 치러진 국가대표 3차 선발전에서 2위에 자리해 월드컵 시리즈 출전 자격을 얻었는데, 그해 월드컵 또한 결국 열리지 못했다.
이날 단체전 8강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대만과의 8강에선 쏜 8개의 화살 중 4개가 8점, 심지어 7점도 1개를 쐈다. 네덜란드와의 4강에선 8점만 1개 쐈을 뿐, 10점 4개, 9점 4개를 쏘며 컨디션을 회복한 전훈영은 결승에선 그야말로 ‘하드캐리’했다. 결승에서 쏜 9발의 화살 중 무려 6개를 10점에 명중시켰다.
시상식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전훈영은 눈물을 흘린 흔적이 보였다. 그는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그냥 먼저 눈물이 막 났다. 그동안 힘들었던게 생각이 났는데, 지금은 너무 행복해서 뭐가 힘들었는지 구체적으로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훈영은 이번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무명 선수였다. 그 이유로 양궁팬들 사이에서는 올림픽 10연패가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묻자 전훈영은 “제가 팬 입장이었어도 우려가 될 것 같아요. 왜냐면 진짜 잘 못 보던 선수이기 때문에...”라면서도 “근데 그 짧지 않은 선발전이나 평가전을 다 제가 뚫고 들어온 거라서 우려가 된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거니까요. 어떡해요? 공정한 선발 과정을 통해 뽑혔는데...그래서 걱정과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저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인 생각만 했어요”라고 말했다.
슛오프 때 전훈영은 쏜 화살은 9점과 10점의 경계에 꽂혀 사후 판독을 했지만, 전훈영은 이미 10점인 것을 판독 전에 알았단다. 전훈영은 “이게 딱 보면 걸친게 보이거든요. 그리고 뒤에서 감독님이 10점이라고 얘기해주셔서 ‘아, 됐다’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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