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바람도, 中도 막지 못했다…태극낭자 10연패 신화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4. 7. 2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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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양궁 女 단체 金
임시현·전훈영·남수현 3총사
결승서 슛오프 끝에 중국 제압
축구장에서 관중 소음 적응
센강 바람 대비 남한강 훈련
철저한 준비로 36년 금맥 지켜

◆ 2024 파리올림픽 ◆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 중국과의 결승에서 전훈영이 활을 쏘는 모습을 임시현과 남수현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 경험은 전무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더 강해지는 한국 여궁사들이 올림픽 10연패 대위업을 달성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세계 최정상을 지키며 양궁 신화를 썼다.

임시현(한국체대)·전훈영(인천시청)·남수현(순천시청)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장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 결승전에서 중국을 슛오프 끝에 5대4로 꺾었다. 올림픽 10연패는 양궁에서는 단연 처음이고, 전 종목을 통틀어서도 1984년 LA올림픽부터 2021년 도쿄올림픽까지 미국 남자 수영 400m 혼계영 대표팀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한국 교민과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한국 선수들은 결승에서 중국을 상대해 초반부터 대담하게 플레이했다. '맏언니' 전훈영이 1세트 두 발을 모두 10점에 꽂았다. 1세트를 56대53으로 먼저 따낸 한국은 2세트도 전훈영과 임시현이 10점을 명중시켜 리드한 끝에 55대54로 가져왔다.

그러나 중국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은 3세트를 51대54로 내준 뒤, 4세트에서도 임시현이 두 발 모두 8점에 그쳐 53대55로 내줬다. 준결승에 이어 또 한 번 이어진 연장 슛오프. 한국은 전훈영과 임시현이 10점 라인에 걸친 9점을 쏘고, 남수현이 9점을 기록해 먼저 27점을 기록했다. 중국도 3명이 합계 27점을 기록해 동률을 이뤘다.

판정 결과 전훈영과 임시현의 화살이 10점 라인에 닿아 29대27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한국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관중은 일제히 환호하면서 올림픽 10연패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국 여자 양궁의 무패 행진은 여자 단체전이 시작된 서울올림픽부터 이어졌다. 1988년 김수녕·왕희경·윤영숙을 시작으로 '양궁 신화 계보'가 계속됐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올림픽에 한 번도 나서지 않은 선수들로 꾸려졌는데도 경쟁국들의 도전을 뿌리쳐 금메달 의미가 더욱 컸다. 대표팀 3명 중 임시현이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3관왕을 달성했을 뿐 전훈영과 남수현은 종합 스포츠대회 경험조차 전무했다. 전훈영은 2014년 세계대학선수권 2관왕을 경험했고, 남수현은 올해 고교를 졸업했다.

올해 양궁 1·2차 월드컵 단체전에서 중국에 연이어 패해 준우승하면서 우려도 낳았다. 올림픽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에도 홍승진 양궁대표팀 총감독은 "여자팀이 올해 월드컵 대회를 치르면서 30%에서 90%, 95%, 100%까지 올라왔다"면서 "호흡을 잘 맞췄기에 자신 있다"고 큰소리쳤다. 홍 감독의 자신감대로 여자대표팀은 랭킹라운드부터 총점 2064점을 쏘며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대표팀이 자신감을 갖고 올림픽에 나선 건 철저한 원칙주의 덕분이다. 세 차례 선발전과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올림픽 대표 3명을 가린 양궁대표팀 선발 시스템은 국내 스포츠계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파리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도 도쿄올림픽 3관왕을 달성했던 안산이 3차 선발전에서 탈락했고, 올림픽 메달을 경험했던 강채영과 최미선도 최종 탈락했다.

지난 4월 파리올림픽을 겨냥한 첫 훈련을 시작한 이후 여러 변수에 대비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도 높아졌다. 대표팀은 지난 6월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파리올림픽 경기장과 디자인이 똑같은 양궁장에서 시뮬레이션 훈련을 소화했다.

또 센강 바람에 대비하기 위해 남한강에서 훈련하는가 하면, 관중 소음에 대응하려고 축구장에서 실전 훈련을 진행했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임시현이 '슈팅 로봇'과 1대1 대결을 펼쳤다. 대한양궁협회 후원사인 현대차그룹이 1년여간 개발 끝에 만든 로봇과 대결을 통해 임시현은 "긴장감 속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1985년부터 40년째 양궁을 후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든든한 지원도 큰 몫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한국 여자 양궁의 올림픽 10연패 위업 달성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를 보냈다.

다양한 상황에 대처한 빈틈없는 준비와 자신감을 더해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 시작을 순조롭게 했다. 한국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전관왕에 도전한다. 29일 남자 단체전이 열리고, 다음달 2일 혼성 단체전, 3일 여자 개인전, 4일 남자 개인전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노린다.

[파리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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