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티메프 피해자들 “도둑 잡아주세요”

이기우 기자 2024. 7. 2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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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시위 등 단체 행동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서 위메프와 티몬으로부터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한 입점 판매자들이 처음으로 대책 회의를 연 모습.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950여 개 업체가 약 1700억원의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덕훈 기자

이커머스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들과 해외여행을 강제 취소당한 소비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른바 ‘티메프 사태’로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소상공인 30여 명은 28일 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 모여 대책 회의를 했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 업체 약 950곳이 1700억원가량의 거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상황이다. 8~9월로 예정된 6~7월 거래 대금도 정산 여부가 불투명해 피해 금액이 수천억 원대로 늘어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선, 티몬·위메프에서 해외여행을 예약했다 강제 취소를 당하는 등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거리로 나와 우산 시위를 펼쳤다.

◇미정산 대금 수천억 원… 지급 가능성 미지수

이날 판매자들은 1시간여 회의를 취재진에 공개했다. 회의에선 “티몬·위메프 모기업인 큐텐 구영배 대표와 고위 임원들을 출국을 금지하고 수사해야 한다” “긴급 대출이 절실하다” “큐텐이 느닷없이 우리를 거지로 만들었다” 등의 성토가 쏟아졌다. 판매자 최모(33)씨는 본지에 “이날 나온 주장을 모아 정부에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추가 회의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하남에서 쌀집을 운영하는 최씨는 “쌀 판매 대금 5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직원 월급과 사무실 관리비로 최소 월 5000만원이 나가는데, 정산을 못 받아 당장 직원을 정리 해고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김모(55)씨는 “6~7월에 컴퓨터 부품을 판매한 대금 2억9100만원을 티몬에서 8~9월 받아야 하는데 불안하다”며 “은행 대출로 부품을 떼와 장사를 하는데, 정산을 못 받으면 대출을 못 갚고,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해 20년간 꾸려 온 업체를 폐업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티몬에선 750사가 1097억원을, 위메프에선 195사가 565억원을 정산받지 못했다. 결제 후 1~2일 내로 정산하는 다른 이커머스와 달리, 티몬·위메프는 거래가 발생한 다음다음 달 정해진 날짜에 판매 대금을 지급한다. 티몬·위메프가 6~7월 대금을 8~9월에 정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날 금감원은 “큐텐 측이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북미 지역 계열사 위시에서 조달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태가 커지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렸다. 한 대표는 “이번 사태의 책임자인 큐텐 구영배 대표 등 경영진은 신속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국회 정무위에서 이커머스 업체 관리 감독 강화, 대금 정산 안전장치 마련 등을 논의하겠다”고 썼다. 국회 정무위는 30일 긴급 현안 질의를 열고, 이 자리에 ‘티메프’와 큐텐 경영진의 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감원 등 관계 부처들은 29일 대책 회의를 개최한다.

◇‘우산 시위’ 나선 소비자들

티몬·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을 예약했거나, 상품권 등을 구매했다 피해를 본 소비자 수십 명은 28일 오후 5시쯤 큐텐코리아 본사가 있던 서울 강남구 N타워 앞에서 우산 시위를 벌였다. 이 빌딩 3층과 13층을 쓰던 큐텐코리아는 이번 사태 직전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우산을 펼치며 “모기업 큐텐이 직접 나와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이들이 펼친 우산에는 “칠순 잔치 1500만원 온 가족 울음바다” “비행기 타고 싶어요, 도둑 티몬 잡아주세요”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날 서울 위메프와 티몬 사옥의 대표 사무실에도 “생애 첫 부모님과의 해외여행을 너 때문에 망쳤다” “피 같은 내 돈 환불을 부탁한다” 등의 쪽지가 붙었다.

티몬·위메프에서 여행 상품을 샀다가 여행이 취소된 피해자들이 28일 서울 강남구 N타워 앞에서 두 업체의 모기업인 큐텐 측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문구를 붙인 우산을 쓴 채 시위를 하고 있다. 큐텐코리아는 N타워 3층, 13층에 입주해 있다가 티몬·위메프 사태가 확산하기 직전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티몬과 위메프에 따르면, 28일 기준 티몬과 위메프는 현장 접수와 온라인 신청을 합쳐 각각 600건, 3500건의 환불을 완료했다. 그러나 여전히 환불 처리를 못 받은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도완 티몬 운영본부장은 전날인 27일 “당초 소비자 환불을 위해 유보금 약 30억원을 활용하려 했지만, 유보금 사용이 직원 월급 등으로 묶여 환불이 가능한 것은 20억원 정도”라고 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카드사·PG사(결제 대행 업체)·간편 결제 업체는 중단했던 환불 조치를 재개하고 있다. 앞서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26일 “롯데·BC·삼성·신한 등 카드사 9곳이 직접 취소,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NHNKCP·다날 등은 28~29일부터 환불 절차를 밟는다. 티몬에서 고객들이 선결제했던 문화상품권도 약 2만4600건(108억원 상당)이 이번 주 안에 환불 조치가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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