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여신들, 올림픽史에 금빛 ‘10연패’ 새겼다

파리=이헌재 기자 2024. 7. 2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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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했다.

양궁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36년간 단 한 번도 정상을 내주지 않으며 '무적(無敵)'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남수현(19) 임시현(21) 전훈영(30)으로 구성된 여자 양궁 대표팀은 29일 파리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 스코어 5-4(56-53, 55-54, 51-54, 53-55, 슛오프 28-27)로 물리치고 10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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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양궁대표팀 임시현, 남수현, 전훈영, 양창훈 감독이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사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4.7.29/뉴스1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했다. 양궁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36년간 단 한 번도 정상을 내주지 않으며 ‘무적(無敵)’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 결승 한국과 중국의 경기. 남수현, 전훈영, 임시현이 시상식에서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2024.7.28.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남수현(19) 임시현(21) 전훈영(30)으로 구성된 여자 양궁 대표팀은 29일 파리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세트 스코어 5-4(56-53, 55-54, 51-54, 53-55, 슛오프 29-27)로 물리치고 10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세 선수 모두 올림픽 첫 출전이어서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거론됐었는데 태극 여궁사들의 ‘무적 DNA’를 자랑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이들 3명은 한국의 여름올림픽 통산 99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왼 쪽부터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
남수현(19) 임시현(21) 전훈영(30)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됐을 때 기대만큼 우려도 적지 않았다. 세 명 모두 올림픽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다. 임시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르며 국제무대 경험이라도 했지만 남수현과 전훈영은 메이저 대회 출전이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다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를 달성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이런 지적이 나올 때마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총감독으로 여자 대표팀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던 장 부회장은 “세 번에 걸친 국가대표 선발전과 두 차례의 평가전을 거쳐 올라온 선수들이다. 온갖 역경과 험난한 과정을 뚫고 온 선수들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꾸로 말하면 이들 세 명은 2021년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 등 직전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모두 물리치고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이었다.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임시현, 남수현, 전훈영이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사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2024.7.29/뉴스1
장 부회장은 올림픽 단체전의 관건은 ‘소통’과 ‘믿음’이라고 했다. 그는 “실력은 우리가 어느 나라보다 앞선다. 하지만 세 명 모두 항상 잘 쏠 순 없다. 누구 하나가 실수했을 때 다른 선수가 받쳐줘야 한다. 서로를 믿고 쏴야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은 그의 말처럼 ‘모범 답안’ 같은 경기를 하며 올림픽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중국과 세트 스코어 4-4로 비긴 뒤 슛오프 끝에 29-27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36년간 10회 연속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특정 종목 올림픽 10연패가 현재 진행 중인 것은 미국 수영 남자 대표팀의 400m 혼계영이 유일하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11연패에 도전한다.

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대표팀이 올림픽 10연패를 확정지은 직후 태극기를 흔들며 관중석에 손을 흔들고 있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이 처음 생긴 19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이번 올림픽까지 모든 대회 우승을 휩쓸며 양궁 강국의 저력을 과시했다. 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8강전에서 대만을 세트스코어 6-2로 꺾은 한국은 네덜란드와의 4강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첫 세트를 따냈지만 2, 3세트를 내리 내주며 세트스코어 2-4로 뒤진 것. 절체절명의 순간 한국 대표팀은 오히려 강해졌다. 4세트 들어 1번 전훈영부터 2번 남수현, 3번 임시현이 10-10-10점을 쏘면서 단번에 분위기를 바꿨다. 4세트에서 59-51로 크게 이기며 세트스코어 4-4 동점을 만든 한국은 슛오프에서 26-23으로 이기며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네덜란드전 승리의 일등공신은 전훈영이었다. 2, 3, 4세트 첫발을 모두 10점을 쏘면서 기선을 제압했고, 슛오프에서도 9점으로 팀을 무난히 이끌었다.
한국 여자 양궁의 올림픽 10연패는 선수들의 노력과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6개월 동안 5차례의 선발전 및 평가전을 치르면서 선수들은 1명당 2500발 가량의 화살을 쐈다. 양궁협회는 충북 진천선수촌에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장을 똑같이 옮겨놓은 세트를 설치해 선수들의 적응을 도왔다. 센강 변에 있는 앵발리드 경기장의 바람을 익히기 위해 남한강에서 훈련했고, 프로축구 전북의 안방 경기장에서 ‘소음 대비’ 훈련도 했다. 선수들은 심리 훈련과 미디어 대응 훈련까지 받았다. 협회는 이번 대회 기간 내내 경기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호텔 한 층을 통째로 빌려 선수들의 전용 휴게 공간으로 제공하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힘썼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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