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폭행’ 논란 영국 명지휘자 사퇴… 한국 공연도 취소하기로
지난해 오페라 공연 도중 성악가를 폭행해서 논란을 빚었던 영국의 명지휘자 존 엘리엇 가드너(81)가 결국 자신이 창단한 합창단과 악단 세 곳에서 모두 사퇴했다. 가드너는 최근 성명서에서 “오랫동안 깊은 숙고와 성찰의 시기를 거친 끝에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수장과 예술감독에서 모두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드너는 지난해 5월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대관식에서도 지휘를 맡았던 세계적 거장이다.
가드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재학 중인 1964년 바로크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몬테베르디 합창단을 창단했다. 그 뒤에도 1978년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1989년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 등 고음악 전문 연주 단체를 차례로 설립하고 지금까지 250여 장의 음반을 녹음했다. 그래미상만 두 차례 받았고, 지난 1990년 영국 지휘관 훈장(CBE)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열린 베를리오즈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트로이 사람들’을 공연하던 도중, 전반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성악가인 베이스 윌리엄 토머스(29)의 얼굴을 때렸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트로이 국왕 프리아모스 역을 맡았던 토머스가 공연 직후 무대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퇴장하는 모습을 보고 격분한 가드너가 폭행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당시 토머스의 부상은 심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 사건 직후 가드너는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유럽 순회 공연에서 하차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60년간 가드너는 영국 고음악 발전의 선두에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결별은 향후 음악계 세대교체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가드너는 “객원 지휘와 녹음, 창작과 교육 활동은 이어나갈 것”이라며 은퇴와는 선을 그었다.
‘가드너 사퇴’의 불똥은 한국 음악계에도 튀었다. 10월 가드너와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가 롯데콘서트홀·LG아트센터 서울·성남아트센터·아트센터인천에서 5차례에 걸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9곡)을 연주하는 내한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드너 사퇴 발표 직후 이 공연장들은 결국 내한 공연 전체를 취소하기로 했다. 음악계 관계자는 “가드너가 바로크음악의 거장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지만 자칫 폭행 논란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고심 끝에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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